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도지사가 추구해야 할 두 가지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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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후 칼럼] 보혁공존형 지방정치와 생명존중의 공간 복지 추진

지방선거가 끝난 후 유권자들은 자신의 선택 결과가 ‘새로운 좋은 것이냐 오래된 나쁜 것이냐’를 저울질하며 새로운 하루를 시작했을 것이다. 유권자는 단순히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을 뽑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속한 공동체의 번영과 행복을 위해 변화와 혁신을 요구하는데 있다. 강고한 기득권을 타파하는 일은 쉽지 않다. 거짓과 배반의 정치가 전개될 줄 알면서도 운명적으로 선거에 참여한다. 아무짝에도 쓸모없이 보이는 시지프스의 노력처럼 투표는 공동체를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신념 때문이다. 정치꾼의 술수는 단기적으로 통할지 모르나 이성적인 유권자의 집요한 선택을 이길 수 없다.

제주도민 다수는 지방선거에서 ‘새로운 좋은 것’을 선택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콘크리트 같은 제주의 기성 정치권이 깨지는 일은 이미 예견되었다. 전국적 수재, 중앙 정치무대의 이미지, 상대에 비해 젊은 나이 등이 차별화된 강점으로 작용하여 민심의 방향을 결정했다. 현대 행정의 요체인 창의적인 정책 발굴과 관리, 주민과 공감하는 친화적 서비스 역량보다는 눈에 보이지 않는 후광과 환상, 이미지에 손을 들어 주었다. ‘검증되지 않은 새로운 좋은 것보다 검증된 오래된 나쁜 것이 좋은 것일 수 있다’는 말이 크게 들리는 이유다.

7월 1일에 민선 6기가 출범한다. 지역사회의 과제는 주민들이 지역의 문제를 주체적으로 해결하고 지역의 번영을 위해 노력하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완성에 있다. 제주가 부여받은 또 하나의 중요한 숙제는 서울을 모방하여 도로를 확장하고 건물을 높이 세워야만 성장하고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맹신에서 깨어나는 일이다. 짝퉁 서울을 제주에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벗어나 제주 자연의 원형을 보존하는 방향으로 정책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 당선인은 협치와 통합의 정치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제주는 지방자치가 실시된 지난 20여년 간 주민들의 열정과 억척스러운 노력을 통해 많은 발전을 이룩했지만, 잃은 것도 많다. 소위 ‘제주 3김’으로 상징되는 공고한 기득권 구조와 편가르기, 논공행상, 철새정치 등 악폐가 누적되어 왔다. 지역정치는 봉건시대로 되돌아가고 있다. 지역 공론장은 황폐화될 정도로 그 후유증은 심각하다. 지역 언론이 ‘지방자치단체가 연주하는 피아노가 되고 있다’는 비아냥이 있을 정도다.

새로운 제주도정의 첫 시험대는 지역민주주의의 혁신이라고 생각한다. 누적된 폐해를 혁파하고 새로운 지역정치 모델을 만들지 않으면 안된다. 지금까지의 정치시스템과 관행으로는 제주가 안고 있는 난제를 극복하기 어렵다. 제주는 지금까지 유능한 엘리트 중심으로 나누어 싸우는 격돌형 정치 행태를 이어왔다. 여야로 나누고 보수와 혁신이 존재했지만 인물 간의 경쟁 와중에 휩쓸려 버렸다.

제주 유권자들은 이번 선거에서 지역 정치를 선진화시키고 한국 민주정치의 발전을 이끌어 낼 ‘제주형 모델’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지역 정치권에 주었다. 지역에서 보혁공존형 정치를 실천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졌다. 여야 연립 지방정부를 운영하여 서로 양보하고 공존 상생하는 새로운 정치기반과 구조를 조성해 나가자는 것이다. 새도정준비위원회에서 여야 정당이 정책 합의점을 찾아 연립의 방향과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하는 일이 우선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패자를 영입하는 일은 차후의 문제다. 프랑스나 독일이 연립정부를 구성하여 어려운 과제를 해결해 나간 사례를 참조할 필요가 있다.

제주도정이 연립체제로 전환한다면 분열과 갈등의 격화로 인한 정치적 소진을 피하고 제주가 당면한 난제를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는 자산이 축적될 것이다. 정치권과 시민사회, 주민 간 높은 수준의 소통과 공감, 참여, 협치 역량이다. 지방 연립정부 실험이 성공한다면 중앙정치에 영향을 미쳐 한국 민주주의 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제주가 대한민국 정치를 일대 혁신시키는 향도가 되는 셈이다.

