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성 칼럼] 교황의 메시지에서 우리는 무엇을 느끼는가

프란치스코 교황이 4박5일 동안 큰 감동의 울림을 남기고 로마로 떠났다. 

지난 14일 우리나라를 공식 사목(司牧)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제6회 아시아 청년대회, 성모승천대축일 미사 집전, 윤지충 바오로 외 동료 123위 시복식과 마지막으로 평화와 화해의 미사를 집전하였다. 연일 교황이 가는 곳에는  인산인해를 이루며 감동의 물결이 넘쳐 흘렸다.

15일 대전 월드컵 경기장에서 집전한 성모승천대축일 미사에는 5만 여명이, 16일 시복식에는 광화문 거리일대. 4.5km 거리에 언론추산 100만여명이 구름처럼 모였으며 TV 시청자는 수천만명에 이르렀다. 필자는 비록 불자이지만  연일 TV를 보면서 감동을 숨길 수 없었다. 70여 평생 동안 느껴보지 못한 감동이라고 하여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였다. 방한 기간 동안 그의 행보와 어록을 보면 일반인으로서는 상상도 못할 너무 파격적이다. 더군다나 교황은 지체 높은 사람보다는 낮은 곳에 있는 사람 만나기를 좋아하는 것에서부터 눈길을 끌었다. 
 
그들을 만나면서 “무신론자도 선행을 하면 천당에 가서 함께 만날 수 있다”고 하면서 종교의 경계를 넘어섰다. 그리고 “새로운 형태의 가난을 만들어 내고 노동자들을 소외시키는 비인간적인 경제 모델들을 거부하기”를 빌었다. 이것뿐이 아니다 “올바른 정신적 가치와 문화를 짓누르는 물질주의의 유혹, 모든 남성과 여성과 어린이의 존엄성을 모독하는 죽음의 문화를 배척하기를 빈다”고 강조했다.

생명보다 이익을 앞세우는 탐욕적인 세상, 부패하고 무능하며 국민보다 권력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정부를 질타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러면서 “아시아 젊은이들이여 일어나라 깨어있어야 한다”, “죄와 유혹의 불의에 맞서라”고도 했다. 그는 “진짜 예수가 어떤 분이었느냐”는 질문에 “예수는 자신이 황제처럼 떠 받들여지기를 원하는 분이 아니라 ‘가장 낮은 자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라며 약자를 섬길 것을 명령했다는 것이다.
 
“정의와 진실을 요구하기 위해 현장에서 싸우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나의 전부이며 소중한 일”이라고 까지 단호히 말했다. 불의에는 과감히 맞섰다. 감히 총을 쏠 지도 모를 마피아를 파문하기도 하였다. 그러면서 약한 자와 고통받는 자들을 보듬어 안았다. 양들에게는 한없는 자비와 관용을 베풀지만 자신에게는 지나친 엄격함과 검소함 그 자체였다
 
시복식장도 단순하게 기둥네개에 평지붕 설치로 검소하게 차리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4박5일 동안 식사도 이탈리아 피자와 낙지죽, 갈비탕이었으며 침실은 6평에 불과하였고 “방탄창이 없는 차면 어떠랴, 이 나이에 잃을 것이 없다”면서 방탄창이 없는 소울 차량을 타고, 버스를 타고, KTX를 타고 다녔다.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노란색 리본을 왼쪽 가슴에 달았고 5만원짜리 시계, 오래된 검은 구두, 낡은 철제 십자가 가방 속에 있는 면도기와 성경책이 그의 소유물 전부이다. 교황은 젊은 시절 나이트클럽 문지기, 가난한 노동자였으며 흰 저택을 사준다고 하여 청혼을 했다가 첫사랑 실패로 신부가 된 보통사람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는 일거수일투족이 정치가들처럼 쇼나 외형치장이 아니고 솔직하고 진정한 마음 그 자체였다. 

온 사회가 열광하고 감동의 물결이 넘친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그 동안 세월호 사건, 윤일병 치사 사건으로 우리사회의 갈등과 분열이 심화되고 있고 노블레스 오블리주에 대한 불신과 지도력에 대한 목마름 때문이었다.

우리사회에는 국가적으로나 지역적으로 지도자들이 너무나 많다. 국회의원, 도지사, 여야 정치지도자, 도의원, 종교지도자, 각계각층의 그 수많은 지도자들.  이들은 4박5일 동안 무엇을 보고 배웠을까. 교황은 가장 높고 강한 자리에 있지만 그는 가장 낮고 약한 자의 친구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리더쉽과 인간의 존엄성을 각자의 상황에서 실천하였으면 한다. 종교가 싸워야할 대상이 분명하여졌다. 가난한자, 장애인, 억울한 자, 약한 자, 고통을 받는 자를 위하여 권력에 눈치를 보지 않고 싸워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교회가 가난하여야 한다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 날 명동 성당에서 열린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에서는 불교 자승총무원장님을 비롯한 12개 종단 대표와 위안부 피해할머니, 세월 유가족, 새터민,강정 주민 등 갈등과 분열의 중심에서 고통 받는 자들이 자리했고 남북 분열의 시련을 겪는 한민족에게 평화와 화해, 용서의 메시지를 남기고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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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호성 전 제주도 행정부지사·수필가.

이와 같이 4박5일 동안 교황의 행보와 말은 교회의 존재가, 국가의 존재가 무엇인가를 그리고 여야 대치 정국에서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하는 정치지도자들을 비롯하여 각계각층의 지도자들이 오늘날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일깨워 준 인간 종합 예술의 극치였다 

이것에 더 붙인다면 이번 교황 방한준비위원회 중심에 강우일 주교가 있었고  시복식에는 제주 함덕 출신 김기량 복자가 있었다. 이 또한 자랑스럽고 감동의 큰 울림의 4박5일이었다.

2014년 8월 18일 전 제주도부지사 김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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