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문화예술축전 역사맞이 거리굿···함께하는 예술로 아픔 승화

 

▲ 3일 '역사맞이 거리굿'이 열린 시청 앞 거리. ⓒ제주의소리

늘 상처받을 수 없는 보통 서민들, 민중들에게는 해방구였던 굿판. 4.3에 대한 아픔과 절절함을 이 굿의 힘을 빌려 풀어냈다.

3일 오후 5시 제주시청 부근 거리에서 열린 4.3문화예술축전 ‘역사맞이 거리굿’이다.

제주민족예술인총연합은 4.3이라는 역사주제를 다양한 사람들과 공유하기 위해 2001년부터 매년 이 시기 거리라는 공간을 택해왔다. 역사를 추체험하고 공동체복원을 기원하는 ‘살림굿’이다. 동시에 불특정한 순간과 관객들이 한 데 어우러지는 다원축제다.

이 날 거리굿은 1945년 해방부터 1947년 3.1발포사건, 그 후로 이어진 도민들의 입산, 4.3과 5.10 단선 거부 운동과 같은 과정들을 풀어냈고, 철쭉과 동백꽃을 들어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며 전체 굿을 마무리했다.

놀이패 한라산의 흥겹고 노련한 연기, 어린이민요단 소리나라의 깜찍한 무대가 흥을 돋우었다. 여고생 밴드 TEAL, 뚜럼브라더스, 양호진밴드, 김강곤&조애란, 민요패 소리왓, 풍물굿패 신나락, 양호진밴드, 모다정의 공연 역시 전체 주제의식 아래에서 때로는 무겁고 슬프게, 때로는 흥겹게 분위기를 이어갔다.

객석과 무대를 크게 구분짓지 않고 누구나 참여해서 한 데 어우러질 수 있는 ‘열린 굿판’이었다. 마지막으로 희생자들의 넋을 기릴 때는 관객이 모두 한 가운데로 나와 어우러져 춤을 추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제주향토음식연구원은 바로 곁에서 4.3 당시 제주도민들이 직접 먹었던 지슬(감자), 고구마를 납작썰어 말린 빼때기, 그냥 먹기 힘든 잡곡들은 가루를 만들어 다른 작물들과 섞어 만든 범벅을 나눠줘 눈길을 끌었다. 

 

▲ 3일 '역사맞이 거리굿'이 열린 시청 앞 거리. ⓒ제주의소리

예술감독을 맡은 최상돈 제주민예총 문화기획위원장은 “4.3의 전개과정을 낱낱하게 보여준다기보다는 앞으로 미래지향적인 평화의 이미지, 4.3에서 배울 수 있는 제주도민의 자존심을 갖고 정서적인 공유를 하는 게 취지”라며 “아픈 기억들도 많지만 여기서는 함께 놀다갈 수 있는 굿판으로 준비했다”고 말했다.

특별한 손님들도 찾아왔다. 계속 4.3위령제, 문화예술축전과 연을 맺어오고 있는 일본 평화운동가 단체 ‘한라산회’다. 앞서 이 날 오전 추념식을 참석한 이들 50여명은 창작곡 ‘한라산’을 이 날 무대에서 선보였다. 특히 당시의 절절함을 좀 더 가깝게 전달하기 위해 모두 한국어로 가사를 적었다.

오키나와 출신인 우미세도 유타카 한라산회 회장은 “오키나와는 전쟁피해를 입은 희생자들이 있다는 점에서 제주와 공통점이 있다”며 “앞으로도 유족들과 끊임없이 교류를 하면서 앞으로 이런 일들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음악으로 알리고자 한다”고 말했다.

4.3을 맞아 수학여행으로 제주를 찾은 이들도 이 날 거리굿에 방문해 눈길을 끌었다. 경남 함양고 관계자들이다. 이 학교 학생들은 4일 제주4.3평화기념관을 직접 찾아 역사의 현장을 직접 체험할 예정이다.

채현국 이사장은 “은폐된 역사라는 건 일부러 정신차리지 않으면 모르기 마련”이라며 “역사를 잃지 않아야 용서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학생들에게 이 같은 것을 저절로 깨우치도록 기념관을 방문할 예정인데, 마침 추념일로 지정됐다고 하니 정말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 3일 '역사맞이 거리굿'이 열린 시청 앞 거리. ⓒ제주의소리
▲ 3일 '역사맞이 거리굿'이 열린 시청 앞 거리. ⓒ제주의소리
▲ 3일 '역사맞이 거리굿'이 열린 시청 앞 거리. ⓒ제주의소리
▲ 3일 '역사맞이 거리굿'이 열린 시청 앞 거리. ⓒ제주의소리

 <제주의소리>

<문준영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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