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이 직접 입력, 확인절차도 허술...공동자료집 개인 업적으로 등록 '시끌시끌'   

제주대학교 교수 연구업적 평가 제도의 부실이 드러났다.

지난 12일 제주대학교 전 교직원이 공유하는 내부 게시판에 일어일문학과 K 교수의 이름으로 ‘교수 업적평가 문제점 및 개선방안에 대한 제언’이란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K 교수는 “인문대학 교수 업적평가 진행 절차의 불미스러운 사실을 발견했다. 혼자만 알고 지나간다면 다른 선량한 교수들에게 피해가 가기 때문에 글을 올렸다”고 게재 이유를 밝혔다.

게시글에는 “교수들의 연구업적은 교수 개인의 양심에 따라 직접 입력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누구도 다른 교수들의 업적에 관여하지 않고, 비밀을 보장하고 있다”며 “우연히 (같은 학과)L 교수가 개인 논문이나 학술저서가 아닌 단순 자료집을 학술저서로 둔갑시켜 200점의 업적 점수를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적혀있다.

이어 “인문대학 부학장을 통해 문제를 제기했다. 원칙에 따라 업적평가위원회가 다시 열려 공개석상에서 잘못을 인정하면 끝날 일이었지만, 그러지 않았다”며 “금년도 업적평가는 내년 각 교수의 성과급, 연봉제와 관계돼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고 했다.

실제 교수 업적 평가 제도로 인해 모든 교수는 A.B.C.D.E 그룹으로 나뉜다. 상위그룹인 A그룹에 속한 교수는 개인적 명예는 물론 더 높은 성과급 등을 받을 수 있다. 또 상대평가로 진행되기 때문에 누군가 높은 점수로 A그룹에 속하게 된다면 누군가는 B그룹으로 떨어지게 된다.

이와 관련해 [제주의소리]가 게시판에 글을 올린 K 교수와 직접 통화했다.

K 교수는 “L 교수는 인문대학장이다. 자신이 연구업적을 올리고 자신이 심사하는 격”이라며 “이번에 연구업적으로 올라온 자료집은 재일제주인센터에서 만든 홍보물이다. 이것을 학술저서 처럼 속여 통과시킨 것은 옳지 못하다. 게다가 공동 저서인데도 혼자 이름으로 등록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더구나 200점의 가산점을 받았다. 이는 교수 개인 논문 2개 정도에 해당하는 가산 점수다. 제주대학교 교수 업적평가 제도는 엉터리다. 모든 교수들이 맘만 먹으면 교수 업적을 몰래 바꿀 수 있다"며 "이번에 우연히 발견했다. 관심 갖고 검토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또 L 교수에게 다른 업적 자료를 확인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답이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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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란이 된 자료집에 들어 있던 L 교수가 직접 작성한 자료집 관련 안내문.

이에대해 논란의 중심에 선 L 교수는 [제주의소리]와 전화통화에서 자료집 저서 등록과 관련, 절차적 실수는 인정하면서도 고의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L 교수는 “지난해 10월 재일제주인센터에 있을 때 '제주인과 민족교육'이란 주제로 학술세미나와 전시회를 열었고, 많은 사람들이 고생한 자료”라며 “그래서 ‘자료들을 모아 책으로 만들어 두자’는 얘기가 나왔다. 그렇게 만들게 된 자료집이다. 그런데 자료집을 공동으로 작업했던 연구원이 발행인 이름에서 빠져 있었다. 개인 업적으로만 등록된 것은 내 부주의”라며 실수를 인정했다.

이어 “하지만 고의성은 전혀 없었다. 업적을 신청할 때도 '일단 올려보자'란 마음으로 신청했다. 이후 업적으로 인정됐길래 ‘되는 구나’하고 넘어갔다”며 “인문대 학장으로서 악의성을 가지고 등록한 것은 아니다. 이제까지 교수 업적평가위원회는 일일이 내용을 확인하지 않고, 점수 위주로 확인만 했다. 이번에도 예년처럼 진행한 것이다. 철저한 검사가 없는 점은 문제”라고 제도적 미비점을 인정했다.

논란이 되자 L 교수는 자료집 관련 연구업적을 뒤늦게 '미승인'으로 처리했다.

L 교수는 “평가 점수를 올렸다면 당연히 업적평가위원회를 열어 정정 사유를 설명했겠지만, (미승인 처리로 인해 점수가 다시)내려갔기 때문에 굳이 업적평가위원회까지 열 필요는 없을 것 같아 학과장 회의에서만 언급했다”며 “따지면 업적평가위원회를 열지 않고 관련 내용을 언급한 것도 내 잘못이 맞다”고 했다. 

K 교수에 대한 언급도 했다.

L 교수는 “K 교수가 다른 연구 업적을 검토해야 한다고 언급한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런데 나에게 직접 말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주위 교수들에게만 말하고 있다. 그래놓고 다른 자료들을 안보여주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두 교수의 의견은 다소 차이가 있지만, 제주대학교 교수 업적 평가 제도에 허점이 있다는 데는 어느정도 의견을 같이한 셈이다. 

통상 매해 3월 말부터 4월 초까지 교수들은 자신의 업적을 등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등록된 업적은 각 학과 조교가 내용을 정리해 각 단과대학 행정실에 2차 등록한다. 이후 행정실에서 인정하면 업적이 인정된다.

각 학과장으로 구성된 교수 업적평가위원회가 있지만 해당 업적에 맞는 점수가 책정됐는지 확인할 뿐 등록된 업적 확인절차는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대학 내 여러 곳에 확인을 시도했지만, 모두 "관여할 일이 아니"라며 입을 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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