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상인 뒤흔드는 '홈플러스' 파장
할인점 버는 돈 서울로...서울로...

서귀포 지역 상권이 요동치고 있다.
'찻잔 속 태풍'에 머물던 서귀 지역에 대형할인점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유통시장 선점을 둘러싼 경쟁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농촌지역 골목에도 '홈플러스 개점' 현수막이 내걸리는가 하면 일부 중형매장은 문을 닫을 채비를 하고 있다. 설 연휴를 앞둬 대형 할인점 진출에 따른 유통시장의 변화와 지역민들의 체감경기를 3회에 걸쳐 보도한다.

▲ 설을 한주 앞둔 서귀포 매일시장은 현대화 시설을 들인 비용이 무색할 만큼 한적했다 ⓒ제주의 소리

지난 21일 찾았던 서귀포시 한 복판에 있는 매일시장.
340여개 점포가 몰려 있는 이 곳에 딸린 식솔만 1200~1500명에 이른다.  설을 한 주 앞둔 주말이었는데도 전혀 북적거림이 없었다.

썰렁한 재래시장...."대책은 무슨대책? 일단 사람이 다녀야지..."

수산물을 팔고 있는 정예연씨(48.서귀포시 중앙동)는 "자가용이 있는 손님은 대부분 큰 매장으로 가버려 여기는 나이든 손님뿐"이라며 "저녁 7시가 되면 문을 닫고 8시 전에 불을 끈다"고 말했다.

정 씨는 "20년 넘게 장사하며 밤 12시까지 일한적도 많았다"며 "내는 세금이 얼마냐, 적어도 공무원들은 일부러라도 이 곳을 찾아줘야 하는게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옆에서 떡을 팔던 전금순(50)씨는 "대책은 무슨 대책? 일단 사람이 와야 장사를 할게 아니냐"며 "수억원들인 아케이드(비가림) 시설이 무용지물이 될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인근 동명백화점에는 아예 몇몇 점포가 문을 닫거나 매물로 내놓은 점포도 점차 늘고 있는 추세다.

양말 등 생활잡화를 파는 이희태씨(70)는 "홈플러스 개점 이후 시장 유동인구가 큰 폭으로 줄었다"며 "개점 일주일간은 아예 장사가 안됐다"고 잘라 말했다.

과일을 팔던 최영자씨(51.보목동)도 "오일장 사람들도 장사가 안된다고 아우성"이라며 "지금도 이 정도인데 여름에 E-마트가 생기면 재래시장 사람들은 아예 굶는 것 아니냐"며 걱정했다. 영업 타격은 불보 듯 뻔하다고도 했다.

인근 중형매장은 더 심각...몇몇 '문닫기' 수순 돌입

직접 피부로 느끼는 곳은 200~300평 규모의 인근 중형매장으로 영업에 대한 체감 충격은 더욱 심하다.

홈플러스 진출 이전에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 코리아마트는 조만간 서홍점 폐점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코리아마트 양기홍 차장은 "현재의 매상으로는 도저히 유지가 힘들다"며 "동홍.서홍점 중 한 곳(서홍점)은 문을 닫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그나마 6개월 전부터 구조조정에 들어가서 충격이 완화된 것"라며 "현재 30%까지 인력을 줄였지만 이대로 끝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대형할인점에 들어간 자금이 시중으로 돌지 않는데 있다"는 그는 "결국 자금 유통흐름마저 막아 놓을 것"이라고 지역경제 위축까지 우려했다.

▲ 홈플러스 인근 중형할인점. 일부 계산대가 비어있고 손님들도 뜸하다.ⓒ제주의 소리

서귀포에서 첫 할인매장으로 꼽힌 L 마트는 벌써 문을 닫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직원 3명에서 7~8명을 둔 소형매장 경우 부부 체제로 전환하는 곳도 점차 늘고 있다.

인구 55만 소도시에 대.중.소형 할인매장 '빼곡'

제주지역 유통업의 지역내 총생산은 4,228억원. GRDP의 6.7%(2002년 기준 통계청)를 점유한다. 제주지역 모든 유통업체수(도매 및 소매업)은 12,020개에 종사자는 33,011명으로 전체산업 종사자의 19%를 차지하고 있다. 적지 않은 비율이다.

또 이는 전체 산업의 27.9%에 해당하며(2004년 제주도 사업체기초통계 조사보고서) 모든 산업 중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유통산업발전법 시행령(2004.1.31 시행)에 따라 분류된 주요 업태별 점포수는 대략 2000여개로 소형 슈퍼마켓은 할인점, 체인화 편의점 등 신업태의 출현과 점포의 대형화 추세에 밀려 1,606개 점포가 영업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홈플러스 맞은 편에서 장사를 하던 '킹마트'는 직격탄을 맞았다. 70여대의 수용하는 주차장은 텅 빈채로 좀 처럼 고객들이 들어설 줄 모르고 있다.

