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미술제 국제학술세미나 ‘구로시오 비극의 연대와 동아시아의 평화’. ⓒ제주의소리

4.3미술제 국제학술세미나···“정치·군사적 전략에 맞서 각국 예술가 모이자”

 

▲ 4.3미술제 국제학술세미나 ‘구로시오 비극의 연대와 동아시아의 평화’. ⓒ제주의소리

4.3문화예술축전 중 빼놓을 수 없는 프로그램인 4.3미술제가 21회를 맞아 변신했다. 기존 탐라미술인협회 회원제 성격에서 벗어나 문호를 넓힌 것. 제주미협과 한라미협의 작가들에도 문을 열었고 타국의 예술가들도 참여했다. 확산성에 초점을 맞춰 ‘국제미술제’로서의 위상을 정립한다는 구상이다.

5일 미술제 개막식에 앞서 제주도립미술관 강당에서 열린 국제학술세미나 ‘구로시오 비극의 연대와 동아시아의 평화’ 역시 이 같은 지향점을 잘 나타냈다.

이 날 세미나에는 현기영 소설가와 문학평론가 이명원 경희대 교수 등 한국 측 인사들과 함께 창포신 타이난 예술대학 교수, 후지무라 마이 광운대 교수 등 대만과 일본의 학자들도 함께 참여했다.

비극의 연대라는 표현에 맞게 대만, 일본 오키나와, 제주도 세 섬은 역사에 휘말려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는 슬픈 현대사를 공유한다.

중화민국 통치에 맞선 대만 본토인들의 항쟁에서 3만여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1947년 228사태, 2차 대전 과정에서 일본 본토 중 유일하게 지상전 공격을 받았고 이 과정에서 군에 의해 끝까지 싸움에 내몰리면서 또 집단자결을 하면서 10만명의 민간인 희생자를 낸 오키나와, 그리고 4.3을 겪은 제주도.

창포신 교수는 진계인을 비롯해 대만 현대미술에서 228사태를 다룬 작품에서 드러난 저항 기법을 소개했고, 후지무라 마이 교수는 미군 해병대 비행장 바로 곁에 붙어있어 ‘전쟁이 아직도 지속되고 있는 철저한 현실’이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사키마 미술관의 사례를 설명했다.

이들 사이에 어떤 동질감을 발견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뒤이은 종합토론에서 나온 목소리는  ‘예술가들의 연대’였다.

박경훈 제주민예총 이사장은 중국을 포위하려는 미국의 초승달 전략 등 동아시아를 감싼 정치·군사적 이해관계를 언급하며 예술가들의 ‘동심원 전략’을 제시했다.

박 이사장은 “중국을 봉쇄하려는 미국의 전략과 그것을 뚫고 가려는 중국의 긴장관계가 완화되지 않으면 그 안에 작은 섬은 말려들 수 없다”며 “역사적 아픔을 공유하는 지역으로 시작해서 동심원의 고리를 만든다면 일종의 환상연대가 가능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지금은 제주도, 오키나와, 대만 이렇게 세 꼭지 중심으로 하지만 넓혀서 베트남, 러시아 남부, 일본 훗카이도까지 엮을 수 있다”며 “이 예술운동이 실제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4.3예술제를 통해 입증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연대가 과거로부터 이끌어온 진실의 목소리, 영원의 목소리를 통한 진심의 작전이 되는 것”이라며 “예술가들이 뭉쳐서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4.3예술제의 방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명원 교수 역시 “시각언어가 가진 보편성을 활용해서 각국 작가들이 서로에 대해서 깊은 수준에서 이해하는 데서 시작해 공통의 접점을 찾아내는 게 소중한 과제”라고 짚었고, 후지무라 마이 교수는 “우리의 공통점은 기억투쟁”이라며 “기억을 계승하면서 다같이 공유하게 되면 경험이 없는 사람도 충분히 어떤 표현을 가능하게 만든다”고 덧붙였다. <제주의소리>

<문준영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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