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이 본 6.4선거] 대학생이 말하는 교육감의 자격, 철학, 정책/오군성 기자·연세대 법학과

6.4지방선거가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5월 30~31일 이틀간 시행된 사전선거의 투표율은 11.49%. 당초 예상보다 높은 투표율을 보이면서 이번 선거에 대한 유권자들의 높은 관심이 드러났다. 그러나 동시에 치러지는 교육감 선거는 여전히 유권자들에게 외면 받고 있다. 교육감이 어떤 일을 하는지, 후보자가 누구인지 모르는 경우도 많은 게 현실이다.

교육감은 전국 광역자치단체에 설립된 지방교육청의 수장으로서 각 광역자치단체의 교육에 관한 사무를 총괄한다. 차관급 정무직으로 임기는 4년이다. 지난 2006년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의 개정 이후, 주민의 손으로 직접선거하는 방식으로 선출되고 있다.  

특히 제주도 교육감은 한 해 8000억원 이상의 예산 편성권과 집행권을 갖고 있다. 7000여 명의 교직원에 대한 인사권도 행사한다. 고입제도, 학교 설립과 폐지 등 초·중등 교육 정책 전반을 관장하며 학교 운영에 대한 주요 사항을 결정한다.

교육감이 누구이며, 어떤 사람인가에 따라서 교사들의 근무방식과 학생들의 학업 생활이 크게 달라진다. 아이들의 미래와 제주의 미래가 유권자들의 손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교육감 선거에 지금이라도 눈길을 돌려야 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누구를 뽑을 것인가. 제주의 교육을 어떤 인물에게 맡길 것인가. 교육감 선거는 ‘교육의 중립성’이라는 명분하에 정당의 공천 없이 치러지는 터라 어떤 후보를 택해야 할지 유난히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래서 비교적 최근에 대한민국의 교육을 몸소 경험했던 대학생들을 만나 그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보았다.

비록 제주에서 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아니지만 지역을 떠나 대한민국의 교육을 걱정하고 누구보다 학생들의 고충에 깊이 공감하는 그들이었다. 그들이 생각하는 교육감의 덕목, 교육철학, 교육정책은 무엇일까?

#. 교육감의 자격은?
"교사 출신", "학부모 경험", "정책의 일관성·도덕성"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쳐 본 경험이 있어야 한다. 교육은 이론과 현실의 괴리가 큰 분야이다. 탁상공론이 아닌 교사와 학생이 신뢰하고 따를 수 있는 현실적인 정책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현장 경험이 필수적이다. 현장 경험이 바탕이 되었을 때 교사와 학생, 학부모 모두와 함께 소통하고 상호작용할 수 있다. (송근탁, 고려대 중어중문 12학번)

교육감이 될 사람이라면 가급적 대한민국 입시 현실을 학부모로서 직접 체험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학부모가 되어보지 않고는 우리의 교육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 것이다. 자식을 학교에 보낸 학부모의 마음으로 아이들을 위한 진정성 있는 교육정책을 제시하고 추진해주길 바란다. ‘선생은 가르치려하고 부모는 품어주려 한다’는 말이 있다. 따뜻한 교육감을 원한다. (양준용, 카이스트 전자공학 11학번)

자신의 정책에 대해 소신을 가지고 일관성 있게 추진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다른 정책들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교육정책은 깊은 철학과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수립하고 추진해야 한다. 반대의견에 부딪힐 때마다 교육감이 흔들리고 정책도 흔들린다면 그 피해는 전부 아이들에게 돌아가기 마련이다. (채현수, 연세대 문헌정보학 석사과정)

교육감은 아이들의 미래를 책임지는 사람이다. 어떤 자리보다 도덕성이 중요한 이유이다. ‘어른의 삶 자체가 곧 교육이다’라는 명제가 있듯이 도덕적이고 바른 길을 걸어온 분들이 교육감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도덕성의 최소한의 척도인 범죄경력이나 체납실적, 병역사항을 중요하게 보는 편인데 그것만으로는 그들의 도덕성이나 가치관을 파악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래서 정책들을 잘 살펴보고 진정성을 보려고 하는 편이다. (김우진, 서울대 자율전공 11학번)

#. 교육감의 교육철학은?
"학생 중심", "개성과 인권 존중"

교육감의 교육철학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성적이라는 잣대로 일괄적으로 평가하기 보다는 학생 개개인의 개성을 존중하는 교육 철학을 지녀야 한다. 기본적인 지식전달도 중요하지만 철학, 인문 교육으로 자기 기준을 갖고, 자신만의 행복을 찾는 방법도 가르쳤으면 한다. 입시라는 하나에 틀에 갇힌 채 행복을 미루도록 교육을 받다보니 정말 행복할 수 있는 법을 잊은 채 살아가는 것 같다. 학교에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하도록 권장하고, 주변에서 소소하지만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강연을 들을 수 있는 자리도 마련해주었으면 한다.(이태훈, 경희대 건축학 12학번)

