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A3블록 76잔여가구에 8192명 신청...“입주여건 마련”vs “차익 노린 투기” 엇갈린 분석

아파트 76가구를 분양하는데 무려 8192명이 몰렸다. 서울 강남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제주도 서귀포시에서 벌어진 일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제주 서귀포혁신도시 내 A3블록 분양주택에 대해 선착순 접수를 4월4일 하루 동안 받은 결과, 총 8192건이 접수됐다고 6일 밝혔다. 분양 물량은 최초입주자를 모집한 지난해 10월 당시 부적격 당첨, 미계약 등으로 발생한 잔여세대 76가구. 경쟁률이 무려 107대 1에 달한다.

 ▲ 서귀포혁신도시 조감도. 우측 하단에 아파트 548세대가 들어설 A3 블록이 위치해 있다.

이 같은 폭발적인 반응은 제주도 주택시장에서 화제가 됐던 지난 2012년 4월 신제주 노형 2차 아이파크 청약신청 당시 경쟁률 36대 1을 훌쩍 뛰어넘는 것이다. 특히 최초 서귀포혁신도시를 향했던 냉냉한 반응과 비교하면 정반대라고 표현해도 어색하지 않다.

서귀포혁신도시에는 현재 A1, 2, 3블록으로 나뉘어 총 1714호 규모의 공동주택이 건설되고 있다. A1, 3 블록은 LH가 건설하며 A2블록은 (주)부영이 맡았다.

450세대의 A1 아파트단지는 올해 신구간부터 입주가 이뤄진 상태이고, 548세대의 A3 단지는 분양을 마무리 짓고 건설 중에 있다. 716세대의 A2 단지는 올해 하반기에 착공될 예정이다.

서귀포시혁신도시 아파트가 처음부터 엄청난 반응을 보인 것은 아니다. 미달에 미달을 거듭하며 3순위 모집까지 넘어가는 경우도 있었다.

2012년 가장 먼저 분양시장에 나온 A1 단지는 최종 2.1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1순위 모집에서 일부 주택형 접수가 50%에 그치기도 하는 등 큰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2013년 나온 A3 단지 역시 첫 반응은 싸늘했다. 1순위에서는 343가구 물량에 273건만 접수돼 경쟁률이 0.8대 1에 그쳤다. 이어진 2순위 모집에도 4가지 주택형태 모두 청약이 마무리되는 규정 접수률 150%에 미치지(101%) 못하면서 3순위까지 넘어가는 ‘굴욕’을 맛봤다.

3순위까지 진행되는 접수 끝에 1개 형태를 제외한 나머지 모집에 대한 청약이 마감됐고, 한 개 주택형태는 2013년 11월 5일 무순위 접수로 넘기는 등 입주자를 찾기 위해 부단히 애를 썼다.

 ▲ 서귀포혁신도시에 들어설 A1~3 아파트 단지 위치(오른쪽).

그러나 마지막으로 남아버린 23가구에 대한 무순위 접수에서 반전이 일어났다. 393명이 신청하면서 17대 1이라는 자체 최고 경쟁률을 기록한 것. 그리고 올해 4월 4일 잔여세대에 대한 청약 결과, 이번에는 107대 1이라는 경쟁률로 다시 한 번 최고기록을 갈아치웠다.

2년 만에 완전히 다른 대우를 받게 된 서귀포혁신도시를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두 가지로 엇갈린다.

하나는 영어교육도시, 혁신도시 등의 대형 사업으로 인해 인구유입 여건이 마련되고, 제주시와 달리 제주도 고유의 자연경관이 남아있어 귀농귀촌 인구가 꾸준히 늘어나면서 실제 거주수요자가 몰렸다는 분석이다. 두 번째는 시세차익, 즉 ‘프리미엄’을 노린 투기성 수요라는 시각이 있다.

기존 혁신도시 아파트 청약 분위기를 크게 벗어나는 경쟁률에 대해, 일각에서는 서귀포지역의 잠재력이 점차 알려지면서 분명 인구가 유입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지만, 동시에 이런 현상을 겨냥한 투기도 상당부분 존재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투기성 수요와 관련해서는 지난해 전국 혁신도시로 이전하는 일부 공공기관 직원들이 분양받은 아파트를 되팔아서 이익을 챙긴 사례가 국정감사를 통해 밝혀지기도 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남아있는 부영의 A2 단지(716세대)와 함께 중흥S클래스가 올 하반기에 강정택지개발지구에 아파트 510세대를 분양할 예정이어서 당분간 서귀포지역 부동산 열기는 더욱 달아오를 전망이다.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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