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병의 제주, 신화 2] (11) 천지왕본풀이 7-본풀이와 심방글(巫堂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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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민족 최초의 국가 배달.

(1) <천지왕 본풀이>와 『환단고기(桓檀古記)』기록들 

나는 <천지왕 본풀이>의 마지막 원고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여기까지 왔다. 우리의 고대사가 하늘의 신 환인이 세운 환국, 환인의 서자 환웅이 세운 배달, 그리고 하늘의 아들 천자(天子), 단군이 세운 고조선, 동부여, 고구려로 이어져 조선이란 나라가 되었으며, 이 나라가 세계 문명에서 가장 오래된 요하문명, 홍산문화의 중심에 세운 신시의 나라, 배달의 민족국가라 적고 있는 우리의 역사서『환단고기』의 신들, 삼황오제(三皇五帝)가 <천지왕 본풀이>의 신들, 초감제 ‘제청신도업’에서 굿판에 불러오는 신들, 하늘의 삼황(三皇), 천·지·인황[三皇]과 태호복희씨, 염제신농씨, 그리고 치우천왕, 그리고 헌원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본풀이의 근거는 몇 해 전에 고인이 된 큰 심방 이중춘 옹이 생전에 들려주던 증언에 의하면, 사략초권(史略初卷), 중국의 역사서 십팔 사략을 국한문 혼용체로, 조선 1772년(영조 48년)에 만들어진 『사략언해』에 나오는 내용이라 했지만, 그 내용은 우리의 고대사를 전하는 『환단고기』에 나오는 우리의 역사였으며, 그것이 굿본 <천지왕 본풀이>에 남아 전해 온다는 것이다.

너무나도 놀라운 사실이었다. 태호복희씨, 염제신농씨. 헌원과 치우천황 들이 중국의 신들이 아니라 동이족이며 배달의 민족 우리의 신들이라는 것은 너무나도 충격이었다. 그러므로 <천지왕 본풀이>에서부터 우리의 역사, 우리의 신화를 더욱 깊이 관찰해야 하는 이유가 생겼다. 그러므로 나는 우리의 신화, <열두 본풀이>를 다시 검토해 보아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제주의 원주민이여. 그리고 제주를 아직은 본향(本鄕)으로 느끼지 못하는 이주민이여, 제주의 신화 속에서 한국의 미래를 보자. 제주의 미래를 설계하자.

여기 창세신화 <천지왕 본풀이>에 보이는 놀라운 사실들이 9천년 한민족의 불가사의한 역사서 『환단고기(桓檀古記)』에는 한민족 고대의 나라 고조선(古朝鮮) 이전, 6000년 전에 이미 배달(단국)[檀國], 9000년 전에 환국(桓國)이 있었다고 하였다. 배달은 ‘밝다’를 뜻하는 ‘배’와 땅을 뜻하는 ‘달’이 모여 ‘동방의 밝은 땅’을 뜻 한다. 배달을 달리 ‘단국’이라 부르는 것도 환단사상(桓檀思想)에서 유래한 것이라 하였다. 

『환단고기(桓檀古記)』는 환(桓)․단(檀)․한(韓)의 원뜻, ‘광명사상’을 기록하였다. 먼저 광명(光名) ‘환하다’의 ‘환’은 이 우주를 가득 채우고 있는 하늘의 광명, 천광명(天光名)을 뜻한다. “달빛이 환하다”, “대낮같이 밝다”라고 할 때의 환이 바로 이 천광명의 환이다. 그리고 ‘단’은 박달나무 단(檀) 자인데, 박달은 ‘밝은 땅’이라는 뜻이다. 즉 단은 땅의 광명, 지광명(地光明)을 뜻한다. 그래서 ‘환단’은 천지의 광명이다.

또한 ‘한(韓)’은 ‘인간의 광명’, 인광명(人光明)이다. 그런데 이 한 속에는 환단, 즉 천지의 광명이 함께 내재되어 있다. 인간은 천지가 낳은 자식이므로 천지부모[天父地母]의 광명이 그대로 다 들어 있다. 한(韓)은 그 뜻은 수십 가지가 넘지만, 가장 근본적으로는 ‘천지광명의 주인으로서의 인간’을 뜻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환국 이래 동북아 한민족의 모든 역사 과정은 실로 환단[天地光明]의 역사이다. 그리고 역사를 기록한 『환단고기』는 천지광명의 역사서이다.

