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백훈, 사기(史記)로부터 배우는 인생> 수서양단(首鼠兩端)

수서양단(首鼠兩端)이란 말은 ‘쥐구멍에서 머리를 내민 쥐가 양쪽을 번갈아 본다’는 뜻으로, 양다리를 걸치고 태도를 분명히 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사기>의 ‘위기후열전’에 나온다. 한무제 때 외척인 두영(竇嬰)과 전분(田蚡)이란 신하는 강력한 권세를 누리며 서로 황제(皇帝)의 인정받으려고 오랫동안 경쟁관계에 있었다. 그러다 전분이 승상이 되자 사람들이 모두 두영으로부터 떨어져 나와 전분에게 갔다. 오직 장군 관부(灌夫)만 두영을 변함없이 추종했다.

관부는 사람됨이 강직했으나 술만 마시면 세력 있는 자와 시비를 거는 버릇이 있었다. 그렇게 두영과 전분 두 신하가 하찮은 일로 시비가 벌어져 그 흑백을 가리게 된 것이다. 황제는 검찰총장격인 어사대부 한안국(韓安國)에게 그 시비를 묻자, 판단하기 곤란하다 했다. 황제도 시비를 못 가리고 화를 내며 나가 버렸다.

이에 전분(田蚡)은 대답을 회피한 어사대부 한안국(韓安國)을 불러 "그대는 구멍에서 머리만 내민 쥐처럼 엿보기만 하고, 이비곡직(理非曲直)이 분명한 일을 얼버무리는가?"라고 쏘아붙이며 말했다고 한다. 여기까지는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하지만 한안국이 전분에게 체통 없이 황제 앞에서 싸우고 겸손하지 못하였음을 지적을 하자 ‘다툴 때는 마음이 다급하여 이러한 것 까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라고 반대로 사과 한 대목은 잘 안 알려져 있다.
 
괸당과 친구 사이에서 눈치 보는 사람

‘수서양단’의 형태가 꼭 나의 처지 같아 생각을 많이 해본다. 6.4 지방선거에 제주도지사 예비후보로 많은 사람들이 나왔다. 그 중에서 특별한 필자와는 같은 마을이고 친척지간인 유명하신 분이 있고 아울러 30년 친구지간인 통합리더십을 가진 분이 있다. 두 사람 모두 훌륭한 도지사 감이다. 하지만 솔직히 어느 한쪽을 공공연히 지지하며 처신하기가 어렵다. 마치 ‘구멍에서 머리 내민 쥐 모양’ 두리번거리는 꼴이 내 꼴이다. 친척 중에서는 괸당이 우선인데 ‘뭔소리 하느냐?’고 질책하는 사람도 있고 반면에 ‘세대교체’를 주장하는 친구들의 눈치도 있다.

도민의 선택은 하늘의 뜻이다

다른 후보들도 다 도지사를 할 만한 분들일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늦게 들어와 판세를 뒤 흔들고 다른 후보의 출마에 변수를 가져오게 하고 있는 중앙정치에서 유명한 후보도 있다. 누가 당선되더라도 그것은 하늘의 뜻으로 받아 들여야 될 것이다.

‘한줌의 흙이라도 사양하지 않아야 태산이 된다.’ 이 말은  《사기(史記)》 〈이사열전(李斯列傳)〉에 나오는 말로서, 태산은 작은 흙덩어리도 가리지 않고 받아들임으로써 큰 산이 되었다는 뜻으로, 도량이 매우 넓음을 이르는 말이다. 진나라 왕에게 왕족과 대신들이 외국출신 대신들을 축출하자고 들고 일어났고, 이사(李斯) 역시 그 대상에 들었다. 이에 이사는 상소를 올려 자신의 뜻을 전했다. 다음은 그 상소문의 끝부분이다.

“신이 듣건대, 땅이 넓으면 곡식이 많아지고, 나라가 크면 백성이 많으며, 병력이 강하면 병사가 용감해진다고 합니다. 태산은 본디 한 줌의 흙도 사양하지 않았으므로[泰山不辭土壤] 그렇게 높을 수 있으며, 하해(河海)는 작은 물줄기라도 가리지 않았으므로[河海不擇細流] 그 깊음에 이른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왕은 백성들을 물리치지 않음으로써 그 덕망을 얻을 수가 있는 것입니다. 이리하여 국토는 사시사철 아름답고 귀신이 복을 내립니다.”라고 하였다.

전-현직 지사들의 인생을 제주의 자산으로 삼아야

새로 당선된 도지사는 부디 전현직지사들을 포함하여 모든 제주도인을 통합하여줄 것을 감히 주문하고 해줄 것이란 믿음을 가져본다. 제주도의 인적자산이 타도에 비해 빈약한 것 아닌가. 모두 힘 모아서 분야별로 적재적소에서 활동할 수 있게 상호응원 해주어야 그 분들의 인생자체가 우리 제주의 보물이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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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백훈 한국강사협회 제주지회장. 농협 전 제주본부장.
새로운 도지사가 큰 산(泰山)도 되고 깊은 바다(河海)가 되려면 한 줌의 흙, 한 골짜기의 작은 물줄기도 가리지 말고 모아야 한다. 어느 후보든지 이렇게 할 것을 공약한다면, 권력을 사유화 하지 않을 것이란 믿음 주는 후보라면, 그리고 도민들 앞에서 정책토론을 하되 상호비방전 하지 않는 후보를 가려 내여 ‘수서양단’의 쥐처럼 눈치 보지 않고 지지해야겠다. / 신백훈 한국강사협회 제주지회장. 농협 전 제주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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