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나눔 릴레이] (21) 허향진 제주대 총장 “청춘들의 도전 뒷받침 할 것”

참가와 동시에 참가비의 일부가 자동 기부되는 ‘아름다운제주국제마라톤대회’, 어려운 이웃들을 향한 ‘사랑의 연탄나눔’을 통해 지역사회에 기부와 나눔의 홀씨를 퍼뜨려온 [제주의소리]가 한국의 대표 사회적기업 ‘아름다운 가게’ 신제주점(매니저 김정민)과 새로운 프로젝트를 펼치고 있다. 제주지역 명사(名士)는 물론 나눔행렬에 동참한 일반 시민들이 각자 사연이 깃든 소중한 물건을 기증하는 ‘아름다운 나눔릴레이’이다. 이 소중하고 특별한 물건의 판매 수익금은 제주여성장애인상담소를 통해 출산·육아 비용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장애인 산모들에게 전달된다. [제주의소리]는 기증품에 얽힌 사연을 통해 나눔과 공유의 가치를 확산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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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향진 제주대 총장. ⓒ제주의소리

허향진 제주대 총장은 아름다운가게 동문점 창립멤버다. 당시 운영위원으로 참가하며 아름다운가게가 제주에 자리잡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래서인지 이번 ‘아름다운 나눔 릴레이’도 흔쾌히 동참하며 평소 소중히 간직하던 도예작품을 내놓았다.

평일 오후 집무실에서 만난 허 총장은 미리 질문지를 전달하지 않았는데도 대학을 둘러싼 한국 교육계의 전반적인 상황에 대한 고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복안, 제주대의 미래 비전 등에 대한 내용들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대학 스스로도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겠지만 지역사회의 전폭적인 관심 없이는 힘든 일이라며 ‘지역대학의 명성은 곧 지역의 브랜드가치와도 직결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총장이 소속 대학의 비전을 설파하는 것이야 당연한 일이지만 유독 강하게 ‘이 대학이 커야하는 이유’를 강조하는 것은 지역대학이 더 단단해지는 일이 지역사회를 위한 가장 큰 기여라는 생각에서다.

“지역 대학 명성이 지역 브랜드가치와 직결”

- 기증품은 저명한 도예가인 백산 권영배 선생의 작품이라고 들었다. 어떻게 간직하게 됐나.

“한 지인이 2010년 선거 총장 취임을 축하하면서 보낸 준 것이다. 소나무처럼 한결같이 대학운영을 잘 해달라는 의미이자, 초심을 잊지 말라는 당부다. 종종 이걸 보면서 모든 소명의식을 초심에 두고 열심히 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지고는 한다.”

- 올해가 개교 62주년이다. 지난 몇 년간 제주대는 여러 가지 주목할 만한 성과도 거뒀지만, 현재 제주대 앞에 놓인 상황이 녹록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맞는 말이다. 지금 우리나라 대학 전반적인 현안이 구조개혁이다. 학령인구 감소 때문에 2023년까지, 앞으로 10년 이내에 전체 대학 정원 중 16만명 정도를 줄이겠다는 게 교육부의 방침이다. 많은 대학들이 구조개혁을 해야 하고, 모든 대학들이 어려움에 봉착하게 되는 게 현실이다. 학생 규모가 적어지고 그에 따라 재정압박도 받게 된다. 이렇게 재정압박을 받게 되면 교육의 질이 떨어질 수 있는 우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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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향진 제주대 총장이 기증품은 백산 권영배 선생의 작품을 들고 설명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 지역거점국립대학교이기 때문에 겪어야 할 추가적인 어려움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립대가 사립대와 다르게 기성회계 문제가 현재 법적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이런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쌓은 노하우를 잘 활용해 구성원들과 소통하고 협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저나 우리 대학의 구성원들이 같이 노력해야겠지만, 지역사회 전반과 언론을 비롯한 외부의 여러 가지 역량있는 기관들이 애정을 가지고 지역대학을 도와줘야 한다고 본다.

보스턴에 가면 하버드와 MIT가 있고 샌프란시스코에 가면 스탠포드 대학이 있듯이 지역 대학의 명성이 지역의 명성과 브랜드가치를 높이는데도 기여를 하기 마련이다. 지역 주민들이 사랑과 관심 성원이 지역대학의 수준을 결정한다고 본다. 도민들이 많은 관심과 성원이 필요하다.”

- 이런 전반적인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제주대의 복안도 궁금하다.

“제 임기 중에 한 일 중 하나가 직업능력개발원을 취업전략본부로 격상시킨 데 있다. 취업전략본부는 고용노동부의 취업 관련 예산을 많이 유치했고, 학생들 위한 취업컨설턴트 도입, 취업박람회, 기업과의 협력관계 구축이라든지 다양한 방식으로 어려운 여건을 돌파하고 있다.

사실 국립대 취업률을 사립대와 직접 비교하기는 무리가 있다. 국립대는 소위 일각에서 말하는 ‘취업률이 높지 않은 분야’도 유지해야 할 책무가 있다. 당장 예를 들어 제주대에 예술디자인대학이 없다면 음악인과 미술인들을 누가 양성할거냐.

