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는 국무회의를 통해 4.3국가추념일 지정을 통과시켰고, 관보게재를 통해 공식적으로 4.3국가추념일을 선포하였다.

이에 유족의 한사람으로서 정부와 이를 위해 노력한 모든 이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그동안 일부 보수단체와 기독교단체에서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공식적인 국가추념일로 지정된 만큼 서로 화해하고 치유와 평화가 제주에 임하길 소망한다.

이제 더 이상 4.3을 이념 문제로 접근하지 말고, 제주와 민족의 미래를 서로의 아픔을 위로하며 모두 함께 손잡고 나아가야할 것이다.

종교적 입장과 개인적 신념, 삶의 방식에 따라 4.3을 바라보는 관점과 추모방식이 다를 수 있다. 이제까지 도차원에서 4.3희생자를 추모해왔고, 여야를 떠나 매년마다 도민 등 1만 여명이 4.3추모행사를 치러왔다.

이제 정부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4.3을 국가추념일로 지정한 만큼 여와 야, 진보와 보수, 종교의 성향을 떠나 진정 도민의 아픔을 이해하고 함께 나누어야 한다고 본다. 본인은 기독교인으로 4.3추모방식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매년마다 4.3주간은 예수고난을 기념하는 사순절과 겹치고 있다. 사순절을 통하여 4.3으로 희생되신 분들의 안타까운 죽음과 고통을 예수고난과 더불어 묵상하고 경건한 삶의 실천을 통해 함께 이웃사랑을 실천했으면 좋겠다. 정신적 공황 가운데 살아온 노령의 유가족들을 그리스도인들이 찾아가 위로하고, 기도와 사랑으로 돕는 것이 진정한 종교인의 자세가 아닌가 싶다.

▲ 오승학 전 4.3유족청년회장
이러한 마음으로 교파를 떠나 제주 평신도 기독교인들이 중심이 되어, 4.3의 치유와 평화를 하나님께 기원하고자 하는 뜻을 모으게 되었다. 역사적인 4.3국가추념일 지정을 맞아 평신도와 유족 도민과 함께하는 4.3추모예배를 제주4.3평화기념관 대강당에서 4월 3일 오후2시에 개최하게 된다.

이번 4.3추모예배는 이념, 교파, 인종, 출신, 성별 등을 초월하여 강도 만난 이웃을 도왔던 선한 사마라아인과 같은 마음으로 4.3의 아픔을 치유하고 해원하고자 한다. 그동안 4.3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로 인해 일부지만 교계에서 4.3을 멀리했던 것을 회개하는 의미도 있다.

늦었지만 이제 예수사랑과 생명과 평화의 정신을 4.3추모예배를 통해 나누고자 한다. 이에 4.3유족과 도민, 그리스도인들이 함께하길 기원한다. /오승학 치유와 평화를 기원하는 그리스도인 모임 간사, 전 제주4.3유족청년회장  <제주의소리>

<제주의소리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