『환단고기』에 의하면, 신교(神敎)는 삼신상제님을 모시는 인류의 원형 신앙이다. 그러므로 신교는 ‘삼신상제님[神]의 가르침으로 세상을 다스린다’는 것이다. 한민족은 ‘천제(天祭)’를 올려 상제님에 대한 신앙을 표현하였다. 한민족의 천제문화는 9천 년 전 환국을 연 환인 때부터 시작된 것이다.

‘환인 천제께서 천신(삼신상제님)에게 지내는 제사를 주관하였다[主祭天神]’라고 기록하였고,  약 6천 년 전에 배달을 개척한 환웅천황도 나라를 세우면서 천제를 지냈고(『태백일사』 「환국본기」), 단군왕검도 상제님께 천제를 올리고 아사달에 도읍하였다.(『단군세기』) 이와 같이 제천(祭天) 문화로 나타난 한민족의 상제신앙은 『환단고기』의 전편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

『환단고기』는 우주 만유가 생성되는 근원을 일신(一神)이라 정의한다. 일신은 조물주요, 도(道)요, 하나님이다. 그런데 일신이 실제로 인간의 역사 속에서 작용할 때는 언제나 삼신으로 나타난다. 한 손가락의 세 마디로 되어 있듯이 하나 속에는 셋의 구조로 3수 원리가 들어 있는 것이다.

『환단고기』에서 천자(天子)는 ‘천제의 아들[天帝之子]’이다. 천제(天帝)는 상제(上帝)의 다른 말이므로, 천자는 곧 상제님의 아들이라는 말이다. 천자는 상제님을 대신하여 땅 위의 백성을 다스리는 통치자요, 하늘에 계신 상제님께 천제(天祭)를 올리는 제사장이다. 한마디로 상제님과 인간을 연결하는 다리와 같은 존재다. 환국·배달·고조선 이래로 이 땅은 원래 천제의 아들이 다스리는 천자국(天子國)이었다.

천자의 가장 근본적인 소명은 자연의 법칙을 드러내어 백성들이 춘하추동 제때에 맞춰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책력(冊曆)을 만드는 것이었다. 배달 시대에 지은 한민족 최초의 책력인 칠회제신력(七回祭神曆)은 인류 최고(最古)의 달력이다. 역법에는 숫자가 사용된다. 그래서 책력의 시조라는 것은 곧 숫자 문화의 시조라는 것이다. 수의 기본인 일(一)에서 십(十)까지의 숫자는 9000년 전 환국 시절의 우주론 경전인 『천부경(天符經)』에 처음 보인다.

그런데 한민족의 최초로 창안한 숫자 문화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5500여 년 전, 배달 시대의 성인제왕인 태호복희씨가 1에서 10까지 수의 생성과 변화 원리를 찾아내어 하도(河圖)를 그렸고 또한 팔괘를 그었다. 하도는 4200년 전 우 임금이 창안한 낙서(洛書)와 더불어 동양 수학의 기반이며 상수학numerology의 토대이다. 그리고 복희 팔괘는 나중에 문왕 팔괘로 발전하여 『주역』의 기초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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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호복희씨의 하도와 낙서.

『단군세기』와 『태백일사』에 따르면, 고조선은 BC 2000년경부터 천문 관측 기술을 보유하였다. 고조선은 감성(監星)이라는 천문대를 설치하여 별자리를 간측하기 시작하였다. 그 결과 다섯 행성의 결집, 강한 썰물, 두 개의 해가 뜬 일 등 고조선 시대에 일어난 특이한 천문 현상을 오늘날까지 전하고 있다.

『환단고기』는 배달과 고조선이 창제한 문자를 기록하여 고대 한국어 문자문명의 발원처임을 밝혀 준다. 한민족은 배달 시대부터 이미 문자 생활을 영위하였다. 초대 환웅천왕(BC 3897~BC 3804)이 신지(神誌) 혁덕(赫德)에게 명하여 녹도문(鹿圖文)을 창제하였다. 이것은 가장 오래된 문자로 알려진 BC 3000년경의 쐐기문자(수메르)와 상형문자(이집트)보다 앞서는 세계 최초의 문자이다. 고조선 3세 가륵단군은 이 문자를 수정 보완하여 가림토(加臨土) 문자를 만들었다. 가림토의 모습은 조선 세종 때 만든 한글과 매우 흡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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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천지왕 본풀이>와 배달의 세 성황, 태호복희씨, 염제신농씨, 치우천황

백두산의 신시에서 출발한 배달국은 점차 도시국가의 틀을 벗고 동북아의 대국으로 성장하였다. 그 과정에서 특히 세 분 성황(聖皇)의 지대한 공덕이 있었다. 그 세 분은 태호복희씨, 염제신농씨, 그리고 치우천왕이다.

