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일홍의 세상 사는 이야기 ⑨]

파스칼은 프랑스의 수학자·물리학자·철학자이고 명저 ‘팡세’의 저자이다. ‘팡세’는 신이 없는 인간의 비참과 신이 있는 인간의 축복을 밝힌 책이다. 파스칼은 “신을 믿는 사람과 안 믿는 사람 중에 누가 더 현명한가?”를 두고 사람들과 내기를 걸었다. 그에 따르면 사후(死後)에 신자는 천국이 있으면 다행이고 없어도 그만이지만, 비신자는 지옥이 없으면 다행이고 있으면 큰 낭패이므로 신자는 밑져야 본전이고, 비신자는 밑지는 장사라는 것이다. 그래서 결론은 신자가 더 현명하다는 거다.

파스칼쯤 되면 신학(神學)의 가장 형이상학적인 불가사의에 대해 논할 줄 알았는데 이런 세속적 노름(?)은 너무 의외였다.

신앙의 토대는 신이 우리를 죄에서 구원해주시고 천국으로 인도해주시리라는 믿음이다. 신앙인이 일상에서 누리는 세 가지 축복은 ①불안하지 않고 ②평상심을 유지하며 ③행복을 느끼는 것이다.

첫째, 불안은 죄로부터 온다. 죄인은 늘 마음이 불안하지만 신앙인은 속죄의 은혜를 입었기에 죄로부터 해방된다. 제일 큰 불안은 상실과 죽음의 공포인데, 신앙인에게는 죽음조차도 신의 섭리이므로 기꺼이 받아들인다. 돌아갈 곳(천국)이 있는 영혼은 결코 방황하지 않는다.

둘째, 신앙인이 평상심을 유지하는 비결은 모든 염려와 걱정, 근심을 절대자에게 맡겨버리는 것이다. 신은 졸지도 주무시지도 않고 눈 부릅떠 지켜주시며 이른 비, 늦은 비를 내려주신다. 구름기둥, 불기둥으로 인도하시고 만나와 메추라기로 먹여주신다. 신의 보살핌과 도우심을 믿기에 옛 순교자들은 사자의 아기리에 들어갈 때나 화형과 참수형을 당할 때도 기뻐 찬송했다. 지금 당하는 고난이 영원한 의(義)의 면류관, 영광과 승리의 월계관을 쓰기 위한 전주곡임을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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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일홍 극작가.
셋째, 신의 품에 안겨있다는 감격과 환희로 인해 신자는 행복하다. 우울증 등 각종 정신질환과 자살이 만연한 이 시대에 굳건한 신앙심은 삶의 버팀목이 돼준다. 신이 없는 세계는 필라멘트가 끊긴 전구처럼 공허하다. 자살은 삶의 공허와 무의미에 대한 자폭테러가 아닌가. 자살의 반대말은 ‘살자’가 아니라, ‘믿자’가 돼야 하리라. 그러니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행은 “우리 함께 천국으로 가자”고 부끄러운 손을 내미는 것이다.

이 순간 필자와 파스칼과 내기를 한다면 당연히 천국과 지옥은 ‘있다’에 걸 거다. 왜? 밑져야 본전이니까……. 나는 지독한(?) 현실주의자다. / 장일홍 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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