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는 지금 난개발 광풍] (7) 대규모 관광개발사업 줄줄이 표류

1000만 관광객 시대를 연 제주도에 해안부터 중산간, 심지어 도심 한복판까지 개발 광풍이 불고 있다. 분양형 호텔, 분양형 콘도, 중국계 자본이 우후죽순 들어오고 있다. 1990년대 기획부동산 바람처럼 분양형 호텔 사업자는 연 10% 이상의 고수익을 보장한다며 투자자를 유혹하고 있고, 중산간을 파괴했던 골프장엔 분양형 콘도가 지어지고 있다. 게다가 지정된 지 수십년된 관광지와 유원지는 중국자본이 무섭게 사들이고 있다. [제주의소리]는 분양형 호텔·콘도 등 숙박시설 뿐만 아니라 제주관광지 개발 전반에 걸쳐 현황과 문제점, 그리고 과제를 짚어본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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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시 중산간에 위치한 오라관광지 개발사업 현장. 1999년 골프장과 테마파크를 짓는 대규모 관광개발사업이 승인됐으나 15년동안 사업자가 6번이나 바뀌며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다. 세월의 흔적을 보여주듯 안내판은 훼손된채 방치돼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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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 바랜 안내판.
제주시에서 5.16도로를 타다 제1산록도로(1117번)로 방향을 틀어 5km 가량 달리다 보면 북쪽으로 왕복 4차선의 내리막길이 나타난다.

입구에는 사업명도 없이 그저 ‘조성공사 현장’이라는 안내판만 덩그러니 서 있다. 세월의 흐름을 보여주듯 간판 색은 변하고 자세히 보지 않으면 글을 읽기도 힘들었다.

안내에 따라 넓은 도로 600여m를 내려가보니 녹슨 철문이 막아섰다. 그 너머로 풀과 나무가 우거진 숲이 눈에 들어왔다. 멀리 보이는 바다와 제주시내 경치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16년이 지난 아스팔트는 뒤틀려 곳곳에서 잡초가 자라고 있었고 건축물로 보이는 컨테이너는 유리가 깨진채 거미줄만 가득했다. 작업 인부와 공사 장비는 찾아볼 수 없었다.

사업승인 이후 15년간 사업자가 6차례나 바뀐 오라관광지의 현주소다.

오라관광지는 1999년 쌍용건설과 유일개발이 제주시 오라동 268만3300㎡ 부지에 약 900억원을 투자해 골프장과 호텔, 식물원 등을 짓겠다며 추진한 대규모 관광개발 사업이다.

쌍용건설이 야심차게 사업을 추진했지만 IMF로 자금난을 겪으면서 2004년 개발사업권이 (주)지앤피퍼시픽에 넘어갔다. 이후 주인이 계속 바뀌다 2006년 극동건설(주)이 사업권을 확보했다.

2009년 극동건설은 총 3909억원을 투입해 골프장 18홀과 호텔(152실) 등을 짓겠다며 재착공에 나섰지만 부도를 맞았다. 최근 법정관리에서 졸업했지만 사업 추진 여부는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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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시 중산간에 위치한 오라관광지. 1999년 사업승인 이후 제대로된 공사 한번 이뤄지지 않아 현장은 잡초로 뒤덮인채 방치돼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제주도는 극동건설이 개발사업 시행 만료일인 2014년 12월까지 정상화 방안을 마련하지 않을 경우 시행승인 기한을 연장하지 않고 사업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향토자본 투자로 관심을 모았던 제주도 1호 투자진흥지구 ‘제주동물테마파크’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주)제주동물테마파크가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일대 58만1000㎡ 부지에 863억원을 투자해 생태 동.식물원과 가축박물관, 국제승마장, 바이오축산원 등을 조성하는 것이 사업 내용이다.

2007년 개발사업 승인 후 가까스로 승마장을 지었으나 사업자 도산으로 투자가 중단됐다. 현재 공정률은 34%. 2016년 12월까지 사업기간 연장을 신청했지만 추진 여부는 안갯속이다.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리에 추진 중인 팜파스종합휴양관광단지는 공정률이 고작 4%다. 당초 남영산업(주)은 사업비 8775억원을 투입해 300만1000㎡ 부지에 대규모 관광단지를 짓기로 했다.

2008년 개발사업 승인후 2010년 7월 공사가 시작됐지만 현재까지 진행상황은 진입로 공사가 전부다. 사업시행기간이 2018년까지 잡혀있어 향후 4년 내 사업 승인취소도 불가능하다.

이처럼 제주 곳곳에서 추진되는 대규모 관광개발사업(유원지 포함)은 38곳에 이른다. 1994년 제주도종합개발계획 이후 관광개발사업에 탄력이 붙었지만 추진 실적은 미미하기만 하다.

제주도가 내어준 관광개발 사업승인 면적만 제주시 오라동 전체 면적(2866만㎡)을 웃도는 3000만㎡ 규모다. 총 투자규모는 제주도 한해 예산의 3배가 넘는 11조원 안팎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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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토자본인 (주)제주동물테마파크가 863억원을 투입해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일원에 추진한 제주동물테마파크 조감도. 2007년 착공됐지만 7년째 사업은 제자리 걸음이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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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년 7월 제1호 제주투자진흥지구로 지정된 제주동물테마파크 사업예정지에서 2007년 12월 열린 착공식.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대규모 부지 곳곳에서 관광개발 중단이 속출하면서 사업승인이 취소되는 곳도 발생했다.

제주도는 세화송당온천관광지구(1조534억원), 중문색달온천관광단지(2323억원) 조성사업이 수년째 진척을 보이지 않자 2011년 2월 시행승인을 전격 취소했다.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리의 영상휴양관광단지 개발사업(1176억원)과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 묘산봉관광개발 개발사업(587억원)도 2011년과 2012년 각각 사업승인 취소를 통보 받았다.

관광개발 사업중 규모가 큰 사업일수록 상대적으로 투자 실행률은 낮았다. 사업시행자가 초기 투자계획부터 각종 인센티브를 얻기위해 사업규모를 부풀렸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장밋빛 청사진과 달리 곳곳에서 대규모 사업이 중단되면서 곶자왈과 중산간 등 제주만의 자연경관은 본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 사업 표류로 주민들의 재산권 행사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좌광일 제주경실련 사무처장은 "부풀리기식 사업과 일방적 공사중단을 막기 위해서는 패널티가 있어야 한다"며 "사전심사와 사후관리를 강화해 관광개발사업의 틀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중국자본이 이들 대규모 사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개발이 진행중인 사업에도 공동사업자로 참여하면서 각종 인허가 절차를 줄이고 각종 세제혜택까지 누리고 있다.

제주의 관광개발 사업, 제대로 가고 있는 걸까?

8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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