우리나라의 교육은 지나치게 입시에 초점을 두고 있다. 교육의 중심은 학생의 인권과 학생의 행복에 있어야 한다. 내가 다녔던 ‘이우학교(대안학교)’의 선생님들은 무엇보다 학생의 인권을 우선시하고 학생들을 자율적인 인격체로 존중해준다. 아무래도 사춘기를 겪고 있는 학생들이다보니 말썽을 일으키고 일탈하는 학생도 종종 있다. 하지만 그 학생들이 믿음을 갖고 자신들을 지켜봐 주는 선생님들을 통해 자신의 삶을 진심으로 뉘우치고 변화하는 모습을 직접 지켜보았다. 그때부터 학생인권과 자율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교육감 후보자들 대부분 사교육을 줄이겠다는 공약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내 생각에는 학교에서의 학습량을 늘린다고 해서 절대로 사교육이 줄어들지는 않는다. 자율성을 존중해줌으로써 학생들이 ‘자아정체감’을 확립하고 자기 존재, 위치, 역할 등을 의식하고 깨달아갈 때 공부도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 자율적으로 해나가게 될 것이다. 이점을 인지하고 있는 분이 교육감이 되셨으면 한다. (민경현, 고려대 국사학12학번)

#. 교육감의 정책은?
"인성교육과 복지에 중점", "교사들이 수업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 조성"

학력신장 보다는 인성교육과 복지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학교에는 경제적 여건이나 가정환경이 좋지 못한 학생이 생각보다 많다. 뿐만 아니라 다문화 가정이나 새터민 학생과 같은 특별히 관심을 가져주어야 할 경우가 있는데 이에 대한 지원이 부족하다. 복지사가 학교에 배정되는 경우도 있는데 아직 인력이나 예산이 많이 부족하다. 그리고 유·초등 맞벌이 부부를 위한 정책도 있었으면 한다. 하교 후 퇴근 전까지 아이들을 돌봐줄 곳이 없다. 선생님들이 돌아가며 돌봄교실을 운영하는 경우도 있지만 전담해서 맡아줄 전문 교사가 필요하다. (배지환, 경인교대 06학번)

교직수업을 듣다보면 교사들이 본업인 수업보다 행정 업무를 처리하느라 학생들에게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교육은 결국 교사를 통해 이루어진다. 행정 업무 부담을 덜어주고 수업에 집중하고 학생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현실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해주었으면 한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어설 수 없다’는 격언을 다시 한 번 되새겨주길 바란다. (황규태, 서울대 지리교육 11학번) 

인터뷰 내내 진지하게 답변하는 대학생들의 모습으로 교육을 걱정하는 그들의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 막 입시 전쟁을 통과한 그들이지만 ‘남 일’이 아닌 ‘내 일’처럼 여기고 교육을 걱정했다. 유권자 중에 다수는 교육현실에서 벗어나 있거나 이미 자녀를 다 키운 경우도 많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교육감 선거가 와 닿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내 자식이 아니라고 어찌 ‘남 일’ 보듯 무관심 할 수 있겠는가.  

얼마 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교육감 후보자들이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누가 당선될지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정책 쟁점보다는 보수와 진보 구도 또는 각계지지 선언 등 세 결집 위주로 선거판이 흐르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나의 한 표가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그리고 우리 지역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관심을 갖고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으면 한다.
 
덧붙이자면, 투표장에 가기 전 잊지 말아야 할 게 신분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전에 받아두었던 선거공보물을 찾아서 다시 읽어보자. 그동안 놓치고 있던 부분은 없는지 무엇이 우리 아이들을 위한 정책인지 다시 한 번 꼼꼼히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혹시 공보물이 옆에 없어도 ‘당황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은 듯’ 스마트폰을 켜고 어플리케이션 검색창에 ‘선거정보’라고 검색하면 된다. 물론 인터넷 검색(http://policy.nec.go.kr/)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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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군성 대학생 기자.
이십대 초반에는 무얼 하든 그게 다 과정인 것 같았는데 이제는 모든 게 결과인 듯해 살짝 초조하기도 하다. 조금 더디더라도 내 생의 주체가 되어 나의 그림을 그리고 싶다. 서울에서 법학을 전공했지만 아직도 누가 나에게 특기를 물으면 초등학교 때부터 해온 축구라고 대답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 잘 하는 것이 누군가의 ‘필요’를 만나 어떠한 ‘의미’가 된다면 더없이 행복하겠다. / 연세대 법학과 06학번. 휴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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