태호복희씨는 5,600년 전 사람으로, 배달국의 5세 태우의환웅의 막내아들이다. ‘크게 밝다’는 뜻의 태호(太昊)와 ‘밝은 해’란 뜻의 복희로 그 이름이 천지광명 사상을 담고 있다. 복희씨는 인류 역사상 최초로 가장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수의 체계를 세웠다. 또한 천지의 음(--)과 양(―)을 3수의 원리로 변화시켜 건乾(☰)·태兌(☱)·리離(☲)·진震(☳)·손巽(☴)·감坎(☵)·간艮(☶)·곤坤(☷) 팔괘를 그어 『주역』의 기초를 닦았다.

이로써 인간이 천지 시공간의 변화법칙을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었다. 또한 복희씨는 그물을 만들어 물고기 잡는 법을 알아내고, 야생 동물을 잡아 제물로 삼기도 하였으며, 혼인 제도를 정하고, 구침(九針)과 금슬(琴瑟)을 만들어 삶의 편리를 도모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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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제신농씨는 나무로 보습과 쟁기, 호미를 만들고 지력 있는 땅에 씨를 뿌리고 나무를 심고 채소를 재배하였다. 그러므로 신농씨는 농경의 시조요 동서의학사의 원조이다. 또한 시장을 개설하여 천하의 백성과 재보가 모여들어 교역이 이뤄지게 함으로써 도시문명과 산업을 일으킨 주인공이다. 신농씨가 세운 나라는 후손인 유망까지 모두 8대에 걸친 530년 동안 이어졌다.

배달은 14세 치우천왕이 백두산의 신시에서 대륙의 청구로 도읍을 옮김으로써 역사의 전환점을 맞이하였다. 치우천왕은 서방으로 출정하여 지금의 산동성, 강소성, 안휘성을 배달의 영토로 흡수하였다. 그런데 그 틈을 타서 서토 지역의 일개 제후였던 헌원이 치우천왕을 밀어내고 동북아의 천자가 되고자 모반을 꾀하였다.

급히 말머리를 돌린 치우천왕은, 탁록 벌판에서 헌원의 군대와 맞서게 되었다. 치우천왕은 법력이 고강하여 큰 안개를 잘 지었기 때문에 헌원은 매번 참패를 당하였다. 10년 동안 73회 접전을 치른 끝에 헌원은 천왕에게 항복하였다. 그 후 넓어진 강역을 다스리기 위해 도읍을 백두산 신시에서 서토에 가까운 청구(靑丘)로 옮김으로써 치우천왕의 전성기이자 배달의 전성기인 청구시대를 열게 되었다.

다음으로 오제(五帝)를 살펴보기로 한다. 소호(少昊) 금천씨(金天氏)는 동이족의 조상이고, 그 후손이 건국한 거국(莒國)은 춘추시대의 대표적인 동이국가이다. 후에 초나라에게 망하였다. 전욱고양씨(顓頊高陽氏)는 소호금천이 쇠하자 소호금천을 대신해 임금이 되었다.

『사기』「오제본기」에는 “전욱고양은 황제의 손자인 창의의 아들이다”라고 하였다. 전욱고양이 죽자 소호의 손자인 제곡고신(帝嚳高辛)이 임금이 되었다. 제곡고신의 이름은 준(俊)이고, 성은 희(姬)씨다. 할아버지는 소호금천이고 아버지는 교극(蟜極)인데 하남성 박(亳)이란 땅에 도읍을 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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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호복희의 사당인 용마부도사(龍馬負圖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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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무병 제주신화연구소장·민속학자.
굿을 공부하다 보니 이런 날도 오는구나. 인간 9,000년을 기록한 역사이며, 신들의 9,000날을 전승한 본풀이, 그 신의 말을 적은 ‘없어진 무당서’를 발견했다. 놀랍게도 『환단고기』의 기록은 우리 민족의 창세신화 <천지왕 본풀이>에 우리 민족 9000년의 역사를 주어 섬기듯 말하는 ‘심방의 말명’ 속에 남아 전한다. 심방의 구술로 전하는 신화의 이야기보다 더 또렷한 글로 된 역사서 『환단고기』의 발견은 나에게는 정말 행복한 충격이었다. / 문무병 제주신화연구소장·민속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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