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일홍의 세상 사는 이야기 ⑧]
6.4지방선거에서 낙선한 사람 몇몇이 자살하거나, 자살 기도로 중태에 빠졌다는 뉴스를 접하고 이 편지를 씁니다.
외람된 말이지만 60대는 생전 오의(奧義)를 엿볼 수 있는 나이죠. 70대는 이승과 저승에 한 발씩 양다리를 걸친 상태고, 푸코의 말처럼 80세가 되면 플라톤도 허수아비가 됩니다. 그래서 더 늦게 전에 인생에 대한 내 생각을 정리해둬야겠다고 결심했어요.
첫째, 잃으면 얻고 얻으면 잃는 게 인생이더군요. 오늘의 성공이 내일의 실패로, 오늘의 실패가 내일의 성공으로 뒤집어지는 역전극이 인생의 묘미죠. 그러니까 당선됐다고 우쭐거려선 안 되고, 낙선했다고 낙망할 필요가 없어요. 인생은 세옹지마니까 낙선했다고 너무 가슴 아파 하지 마세요.
둘째, 좋은 게 있으면 나쁜 게 있는 것이 인생이더군요. 이 세상에 전부 좋거나, 전부 나쁜 건 없지요. 당선만 되면 천하를 얻을 것 같으나 그때부터 새로운 고민이 시작되고, 낙선하면 하늘이 무너질 것 같지만 솟아날 구멍이 생기거든요. 이처럼 세상사엔 명암과 양면성, 일장일단이 있답니다.
셋째, 하나로 족해야지 다 가질 수 없는 게 인생이더군요. 당선자가 욕심을 부려서 권세와 명예, 부를 다 움켜쥐려고 하다간 천벌을 받아 패가망신합니다. 각자무치(角者無齒)는 뿔이 있으면 이빨이 없다는 뜻인데, 이게 하늘의 섭리죠. ‘순천자는 흥하고 역천자는 망하다’고 했어요. 그러니까 인생은 수분지족(守分知足)해야 탈이 없는 거에요.
넷째, 원인 없는 결과 없고, 뿌린 대로 거두는 게 인생이더군요. 불교의 핵심사상인 연기론이나 인과론은 사람이 짓는 선악에 따라 갚음을 받는다는 거지요. 그러니까 낙선자가 “돈이 없어서”, “유권자가 어리석어서”... 남 탓 하지 말고 모두 내 탓이라고 대오각성하면 언젠가 기회가 찾아올 거에요. 인생은 인과응보니까 꾸준히 덕을 쌓고 선행을 하면 좋은 열매를 맺을 때가 곧 옵니다.
저는 이상의 네 가지를 인생의 원리(혹은 법칙)라고 부르는데요. 그러나 토란 잎 위 구르는 이슬 같은 인생은 얼마나 덧없고 부질없는 것인가요? 모든 영광과 오욕은 한바탕의 꿈이란 걸 안다면 이제 다 내려놓고 훌훌 털어버리고 편안한 마음으로 내내 안녕하시기 바랍니다. / 장일홍 극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