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시, 보조금 아닌 수익자부담 ‘고민’...서울에선 부모들 집단 소송

제주시와 서귀포시가 특별활동비를 부풀려 돈을 챙긴 혐의로 경찰과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어린이집의 행정처분 수위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제주지방경찰청은 각종 서류를 조작해 수억원대 보조금과 특별활동비를 빼돌린 혐의로 어린이집과 유치원 92곳을 조사하고 이중 횡령액이 큰 보육시설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고 있다.

경찰은 사건을 검찰에 넘기는 동시에 관련 자료를 보육시설 관리기관인 각 행정시에 알리고 있다. 1일 현재 통보된 어린이집 명단은 제주시 13곳, 서귀포시 6곳 등 19여 곳에 이른다.

J어린이집 김모(41.여) 원장의 경우 2010년 2월부터 2013년 3월까지 영어 특별활동비가 매월 1인당 4000원임에도 5000원으로 부풀린 통지서를 학부모들에 돌려 이익을 취한 혐의다.

김씨는 범행을 숨기기 위해 특별활동 교재와 강사 공급업체에 실제 납부금액을 송금한 후 차액을 돌려받는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빼돌린 금액만 1664만원 상당이다.

경찰은 다른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 29개 보육시설과 이 같은 방법으로 2010년 2월부터 2013년 3월까지 특별활동비 5억3036만원을 가로챈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2개 행정시에 통보된 어린이집 19곳이 특별활동비 부당 취득액은 2억원을 넘어선 상태다.

특별활동비는 어린이집이 영어와 음악, 체육 등 별도 과목을 외부강사를 통해 가르친다는 이유로 정부 지원 보육료 외에 학부모를 상대로 개별적으로 받은 수강료다.

행정시는 보조금 횡령 보육시설에는 영유아보육법에 따라 자격정지와 과징금 등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지만 학부모를 상대로 한 특별활동비 부당청구 건에 쉽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현행 영유아보육법 제30조의2에는 ‘어린이집의 원장은 보호자의 동의를 받아 24개월 이상의 영유아에 한해 특별활동프로그램을 실시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을 뿐이다.

행정처벌 수위가 애매하자 서귀포시는 최근 보건복지부에 ‘보조금 횡령이 아닌 특별활동비 부당수령’에 대한 질의를 하고 답변을 기다리는 중이다.

행정시 관계자는 “보조금은 세금이지만 특별활동비는 수익자 부담이어서 행정처분 대상인지 모호하다”며 “중앙부처의 유권해석이 나오면 행정처분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가 처분에 부정적 입장을 밝힐 경우 적발된 어린이집의 상당수는 행정처분을 피하거나 수위를 대폭 낮출 수 있다. 자격정지 처분은 과징금으로 대신할 수도 있다.

문제는 이미 피해를 본 학부모들의 보상 문제다. 일부 어린이집들은 특별활동비를 부풀리지 않고 사례금 형식으로 돈을 강사와 업자들에게 건넸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행정시 관계자는 “리베이트 등의 방식으로 돈을 챙겼는지 여부는 주장이 엇갈려 재판 결과를 봐야한다”며 “특별활동비를 학부모에 돌려주도록 행정시의 시정명령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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