[동문공설시장 60주년] (상) 1954년 개장 제주최초 공설시장, 먹거리 특화 살려 도약 다짐

서문공설시장과 함께 제주도 최초 공설시장으로 문을 연 제주동문공설시장이 올해 개장 60주년을 맞았다. 초창기 제주상업의 거점역할을 수행하며 대표시장으로 자리매김했지만, 대형 화재, 건물 노후화, 태풍과 하천 범람 등의 악재를 수도 없이 겪으며 풍파 속을 지나왔다. 그야말로 산전수전을 다 겪고 오늘에 이르렀다.

그러나 현대화사업과 시설 보강으로 경쟁력을 키우고, 먹거리 특화시장으로 거듭나면서 전국 최고의 성공한 전통시장으로 우뚝 자리매김했다. 이제 지나온 60년을 원천으로 새로운 60년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제주의소리>는 동문공설시장의 개장 60주년을 기념해 그 동안의 역사를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과제를 2회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

▲ 1950년대 동문로터리에 열리던 나무시장 모습. (출처 =사진으로 엮는 20세기 제주시)

시작은 미미했다. 그러나 그 끝(?)은 창대하다. 

대한민국에서 내로라 하는 성공한 전통시장 중 빼놓을 수 없는 제주동문공설시장의 이야기다. 올해로 공식 개장 60주년을 맞았으니  인생사로 보자면 환갑을 맞은 '초로(初老)'에 비할수 있지만  동문공설시장은 이제야 '청년'이다.

제주동문공설시장의 역사는 1945년 8월 15일 해방 시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946년 현재 해병탑이 위치한 동문로터리 인근에서 상인 50여명이 노상에 설치한 허름한 천막들이 동문공설시장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당시 제주도 사회-경제의 중심이었던 건입동 일대에서 태동한 동문공설시장은 점차 자리를 잡아가며 상권이 형성됐지만, 1954년 3월 13일 로터리 일대를 태워버린 대형화재가 발생해 대부분의 점포가 전소되기에 이른다. 이에 현재 위치인 제주시 일도1동 1103번지 일대에 행정당국이 시장부지를 마련하면서 같은 해 11월 9일 정식 등록절차를 밟고 재개장하기에 이른다.  그렇게 공식 개장한지 올해로 60주년이다.

   

 

▲ 2014년 현재의 현대화된 제주동문공설시장의 모습.

▲ 1999년 동문공설시장 모습. 비좁게 붙어있는 슬레이트 지붕들이 인상적이다.

그동안 동문공설시장을 이끌어온 상인회장도 21대에 이른다. 현 동문공설시장 상인회장인 제21대 이정생(68) 회장은 지금 시장 위치가 원래는 전부 논밭이었다고 기억하면서 “모슬포 군부대에서 군인과 장비들이 들어와 땅을 개간해 다시 천막을 칠 수 있었다."며 "1874㎡(567평) 대지에 목조 슬레이트 건물을 만들고 나서 공식 등록하면서 그때부터 인정 시장이 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후 반세기를 훌쩍 넘겨온 동문공설시장은 낡은 건물, 주차시설 부족, 마트 시스템 도입 등의 변화 속에서 상권이 침체되는 시기도 겪으며, 변화하지 않으면 시장이 한순간에 몰락할 수도 있다는 위기에 직면하기도 했다.

이후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1998년 11월 28일 상인, 주민 요청에 따라 시장현대화 사업계획이 세워지고, 2000년 848평으로 시장 부지를 확장하면서 2001년 10월 25일 첫 삽을 뜬다. 그리고 정확히 2년하고 5일이 지난 2003년 10월 30일, 지금 모습을 갖춘 동문공설시장이 모습을 갖춘다. 사업비 51억을 들여 지하1층 1983㎡(600평), 지상1층 2314㎡(700평) 규모다.

이같은 현대화 사업 기간 동안, 장사 구역을 옮긴 상인들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지 않으면서 빚어진 갈등을 비롯해 여러 문제를 가지고 있었지만 진입로 확장, 환경개선 사업 등 필요한 부분을 갖춰가며 제 2의 부활을 꿈꾸던 동문공설시장. 하지만 2007년 9월 제주섬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게 만든 태풍 나리로 인해 뼈아픈 좌절을 겪게 된다.

당시 제주시내 하천이란 하천은 모두 범람시킨 엄청난 폭우는 물폭탄이 돼 공설시장 지하와 지상을 순식간에 물바다로 만들어버렸다. 당시 비 피해로 인해 지금도 시장 변압기 시설 동력이 70%밖에 작동되지 않을뿐더러 손대지 못한 지하공간이 남아있을 만큼 그 생채기는 크게 남아있다.

   
▲ 1977년 동문공설시장 앞 도로공사 모습. 동문로터리에서 관덕정까지 구간을 확장하는 공사가 진행 중이다. (출처: 사진으로 엮는 20세기 제주시)
▲ 현재 시장 모습을 갖추는 시기였던 지난 2002년 동문공설시장 건축 현장.

태풍이 휩쓸고간 흔적을 치우는 데만 1년이 걸릴 만큼 모두를 좌절시킨 피해였지만, 좌절 속에 머물러 있지는 않았다. 2007년 지상 2~4층으로 219면을 갖춘 주차장 확충 사업이 진행되면서 접근성을 크게 높였고, 전기시설 보수-환풍기 설치 등 구조적인 면도 꾸준히 보완해 나갔다.

특히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도입된 ‘먹거리 특화 야시장’ 개념은 활력을 불러 넣어준 계기였다. 최초 수산시장 개념에서 근고기, 소머리국밥 등으로 품목을 확장해나갔고 싸고 맛있는 음식을 넉넉히 제공하는 인심과 저녁까지 이어가는 영업시간으로 인해 점차 발길이 이어지면서, 지금은 다른 동문수산-재래시장 못지않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점포수는 132개로 식당, 농수산물, 식료품 등 7개 품목을 취급하고 있다.

특히 2007년, 2012년 두 차례 걸친 주차장 확보는 공설시장 뿐만 아니라 동문시장 전체의 가치를 높이는데 한 몫하고 있어 ‘큰 형’ 역할을 톡톡히 맡고 있다.

주요상권을 장악하고 있는 대기업 대형마트와 골목 안쪽까지 잠식한 대기업 프랜차이즈 편의점에 밀려 전통시장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는 요즘, 제주동문공설시장은 숱한 위기와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제주도 최초의 인정 시장이라는 자부심을 간직한 채 새로운 60년을 향해 희망을 꿈꾸고 있다.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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