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일홍의 세상사는 이야기 ⑦] 설문대 할망 프로젝트

청정제주의 싱싱한 농·수·축산물이 중국인·러시아인·유럽인들의 식탁에 오르는 광경을 상상해보라. 내국인보다 외국인 관광객이 더 많은 지구의 보물섬, 제주 아일랜드를 상상해보라. 이건 결코 발칙한 상상이 아니다. 신화는 당대인들의 꿈의 반영이다. 설문대할망 신화는 우리 조상 탐라인들이 섬과 육지를 잇는 ‘연륙의 꿈’을 꾸고 있었다는 반증이다.

그 신화적 상상력이 현실로 구현될 날이 멀지 않았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최근 GS건설은 중국 보리북방실업투자회사와 ‘호남~제주’고속철도사업 추진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14조원의 사업비가 투자되는 이 사업은 목포에서 해남까지 지상 66km는 철도로 잇고, 해남에서 보길도까지 28km는 교량으로, 보길도에서 제주까지 73km는 해저터널을 뚫는다는 구상이다. 제주~목포 간 고속철도가 연결돼 시속 350km로 운행할 경우 서울과 제주를 2시간 30분 이내에 오갈 수 있게 된다.

얼마 전 박근혜 대통령은 ‘유라시아 콘퍼런스’ 연설에서 부산을 출발해 북한·러시아·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관통하는 ‘실크로드 익스프레스(SRX)’를 실현해 나가자고 제안한 바 있다. 해저터널이 건설되면 제주를 SRX 물류 네트워크의 한 줄기로 추가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제주도가 유라시아 실크로드 출발점이 된다면 1차 산업 중흥의 획기적 전기가 마련되어 세계 최고의 자연식품 생산지가 되고, 전천후 ‘관광객 3천만명 시대’ 개막으로 세계 최대의 관광지로 탈바꿈하게 될 것이다.

이는 경천동지의 대사건으로 제주도가 향후 100년 동안 먹고 살 소득자원 창출이 가능하리라고 예상된다. 해저터널 건설은 고·양·부 세 신인(神人)이 탐라국을 개국한 이래 처음 시도되는 파천황의 대역사(大役事)다. 이 사업 수행을 위해 제주개발공사와 같은 공기업을 만들어 민·관 합작으로 추진함으로써 도민들에게 과실이 돌아가는 방안도 아울러 모색해야 한다.

분명히 이 사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요, 화수분이 될 수 있지만 반대도 만만치 않을 터이다. 반대자들의 주장은 크게 두 가지다. 해저환경 파괴와 제주도가 육지부에 종속된다는 것이다. 멀게는 영국과 일본에서, 요 사이는 터키에서 해저터널이 완공됐고 중국은 추진 중이다. 환경 파괴를 최소화하는 신공법을 도입하면 큰 문제는 없다. 육지부 종속은 최악의 시나리오인데 차선책도 있으므로 너무 피해의식에 젖을 필요가 없다. 제주도를 중심으로 세계지도를 거꾸로 보는 발상의 전환이 시급하다.(이 나라에는 왜 이리 헛똑똑이가 많은지 누가 무슨 얘길 하면 먼저 어깃장부터 놓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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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번 양보해서 반대논리의 타당성을 인정한다고 해도 우리가 잃을 것과 얻는 것, 손익계산서와 대차대조표를 작성해 면밀히 비교분석할 필요가 있다. 지금 우리가 하지 않는다면 언젠가 우리의 후손들이 하고야 말 일인데, 그들의 짐을 덜어줘야 하지 않겠는가?

해저터널 건설은 신화를 역사로 바꾸는 놀라운 위업이다. 나는 이것을 ‘설문대할망 프로젝트’라고 명명하고 싶다. 세월호는 인천~제주 간 정기 여객선인데 제주로 항해 중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했다. 해저터널이 있었다면 300여명의 단원고 학생들, 꽃다운 어린 생명들을 하늘나라로 보내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 장일홍 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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