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경→정홍원→하태경, 연일 ‘쟁점화’시도…6.4선거 악재 될라? 도당·예비후보 ‘끙끙’

   
제주4.3희생자로 결정된 사람들 가운데 남로당 핵심간부 등에 대해 재심사하겠다는 정부 방침이 알려지면서 ‘화해와 상생’이란 4.3정신을 거슬러 다시 갈등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66년 만에 첫 국가행사로 치러진 4.3국가추념일을 전후해 ‘희생자 재심사’ 논란이 격화되면서 보수의 목소리와 4.3민심 사이에 낀 새누리당 제주도당과 도지사 예비후보들이 60일 앞으로 다서건 6.4지방선거에서 악재가 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이 지난 2일 ‘희생자 재심사’가 가능토록 한 4.3특별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정홍원 국무총리가 4.3추념식 당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문 답변을 통해 4.3희생자 선정과정의 적절성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밝혀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날 오전 제주4.3평화공원에서 열린 66주년 4.3희생자 추념식에 정부대표로 참석해 “과거의 아픈 역사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갈등과 대립을 관용과 화합으로 승화시켜 미래를 향한 더 큰 디딤돌을 놓았다”며 국가추념일 지정 의미를 평가한 것과는 엇갈린 행보다.

애초 ‘희생자 재심사’ 논란의 불씨를 피운 하태경 의원은 4일에도 기자회견을 갖고 4.3희생자 재심의에 대한 정홍원 총리의 결단을 촉구하며 연일 쟁점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에 제주지역 정치권과 시민사회, 4.3유족들은 격하게 반응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제주도당과 정의당 제주도당(준)은 “국민대통합을 원하는 상황에서 도민들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행위를 중단하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시민사회 진영의 목소리는 더 격앙됐다.

제주참여환경연대, 제주주민자치연대 등은 성명을 통해 “(희생자 재심사 주장은) 극우보수집단의 주장과 맞닿은 상식 이하의 내용”이라고 평가절하한 뒤 “극우보수집단의 논리대로라면 무고한 양민을 학살한 군경은 어찌해야 하나. 아물어가는 4.3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행위를 당장 중단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무엇보다 새누리당 제주도당의 입장이 난감하게 됐다.

새누리당 제주도당은 하태경 의원의 ‘희생자 재심사 법안’ 발의 소식이 알려지자 곧바로 논평을 내고 “4.3이 화해와 상생으로 가는 마당에 아직도 일부 인식을 달리하는 사람이 있는 것 같아 통탄스럽기까지 하다”며 선긋기에 나섰다.

특히 “하태경 의원이 ‘4.3희생자 재심의 법안’을 발의한 것이 공식 당론은 아니”라며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법안 발의를 강력히 저지하겠다”고 도민들 앞에 천명했다.

하지만 이러한 공언은 하루 이틀이 지나면서 곧바로 ‘허언’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정홍원 총리가 4월3일 오후 국회에서 하태경 의원의 ‘4.3희생자 재심사’ 4.3특별법 개정과 궤를 같이 하는 “심의과정에서 32명은 제외된 것으로 알고 있고, 최근 53명에 대해 문제제기가 있는 것으로 안다. 그 점에 대해서는 검증을 거치도록 하겠다”고 답변한 것. 이날 오전 4.3평화공원에서 한 추념사와는 180도로 입장을 바꾼 것이다.

여기에 더해 하태경 의원은 4일 기자회견을 열어 “독립운동가들을 추모하는 자리에 친일파 위패가 섞여 있는 것을 용납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4.3희생자를 추모하는 자리에 가해자인 인민군 사단장이 포함되어 있는 지금의 ‘비정상적’인 상황을 하루 빨리 ‘정상’적인 상황으로 바꾸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주지역 야권은 이를 ‘여당發 4.3 흔들기’가 노골화 되고 있다고 보고, 총공세를 펴고 있다. 특히 새누리당의 유력한 제주도지사 후보인 원희룡 후보에게 공격이 집중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제주도당은 4일 성명을 내고 “총리의 망언은 4.3을 국가추념일로 지정해 놓고도 이념적 이유를 내세운 대통령의 불참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라며 “새누리당 박근혜 정권의 제주4.3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결과”라고 비판했다.

또 새누리당 도당과 원희룡·김방훈·김경택 후보에게 사과와 함께 분명한 입장과 책임 있는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등 악화된 ‘4.3민심’을 고리로 정치공세에 주력했다.

같은 당 고희범 예비후보도 기자회견을 갖고 “제주4.3 66주년을 기점으로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권 차원의 4.3흔들기 시도가 노골화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그는 “유족과 도민들은 그동안 화해와 상생, 포용의 정신으로 가해자 처벌을 원하지 않았다”면서 “새누리당의 4.3흔들기는 치유되어 가는 제주사회를 다시 분열로 몰아넣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우남 국회의원도 성명을 내고 “이번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의 4.3특별법 개악 과정과 정홍원 총리의 4․3희생자 재검증 발언을 지켜보면서 지난 2008년 4.3위원회 폐지법안을 공동 발의한 원희룡 도지사 예비후보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며 ‘원 포인트’ 공격에 집중했다.

새누리당 제주도당은 각종 선거 때마다 터진 중앙發 ‘4.3악재’로 번번이 선거에 패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원희룡이라는 ‘스타 정치인’을 내세워 모처럼 지방권력 쟁취의 호기를 잡았던 새누리당 제주도당이 난관을 어떻게 돌파해나갈 지 주목된다. <제주의소리>

<좌용철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