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대전 주관단체 이관 두고 갈등···“당연히 전문단체가 해야” vs “시기상조”

제주미술 신인 작가들의 등용문 역할을 해온 40년 역사의 제주도미술대전이 파행을 맞을 위기에 놓였다.

한국미술협회 제주도지회(제주미협)이 현재 미술대전을 주관하는 한국예술인총연합 제주도지회(제주예총)에게 ‘이관’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보이콧까지 고려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제주도미술대전 이관 범미술인추진위원회’는 6일 제주문화예술재단 회의실에서 첫 회의를 열고 행보를 본격화했다. 추진위는 제주미협 고문단 등과 한라미협, 탐미협 내 인사, 관련 학과 교수 등 76명의 미술인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이 날 회의에서 제주미협으로 이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주관기관인 제주예총이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미술대전 발전을 위해 신진작가나 대학생들과 소통이 이뤄진 적이 없고, 해 마다 출품 수는 줄어드는 등 신진작가들에게 미술대전에 대한 관심을 잃게 하고 있다”며 “결과적으로 제주미술 발전을 위한 신진작가 등용문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전국 12개 시도미술대전 중 전남과 제주만이 예총에서 개최하고 있는데, 전남 미술대전도 전남미술협회로 이관을 추진하고 있다”며 “9개 장르 260여명의 회원을 가졌고, 미술대전 운영위원으로서도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만큼 역량있고 전문성을 지닌 제주미협이 제주도미술대전을 개최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날 회의 중에서는 ‘미술대전 보이콧까지 감행하자’는 의견이 참가자 대다수의 호응을 얻으면서 자칫하면 올해 미술대전이 제대로 개최되지 못할 지경에 이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추진위는 이달 중 범미술인과 도민을 상대로 이관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오는 8일에는 도 문화정책과와 제주예총에 공식 입장을 전달한 뒤 오는 18일 기자회견도 열 계획이다. 이때까지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보이콧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김성환 제주미협 회장은 “상금, 작품 규격의 비현실성 등 각종 문제가 고질화 돼왔고 제주예총은 이 상황에서도 발전방향을 모색하지 않았다”며 “또 현장의 미술가들과 소통은 커녕 공청회 한 번 열지 않는 등 전문단체가 아니어서 생긴 문제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주미협은 80년대만 해도 회원수가 50명 남짓이라 여력이 안됐지만 지금은 300명에 이르는 회원이 있고 전문성이 있는 만큼 역량이 충분하다”며 “도청에서도 이 문제의식에 공감을 하면서도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전부터 이어져오던 ‘이관’ 논란이 본격화 된 것은 올해 1월. 제주미협의 28대 회장으로 연임된 김성환 화가가 ‘미술대전 이관’을 내세우면서부터다. 이들은 40년 동안 미술부문과 사진, 건축부문이 미술대전에 포함돼 있는 자체부터가 시대의 변화에 뒤떨어진 것이라고 문제를 제기한다.

하지만 제주예총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현재 건축과 사진 분야 까지 합쳐 미술대전이 함께 진행되는 상황을 개선하기가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것.

강창화 제주예총 회장은 “만약 제주미협으로 이관을 하게 되면 나머지 건축과 사진 부문도 각 협회에 이관을 해줘야 할텐데 그럴 경우 미술 외 다른 2개 단체는 사장되버릴 수 있다”며 “여건이 조성이 되면 내놓을 수 있지만 지금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또 “미협이 미술대전을 이끌 수 있는 자생력이 확보된다면 언제든 논의를 할 수 있지만 지금 당장 내놓으라고 하는 건 무리로 보인다”라며 “당장 내년에 이관에 됐을 때 운영이 불안정한데 얼른 내줄 수가 없다”고 답했다. <제주의소리>

<문준영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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