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공설시장 60주년] (하) 이정생 상인회장, “고난 끝에 기반 마련... 출발선 섰다”

서문공설시장과 함께 제주도 최초 공설시장으로 문을 연 제주동문공설시장이 올해 개장 60주년을 맞았다. 초창기 제주상업의 거점역할을 수행하며 대표시장으로 자리매김했지만, 대형 화재, 건물 노후화, 태풍과 하천 범람 등의 악재를 수도 없이 겪으며 풍파 속을 지나왔다. 그야말로 산전수전을 다 겪고 오늘에 이르렀다.

그러나 현대화사업과 시설 보강으로 경쟁력을 키우고, 먹거리 특화시장으로 거듭나면서 전국 최고의 성공한 전통시장으로 우뚝 자리매김했다. 이제 지나온 60년을 원천으로 새로운 60년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제주의소리>는 동문공설시장의 개장 60주년을 기념해 그 동안의 역사를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과제를 2회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  

우여곡절을 겪으며 60년 역사를 맞이한 제주동문공설시장이 앞으로의 60년을 꿈꾸기 위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이정생(68) 상인회장은 오래전 옛 공설시장의 영광, 아픔, 추억을 되새기며 “60년 동문시장은 이제 시작”라는 굳은 메시지를 남겼다.

1946년 50여명의 상인들이 길바닥에서 천막을 치고 출발한 공설시장의 태동기에 맞춰 성장해온 이정생 회장은 1984년 34살의 젊은 나이에 공설시장 상인들을 대표하는 상인회장에 올랐다. 이후 2003년 현대화 시설 준공, 2007년 태풍 나리 강타, 2007년 지상 주차장 건립, 2011년 먹거리 야시장 도입에 이어 올해 60주년이 되기까지 추락과 도약을 몸소 겪어왔다.

 ▲ 이정생 제주동문공설시장 상인회장.

그는 84년 부터 지금까지 30년 동안 상인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30년이 넘도록 대표하는 자리에 앉아있는 것은 결코 흔치 않은 일이다. 이런 시각에 대해서 자신도 충분히 의식하는 듯 했다.

이 회장이 생각하는 공설시장은 액자에 걸린 완성작품이 아닌 이제 그림을 그려갈 수 있는 조건이 갖춰진 캔버스다. 시대의 변화에 직면하고 대형 사고를 부딪치면서 지금까지는 다시 일어서는데 힘을 전부 쏟았다는 이유다.

그는 “자신이 회장에 취임할 당시, 2년 임기로 회장이 연임하거나 선출하는 과정에서 상인 간의 다툼이 말도 못했다”며 장기집권(?)의 이유를 하나 들었다. 그리고 유능하고 좋은 직원들이 보좌해주며 함께 일하고 있고, 아직 남아있는 과제가 있다는 말을 남겼다.

공설시장의 가장 큰 숙제는 전기변압기, 오수관 시설이란 구조적인 문제다. 공설시장은 두 시설이 모두 지하에 구축돼 있다. 지상 매장에서 사용하는 전기를 지하에서 통제하고, 매장에서 발생한 오수는 지하로 이어진 파이프를 거쳐 다시 밖으로 나온다. 나리가 들이닥쳤을 때 피해 복구에 1년이 넘게 걸린 이유도 이러한 구조가 한 몫을 했다. 이 회장은 반드시 이 두 가지 시설을 지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전국적으로 60년 넘는 공설시장을 보기 힘들다. 자부심, 긍지를 가져야 할 분들은 시장 상인뿐만 아니라 도민 분들이다. 도민들께서 오랫동안 애용해주시고 사랑해주신 덕택”이라며 몇 번이나 쓰러질 뻔 한 공설시장을 지켜준 은인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 저렴한 가격에 신선한 회를 맛볼 수 있는 공설시장. 부담 없는 가격에 국밥과 질 좋은 근고기도 만날 수 있다. 

특히 '먹거리 식당-야시장'이란 특성이 점차 자리잡아가는 요즘을 보며 "이제야 시장답다고 느껴진다. 앞으로 더욱 좋아질 것 같다"는 기대 또한 숨기지 않았다.

공설시장은 2011년부터 먹거리 시장개념을 도입했다. 최초로 조성한 수산시장은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저렴한 가격의 회센터, 육고기 전문점, 국밥집 등 종목을 다양화하면서 서서히 인기를 끌고 있다. 대형버스 8대가 동시에 주차할 수 있는 공간도 시장 옆에 바로 조성되면서 높아진 접근성도 인기요인 중 하나다. 이 회장은 도민, 관광객 모두가 부담없이 찾을 수 있는 제주도 1등 야(夜)시장이 공설시장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대형마트, 편의점, 주변 재래시장이 둘러싼 상황에서 먹거리 특화 야시장이라는 자구책을 찾아 기어코 희망을 틔워낸 노력과, 적지않는 나이임에도 공설시장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찾는 모습은 이 회장이 30년 넘게 자리를 지킨 이유일 것이다. 삶의 대부분을 공설시장에서 보낸 이 회장은 제주도 지역경제살리기 범도민회 공동대표직도 맡고 있으며, 제6~7대 제주시의원도 역임한 바 있다.

끝으로 “요즘은 100세 시대라고 한다. 60년이면 중장년층이다. 60년 동문시장은 이제 시작이다. 갖춰질 것이 이제야 다 갖춰지면서 출발선에 섰다. 앞으로 발전하는 모습을 함께 지켜봐달라”고 변함없는 사랑을 간곡히 부탁했다.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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