지역적 특수성을 감안한 창의적 자치행정과 연립정부 운영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은 많다. 현재의 지방자치제도는 중앙정치 의존도가 높고 지방자치의 핵심인 자치입법권과 자치재정권, 자치조직권에 많은 제약이 있다. 중앙정치가 결정권을 움켜쥐고 있으면 지방은 할 일이 거의 없게 된다. 여야 중앙당의 견제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지역정계에서는 다음 총선을 저울질하면서 강한 반발도 예상된다. 새 도지사의 결심이 확고하고 야당을 진지하게 포용할 자세를 갖춘다면 아무리 어려운 문제도 극복할 수 있다. 창조적 리더십과 도민의 적극적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두 번째 시험대는 제주를 어떻게 건설하여 발전시키느냐가 아니라 제주의 미래까지 아우르는 문화 심리적 문제다. 당선자는 선거 과정에서 곶자왈 보존을 약속했다. 제주의 수많은 곶자왈은 이미 골프장이나 놀이시설로 파괴되었고, 중산간까지 개발되고 도로는 직선으로 넓혀지고 있다. 제주시 도심에는 50층짜리 건물도 허가받았다. 성장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명목 하에 제주의 세계적 자연유산이 크게 훼손될 위기에 처해졌다.

새 도정은 지역주민의 위험과 안전, 불행과 행복, 불신과 신뢰, 욕망과 절제, 경쟁과 협력, 고독과 연대 사이의 끊임없는 갈등을 푸는 자세를 갖고 출발해야 한다. 자연을 파괴하여 도로를 넓히면 자동차는 늘어나고 속도는 빨라져 사람들의 안전은 심각하게 위협받는다. 도로만 확장하고 안전은 개인에게 맡기는 꼴이다. 30만대가 넘는 자동차에서 내뿜는 매연은 청정지역의 면모를 무색하게 한다. 자동차는 편리성보다 스트레스를 가중시켜 불행, 불신, 경쟁, 고독을 유발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공간의 물리적 환경이 사람들의 다양한 심리적 반응을 일으킨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맨 먼저 시작할 일은 자동차를 줄이고 도민 다수가 걷고 자전거로 이동하는 행복한 공간을 만드는 사업이다. 범도민 차원의 참여와 토론을 통해 중지를 모아야 한다. 제주 도로는 자동차가 거의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어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에게 생명을 해치는 공포스러운 존재가 되고 있다. 제주의 일부 도로는 보행과 자전거 전용로가 별도로 설치되어 있으나 이용하기에 불편하다. 자동차만 이용하는 환경 때문에 보행자는 인도에서 사라지고 상가는 영업이 어려워지고 있다.

우선 제주도의 남북을 잇는 5.16도로, 1100도로와 제주시, 서귀포시의 중심가를 차 없는 도로로 만드는 일이다. 현장 조사와 대안마련 등 치밀한 사전 검토를 통해 처음에는 한 달에 한 번씩 시작하여 점차 늘려가는 방식으로 추진한다면 가능하다고 본다. 제주시 중앙로의 일부 구간을 뉴욕의 타임스퀘어처럼 차 없는 공간으로 재배치한다면 보행자가 늘어나고 지역 상권은 되살아날 것이다. 초기에 큰 불편을 겪게 될 시민을 설득하는 일은 난제 중의 난제로 진정성과 인내심을 갖고 꾸준히 추진한다면 성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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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영후 소통기획자.
새 도지사는 취임 첫날부터 1km 남짓되는 지사 관저에서 도청까지 걸어서 주민들과 대화하며 출퇴근하는 솔선수범의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한다. 도지사의 행동은 제주 공무원들의 자동차 이용행태를 바뀌게 할 것이고 도민들의 의식변화에도 자극제가 될 것이다.

지방정치 혁신을 위한 연립정부 운영과 도로 재배치를 통한 생명존중의 공간복지 정책 추진은 실현 불가능한 일로 보일 수 있다. 현재 중앙의 구심력은 강해지고 지역의 원심력은 나날이 약해지고 있다. 제주는 이런 환경을 극복하고 ‘제주 자치정부’를 구현하기 위해 불가능한 도전을 과감하게 시작해야 한다. 새 도정은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하기 바란다. / 권영후 소통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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