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이라는 유례없이 긴 기간에 걸쳐 기준금리를 제로에 묶어 놓고 있는 미국 연준은 지난 6월 18일 FOMC 정례 모임 후 가진 옐런 의장의 발표를 통해 금리 정상화를 하기 위해 넘어야 할 문턱의 높이를 또 다시 올렸다.

QE1과 QE2 그리고 QE3(제로 금리에 추가하여 중앙은행이 시중 채권매입에까지 나선 것)를 실시하며 당초 제시 ?던 문턱은 실업률 6.5%와 인플레이션 2%였는데 실업률이 6.7%를 보이자 실업률만을 가지고는 노동시장의 실상을 알 수 없다며 이를 폐기했다. 이번에는 5월 인플레이션 통계가 2.1%로 나타나자 이마저 버리고 1.7%에 그친 민간소비지출 증가율을 들이댔다.

옐런이 틀린 것은 아니다. 미 노동청 발표에 의하면 5월 현재 미국 전체 고용인구는 1억 3850만명을 기록하여 금융위기가 발발했던 2008년 이래 사라졌던 일자리 870만개를 만회하고도 남았다. 그러나 고용의 구성과 질을 보면 제조업과 금융업에서는 2008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고 서비스 분야에서도 저임금의 비숙련 임시직이 많이 늘었다.

이 현상은 가계소득의 변화에도 나타나고 있다. 금년 4월 현재 미국의 평균 가계 소득은 5만2960달러로 그 동안의 물가상승을 감안하면 2009년 6월에 비하여 오히려 6%나 낮은 수준이라고 한다. 2009년 6월은 경기 회복이 시작되었다고 보는 시점인데 가계 소득은 후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민간소비지출이 늘지 않는데 웬 금리인상이냐 하는 것이 옐런 의장의 변이다. 그의 남편 애컬로프 교수가 노동시장 전문가이며 그 자신도 여러 차례 노동시장의 개선을 중시하는 입장을 취해 왔던 터라 그의 뚝심은 납득이 안 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그렇다면 저금리의 지속이 고용개선에 도움이 될 것인가와 저금리가 야기하고 있는 자산가격 거품은 어떻게 할 것인가 라는 두 가지다.

민간소비지출이라는 새로운 문턱

저금리와 고용의 연결고리는 무엇보다 주택을 둘러싼 건설경기에 있다. 중앙은행은 주택 모기지 금리를 낮게 유도하여 주택구입을 용이하게 만들 수 있다. 장기금리의 벤치마크는 국채금리다. 급한 김에 중앙은행이 직접 시중에 뛰어들어 국채를 사들이는 것이 효과를 보았다. 주택경기가 살아나면서 매매가 늘고 신규주택 건설을 통해 일자리도 늘었다. 그러나 통화정책이 떠받치는 주택경기에는 한계가 있다. 주택가격이 너무 빨리 오르자 매매가 다시 주춤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작년 한 해 미국 주택 가격 상승률은 11,5%로서 거품이 극에 달했던 2005년의 상승률 12%에 필적한다.

미국 모기지은행 연합회가 내놓은 전망은 금년의 주택 매매와 그에 따른 모기지 대출 수요가 각각 전년에 비해 4.1% 및 8.7% 감소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자산가격 거품은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금값은 금년 들어 이미 9.4% 올라 온스 당 1,326달러를 기록하고 있는데 옐런 의장의 발표가 있었던 6월18일을 전후로 금의 옵션 가격이 크게 요동했다. 온스 당 1350달러에 금을 매입할 수 있는 8월 만기의 옵션 가격이 하루 만에 1.8달러에서 8.6달러로 다섯배 가까이 뛰었다. 금 매입을 위한 자금 비용이 한동안 저렴할 것이라는 사실을 재확인한 데다 물가상승은 시간문제라고 보는 분위기를 반영했다고 본다.

집값 급등은 미국에 그치지 않는다. 6월11일 파이낸셜 타임스는 IMF까지 경종을 울리고 있다는 기사를 실었다. 지난 수십년에 걸친 장기 평균가를 25% 이상 벗어나고 있는 나라로 캐나다 호주 프랑스 영국 등을 들었다. 독일도 대도시는 가격거품이 25%에 달한다. 독일의 집값은 상대적으로 저렴했는데 언제부턴가 이탈리아 이스라엘 미국 중국뿐 아니라 심지어 러시아에서도 사러온다고 한다.

주택경기 회복도 단명으로 그쳐

정리하자면, 저금리가 주택경기를 회복시켜 고용을 증가시킬 것이라는 기대는 아쉽게도 저금리의 또 다른 측면, 즉 주택가격이 가계소득보다 더 빨리 오르는 폐단으로 인하여 좌절되고 있다. 민간소비지출이 늘지 않음을 최후의 구실로 하여 저금리의 끈을 놓지 못하는 미국 연준은 연민과 함께 걱정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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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국주 전 제주은행장.
위의 파이낸셜 타임스는 소득수준을 감안했을 때 우리나라의 집값은 장기 평균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것으로 분류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집값 과열을 막기 위한 수단으로 통화정책 외에 LTV 규제 등 거시건전성 감독(매크로 프루덴셜)을 미리 시행한 덕분으로 평가받고 있다. / 김국주 전 제주은행장

* 이 글은 <내일신문> 6월 25일자 '김국주의 글로벌경제' 에 실린 내용입니다. 필자의 동의를 얻어 <제주의소리>에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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