게다가 전체 국립대 중에서는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작년 취업률이 거점국립대 중엔 2위, 전체국립대 중엔 6위를 기록했다. 올해는 3~4위를 예상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산학협력 선도 대학(LINC) 사업단의 선전은 희망적인 소식이다. 사실 제주도의 산학협력 여건은 좋지 않다. 사실 사업 첫 해 겨우 턱걸이해서 선정됐는데, 그 후 실적은 전국 1등이다. 작년에도, 올해도 매우 최우수 평가를 받았다. 산학협력을 통해 지역기업과 대학 간의 협력 구축, 그걸 통한 학생들의 취업은 물론 창업을 활성화하는데 상당한 힘이 되고 있다.”

- 제주대는 전반적으로 등록금이 전국에서 가장 저렴한 대학 중 하나로 꼽힌다. 동시에 ‘반값 등록금 사실상 실현’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기도 한다.

“작년 학생 1인당 평균 장학금 지급액이 200만원이 됐고 이는 전체 등록금의 52~53% 정도다. 올해는 이 비율을 62%까지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반값등록금보다 높아진 거다. 학생들이 내는 금액에 50% 이상을 돌려주고 있고, 등록금이 지난 6년간 인하되거나 동결됐다. 재정적인 압박을 많이 받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장학금을 줄이지는 않고 있다.”

- 최근 재일교포 기업가 김창인 회장이 30억을 기부했다. 도합 200억원에 이르는 대학발전기금을 내놓았다. 얼마 전에는 김녕미로공원에서도 또 발전기금을 전달했다. 이런 움직임이 이어지는 것도 반가운 소식 같다.

“사실 운이 좋게도 내가 총장 재직하는 동안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지원을 받았다. 이를 통해 생명대학 본관동도 짓고, 체육관 리모델링, 제3 도서관, 수의대학 건물 완공, 의학전문대학원 건물 완공, 학군단 건물 완공, 친환경농업연구소 건립 등이 가능했다. 사실 정부예산을 받으려면 꽤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 발전기금을 통해 빠른 시간 내로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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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향진 제주대 총장. ⓒ제주의소리

- 최근 제주대가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사업은 무엇인가

“바로 국제화다. 총장이 되지 마자 교환학생을 30여명 보냈다. 1학기 이상 학점을 반드시 따오게 하는 코스다. 갈 때 일정한 금액을 지원해준다. 작년에는 300명을 보냈다. 이젠 500명 이상 보내야겠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3+1(3년은 제주대서, 1년은 외국서), 7+1(7학기는 제주대서, 1학기는 외국서)와 같은 방식을 더 늘리려고 한다. 하지만 관리비용이 상당히 많이 든다. 이걸 어떻게 할 것인가가 과제인데, 여기서 지방정부가 지원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이 교환프로그램은 국제자유도시 시민으로서 교육이자 미래의 제주를 책임져야 하는 인재 양성이다. 글로벌 리더 또는 국제자유도시 시민이 되려면 학교 다닐 때 외국 가서 6개월 또는 1년 정도는 부딪쳐보고 언어도 배우고 경험도 해봐야할 게 아닌가. 국제적 소양을 갖춘 시민을 양성하는 거다. 우리 대학 힘으로는 많이 못하니까 더 늘리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의 필요하다. 차차 한 번 원희룡 지사님하고 얘기해보려고 한다. 제주도 젊은이들을 위해서.”

- 교육자로서, 대학 최고 행정가로서 평소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도 있을 것 같다.

“현실에 안주해버리고 제주도를 벗어나려고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집을 떠나려고 하지 않는다. 젊은 사람으로서는 너무 현실에 안주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하면 된다’는 신념, ‘잘 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졌으면 한다. 젊을 때는 도전적인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제주대에서도 이를 뒷받침 할 수 있는 양질의 교육프로그램도 만들려고 한다. 외국어 공부, 책을 읽고 발표하고 토론하고 하는 과정을 강하게 추진하려고 한다. 현재 운영중인 휴먼리소스아카데미(HRA) 같은 것도 많이 진행하려 한다.”

- 소나무 작품을 선물 받았다. 본인이 ‘놓치지 말아야 할 초심’으로 염두에 두고 있는 대학 운영 방안도 있나.

“지금 총장 역할 하는데 소통과 협력. 항상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을 하려고 한다. 그러면서 우리가 꼭 지켜야 할 게 원칙을 지키되 융통성을 발휘하려 한다. 원칙, 법과 규정은 지키되 그걸 실행하는 차원에서는 상대방 입장에서 융통성 있게 집행하는 그런 자세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하다.”

[편집자 주] 허 총장이 기증한 작품은 아름다운가게 신제주점(064-749-0038)에서 구입할 수 있습니다. 각별한 사연이 깃든 소중한 물건, 남다른 의미를 가진 귀한 소장품을 이웃과 나누고 싶은 분들은 아름다운가게 신제주점이나 제주의소리(064-711-7021)로 연락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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