킹마트 조동수 점장은 "제주시는 유동인구가 30만명이 넘을 뿐만 아니라 관광객 또한 시지역에 머물고 있어 대형할인점의 충격이 상대적으로 심하지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서귀포시.남군지역은 다르다. 기껏해야 인구가 13~4만명에 불과해 소비시장이 너무 협소하다"고 우려했다.

조 점장은 "홈플러스 개점 당시 매출액의 60%가 감소해 문을 닫아야 할 지 걱정했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다소 한숨을 돌리는 듯 했다.

그는 "홈플러스에서는 600명을 고용했다고 하지만 실질적인 고용창출은 아니"라며 "이미 대리점과 영업소에서 직원들을 빼가고, 이미 해고한 상태이기 때문에 고용창출 효과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나마 개장 전에 30%를 구조조정한 상태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버틸 수 있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조 점장은 "그렇지 않아도 산남 지역의 인구감소로 소비가 둔화되며 불황이 장기화한 상태인데 대형할인점이 속속 들어설 경우 지역 자영업자들은 초토화 될 것"이라며 "그나마 우리 같은 중형마트는 버틸 수 있지만 소형슈퍼들은 견디지 못해 폐점하는 곳이 속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현대식 시설을 갖춘 홈플러스 서귀포점 ⓒ제주의 소리

홈플러스 연 매출액...서귀포시 올해 예산의 17% 넘어

최근 들어선 홈플러스 서귀포점은 전국 41호점.
5월말께 문을 여는 E-마트 서귀포점은 전국에서 64호점이 된다.

무차별 출점 경쟁을 벌이는 할인점들이 땅값이 싸고 부지 확보가 용이한 지방에 우선 들어가고 보자는 소위 '지방화 전략'을 편데 따른 것이다. 땅 구하기가 어려운 서울.수도권을 피해 지역경제 기반이 취약한 지방, 중소도시를  집중 공략하고 있는 것.

개점 보름이 지난 현재 홈플러스 서귀점의 매출액은 1억5000만원대로 이 추세라면 연간 550억원에 이른다. 서귀포시 올해 예산 3147억원의 17.4%에 이른 수치다.
이 돈은 인건비 100억원을 제외하곤 거의 도외로 빠져나가고 있다.

홈플러스의 직원 구성을 봐도 고용창출에 대해 의문이 생긴다. 실제 600여명의 고용인원 가운데 본사 정규직은 36명뿐이다. 그 중 20여명도 본사에서 파견된 직원이다. 홈플러스 소속 직원은 파트타이머와 아르바이트 140여명을 합해 고작 174명 뿐이다. 용역 및 협력업체가 260명, 임대매장 근무자가 160여명으로 대부분 비정규직 아르바이트 사원으로 채워지고 있다.

<홈플러스 서귀포점의 직원 구성표>

총인원

정직원

파트타이머

아르바이트

용역업체

협력업체

임대매장근무자

602명

36명

88명

50명

44명

220명

164명

 

 

홈플러스 소속 : 174명

 

청소 및 주차관리

 

이에대해 이영봉 점장은 역기능 보다도 소비자에 대한 혜택이 크다고 주장했다.

그는 "저렴한 가격으로 상품을 제공해 가계 경제에 도움을 주고 있고 문화적 혜택 서비스 역시 학기당 1000명, 1년에 4000명 정도 받게 될 것"이라며 '홈플러스 회원 카드 발급을 통해 소비자에게 혜택을 되돌려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건비로 연간 지출하는 100억원도 지역에 환원하는 것 아니냐"며 "다른 지점에선 제주특산물 100여가지의 품목을 취급하고 있지만 서귀포점에서는 200가지 품목을 취급하고 있다"고 애써 강조했다.

하지만 도매업자들의 반응은 냉랭한 편이다. 한 우유납품 업자는 "납품가격이 대형할인점의 경우가 더 싸다"며 "이러다가 가격 주도권까지 빼았긴채 '울며 겨자먹기'로 납품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총 160대를 수용하는 홈플러스 주차장은 여지없이 늘 차 있다. 그 만큼 인근 중소형매장과 재래시장을 찾는 고객들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대형할인점 진출로 인해 서귀지역 상권과 지역 경제가 '약이 될지, 독이 될지' ,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 중소 영세상인들은 묵묵히 침묵하며 지켜볼 뿐이다.
[취재=양김진웅 / 이승록 기자]

[제주의 소리 리포트]  불붙은 유통시장 '지·각·변·동'

[리포트-①]  흔들리는 상권‥서귀포는 지금 유통전쟁 中
[리포트-③] 대형할인점.영세업자 '상생방안'은 없나

▲ 설을 한주 앞둔 서귀포 매일시장은 한산했다 ⓒ제주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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