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백훈, 사기(史記)로부터 배우는 인생> 강군(强軍) 의 전우애는 상존배에서 나온다

사기(史記) 오기열전(吳起列傳) 에 보면 오기라는 사람은 위나라 사람으로 용병에 능했다. 오기는 장군이 되어 언제나 하급 병졸들과 의식을 같이 했고 누울 때도 자리를 까는 법이 없었으며 행군할 때도 수레에 타지 않았다. 또한 자기가 먹을 양식은 자기가 가지고 다니는 등 사졸들과 노고를 나누었다. 언젠가 병졸들 가운데 종기를 앓는 사람이 생기자 오기는 그를 위하여 고름을 입으로 빨아내었다.
병졸의 어머니는 그 소문을 듣고 소리 내어 우니 어떤 사람이 물었다.
“당신 아들은 병졸에 지나지 않는데 장군께서 친절하게도 종기를 빨아주기까지 하지 않았소. 어찌 우는 것입니까?”
그 어머니는 말하기를
“그런 것이 아닙니다. 지난해에도 오기 장군께서 그 애 아버지의 종기를 빨아 주었습니다. 그 아비는 감격한 나머지 끝가지 도망하지 않고 싸우다가
마침내 적에게 죽고 말았습니다. 오공께서 지금 또 자식의 종기를 빨아 주셨으니 첩은 그 자식도 싸우다가 죽는 곳을 알지 못합니다. 그래서 우는 것입니다.”하였다.

위의 글은 유명한 것으로 군대지휘관은 물론 정신교육을 통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일반상식이다. 군대의 승패를 좌우하는 것은 전우애이다. 오기장군의 행위가 다분히 의도적일 수 있으나 그만큼 전우애를 올리는 게 군대의 지도자에게 필수 사항임을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가래침을 핥게 하는 무너진 군대기강!      

그런데 지금 우리는 윤일병사건에서 천인공노할 가혹행위에 온 국민이 충격을 받고 있다. 부하의 상처고름을 빨아주는 대신에 부하로 하여금 가래침을 핥게 하다니 군대가 많이 좋아졌다는 말을 듣고 있었는데 이게 무슨 말인가? 현재 군대내의 일반적인 현상이 아닌 특별한 사례일 것이라 하더라도 생각할 수도 없는 가혹행위가 벌어진 것이다.

전우애를 다른 말로 표현하면 군기확립이라 본다. 명령의 하달과 실천이 철저하게 이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군기확립 명분하에 인격모독적인 병영문화가 아직도 남아 있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 된다.

군기확립은 강한군대의 필수 사항이다. 군기확립은 지휘관들의 솔선수범하는 가운데 전우애가 기반이 되어서야 진정한 군기가 강화 되는 것이다. 만에 하나라도 군기강화의 명분하에 인격모독적 행위가 불가피 하다는 인식은 이번에 종식시켜야 될 비정상인 것이다.

명현현상에 처방약은 상존배 병영문화 완성

이번사건이 만천하에 드러나게 된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그것도 언론 그리고 대통령의 지적으로 전 국민에게 드러난 것이다. 마치 몸속에 병을 치료하는데 잠복되었던 병적현상이 드러난다는 ‘명현현상’으로 보아 이번기회를 군대의 병영문화 정상화의 완성기회로 될 수 있게 해야 한다. 군대의 병폐를 완치시키는 처방약은 ‘상존배’이다.

‘상존배’란 상호존중과 배려운동의 줄임말이다. 이 운동은 실제로 육군 32사단장이었던 정두근(예비역 중장)이 현역시절 군대에서 이 운동을 실천하였다고 한다. 현재 ‘상호존중과 배려운동본부’총재를 맡고 있다.

실제로 ‘상존배’ 시행 결과 폭언, 폭설, 욕설, 구타, 가혹행위 등이 괄목할 정도로 대폭 감소했다고 한다. 그가 32사단장으로 있던 당시 폭행사고가 시행 전 10건에서 2건으로 크게 줄었다. 6군단장 시절에는 형사 처벌사례가 66건에서 42건으로 감소했다. 또 2005년 육군훈련소장 때에는 국방민원봉사상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돼, 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모두 상존배 덕분이라는 것이 그의 실제 경험이다.

군기확립은 전우애, 전우애는 상존배로!

이러한 좋은 사례를 더욱 확산 시켜가는 계기가 되는 기회로 삼아야만 희생당한 윤일병의 영혼도 영면하리라 본다. ‘상존배운동’의 제일 큰 걸림돌은 군기확립을 해친다는 억지이다. 이것은 후진군대이며, 반드시 패망하게 되는 ‘교병필패(驕兵必敗)’적인 생각이다. 종식(終熄)되어야 할 구태이고 병폐이다. 상존배가 없는 전우애, 전우애가 없는 군기를 가진 군대는 반드시 패배한다는 게 사기에서 배우는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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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백훈 농협대학교 교수, 한국강사협회제주지회장.
충무공 이순신장군의 명랑대첩도 전우애를 확립한 장군의 리더십이 바탕이다. 국방부, 군 지휘부는 상존배의 정신을 행동으로 실천하는 것이 선진강군을 만들어서, 국방의 책임도 본인들의 인생의 보람도 모두 이루게 된다는 것을 깨닫고, 이번사건으로 ‘상존배운동’이 정착하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바이다. / 신백훈 농협대학교 교수, 한국강사협회제주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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