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5일 우크라이나에 드디어 합법적인 대통령이 선출되었다. 당선자 포로셴코는 선결과제로 내전 종식과 질서회복을 내걸었고 유럽연합(EU)과의 무역협정을 통해 고용과 성장을 회복시키겠다고 한다.

또한 크림반도를 러시아로부터 찾아 오겠다고도 한다. 사실 한동안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의 무장 분리독립 운동 및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러시아의 군사적 개입이 있을지 모른다는 우려의 중압감 때문에 크림반도의 러시아 병합은 물 건너간 사건으로 보는 듯한 분위기도 없지 않았다.

포로셴코의 크림반도 언급은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서 러시아가 손을 때도록 하기 위한 성동격서(聲東擊西)의 의미도 있어 보인다. 어쩌면 러시아도 크림반도 병합을 기정사실화 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동부 국경의 긴장을 의도적으로 조성하였는지 모르는 일이다.

비록 일부 지역에서 투표방해 내지 선거거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새 대통령 당선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번 선거가 무위로 돌아가면 이를 러시아의 방해 때문으로 간주하여 경제제재의 단계를 높이겠다는 으름장을 받았기 때문이다. 포로셴코는 이틈을 놓치지 않고 친러 무장세력이 준동하고 있는 동부지역에 전투기와 헬리콥터를 동원한 강경진압을 벌이고 있다.

그는 따로 정당을 이끌고 있지 않은 사업가이자 정치인이다. 친 서방 유쉬첸코 정권에서는 외무장관, 친 러시아 야누코비치 정권에서는 경제장관을 지냈다. 그가 일으켜 세운 '로셴'(ROSHEN)은 초콜릿을 비롯한 과자 생산에서 세계 18대 기업으로 랭크되어 있다.

초콜릿의 제왕이라는 그의 별명답게 서방과 러시아의 중간에 서서 사업가의 능력을 잘 발휘할 것을 국제사회는 기대하고 있다.

초콜릿 제왕이 풀어나갈 숙제들

민감한 이슈인 나토(NATO) 가입에 대해 포로셴코는 '그것은 우크라이나 국민이 원하지 않는다'고 못 박는다. 친 EU 성향이 더 강했던 율리아 티모셴코는 13%밖에 득표하지 못했다. 이로써 미국과 유럽의 경기회복 국면에 자칫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었을 우크라이나 사태는 일단 관망의 단계에 들어섰다.

같은 날 28개 유럽연합 국가 전역에서는 나흘간에 걸친 유럽의회 선거가 막을 내렸다. 노동경쟁력, 소득수준, 경제발전 단계가 서로 다른 국가들이 경제를 통합하고 궁극적으로는 모두 한 화폐를 사용하자는 구상이 유럽연합인데 그렇게 되어 가는 과정에서 각 회원국들은 득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잃어버려야 하는 것들도 있다. 유럽 재정위기의 돌풍이 한바탕 지나간 지금, 양자 중 실(失)이 클로즈업되는 타이밍이다. 반(反)유럽통합, 반(反)'오스테리티', 반(反)이민을 기치로 하는 정당들의 진출이 두르러졌다. 프랑스의 민족전선(FN)당의 의석이 3석에서 25석으로, 영국의 영국독립(UKip)당도 13석에서 24석으로 늘었다.

대부분의 나라들이 자국 내에서는 소수당인 극우 또는 극좌 정당에게 표를 주어 유럽연합의 변화를 촉구한 것이다. 즉 하나의 잣대, 하나의 원칙 대신 개별 국가의 사정에 맞도록 자율의 폭을 넓혀줄 것을 바라는 것이다. 입법기관인 유럽의회는 비록 독자적인 법안상정은 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유럽집행위원회 또는 유럽이사회에서 올라오는 의안을 최종 의결하는 권한을 가진 중요한 기구다. 유럽인들이 이처럼 반기를 들고 나온 배경에는 유럽재정 위기가 어느 정도 지나갔다는 안도감이 자리하고 있는 것 같다.

안도감에서 나온 유럽의회의 반기?

실제로 아일랜드 정부의 10년 만기 국채의 수익률이 2.8%까지 떨어졌는데 이는 미국 재무성증권보다 불과 0.2%포인트 높은 수치다. 스페인과 이태리도 3%대까지 내려왔고, 가장 높은 이자를 물고 있는 그리스마저도 5%가 채 안된다. 불과 2~3년 전까지도 마의 7% 선을 넘나들던 나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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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국주 전 제주은행장.

유럽집행위원회 의장 경제고문을 역임했던 필립 르 그랭은 최근 파이낸셜 타임스 기고를 통해 "지금 가장 위험한 것은 위기가 지났다고 착각해서 개혁을 중단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유럽 여러 나라들의 국채금리가 현저히 낮아진 것은 미국 등 주요국들의 극단적인 양적완화 및 그것이 초래한 '수익률 사냥', 즉 조금이라도 높은 수익을 쫓아 이동하는 거대한 국제단기자금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수없이 논의되어 오던 여러 개혁들은 이제 막 시작할 단계에 와 있을 뿐이다. 대의원 751명의 유럽의회가 유럽의 발전을 위해 어떤 모습을 보여 나갈지 기대 반 걱정 반이다. / 김국주 전 제주은행장

* 이 글은 <내일신문> 5월 28일자 '김국주의 글로벌경제' 에 실린 내용입니다. 필자의 동의를 얻어 <제주의소리>에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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