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일홍의 세상 사는 이야기 ⑫]

지상에서 최고의 성직자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다음 달(8.14~18) 한국에 온다. 방한 중에 교황은 기아자동차의 소형차 ‘쏘울’(영혼?)을 타서 천주교 순교자 시복식에 참석하고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도 만나 위로를 전할 거라고 한다.

프란치스코는 역대 어느 교황보다 많은 화제를 뿌리고 다니면서 ‘록 스타’와 가까운 돌풍을 일으켰다. 파격적인 그의 행동 때문이다. 그는 교황에 선출된 후, 교회가 외면하던 미혼모 자녀에게 세례를 주고 무슬림 소년·소녀의 발을 씻기며 베일에 가려졌던 바티칸은행을 개혁하고 마피아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특히 그가 성베드로 성당에서 무릎을 꿇고 한 사제에게 고해성사를 하는 장면은 감동, 그 자체였다. 전통적으로 교황은 1년에 한번 ‘성금요일’에 평신도들의 고해를 듣는데, 그는 오히려 자신의 죄를 고백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그건 육군 참모총장이 일등병에게 용서를 구하는 장면처럼 신선했다. 교황도 ‘사람의 아들’이요. 불완전한 인격체라는 사실을 환기시켜 준 잊지 못할 광경이었다.

나는 카톨린 신자가 아니므로 교황이라는 권위, 권력화한 교황 따위에 순치되지 않는다. 참으로 위대한 성직자란 예수를 닮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생전의 예수는 빈천한 사람들-거지와 창녀, 고아, 병자-과 늘 함께 있었다. 그들을 위해 기도했고 그들을 진심으로 사랑했다.

행함이 없는 믿음은 공허할 뿐 아니라 무의미하다. 진정한 권위는 사랑과 온유와 겸손에서 우러나온다. 단테의 「신곡」 지옥편에는 탐욕과 위선과 기만으로 군림하다 지옥에 던져진 교황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솔직히 「신곡」을 읽을 때는 교황이라는 가면을 쓴 작자들이 역겨웠다. 침을 뱉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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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일홍 극작가.
교황은 영어로 Pope라고 하는데, 이는 Papa(아빠)에서 유래한 거라고 한다. 프란치스코는 예수처럼 세상에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가 민중의 친구가 되었기 때문에 ‘파파’라는 호칭이 썩 잘 어울린다. 그야말로 ‘신의 대리인‘이요 ’하느님의 전령‘이라고 불려도 좋은 성직자이다. ’눈을 마주치고 손을 맞잡는 것‘으로 가난한 이들에게 구원과 소망의 빛이 되어준 그는 정말 우리 시대의 위대한 랍비(스승)다.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이 환생한 것처럼 보이는 그를 만난다면 다정스레 손을 잡아주고 싶다. “굿모닝 파파……”라고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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