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사람 레코드] (24) 슬픈 노래 / 아마도이자람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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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뷰 / 아마도이자람밴드 (2013)

2000년 겨울, 제대를 하고서 레코드 가게를 열 생각으로 빈 점포를 보러 다녔다. 레코드 가게 주인이 되는 것은 내 오랜 꿈이었다. 음악이 흘러나오는 레코드 가게에서 음반을 정리하는 일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거였다. 하지만 공인중개사무소에서 빈축을 들어야 했다. 이제 더는 레코드 가게를 내는 사람이 없다는 것. 6년의 군 복무 동안 나는 모르고 있었다. 완전 쫄딱보였다. 냉장고계곡 초소에서 헌책방과 레코드 가게 둘 중에서 무엇을 할지 고민하던 나라니. 입대 전 자주 가던 레코드 가게도 모두 문을 닫은 뒤였다. ‘레이디스 코드’의 멤버 은비가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대구에서 공연을 끝내고 새벽에 서울로 달리던 승합차가 빗길에 미끄러져 갓길 방호벽을 들이받았다. 지금껏 걸그룹이나 보이그룹의 교통사고가 비일비재했다. 교통사고의 운명이야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기획사의 지나친 혹사 때문에 발생한 사고라면 음악을 이용한 탐욕이기에 이 슬픈 노래는 그만 멈춰야 한다. 한동안은 걸그룹의 춤이 슬프게 보일 것 같다. 이 글을 쓰는 동안에 리세는 사흘 째 의식불명이다. 아마도 내가 레코드 가게를 했다면 하루종일 ‘레이디스 코드’의 ‘I`m Fine Thank You’를 틀었겠지. 유리문 너머로 보이는 거리는 또 얼마나 쓸쓸할까. 젊은 영혼들이 사라져가는 이 나라에서 레코드 가게를 찾을 수 없는 것처럼 찾기 어려운 인디 노래를 찾아 헤매는 나는 여전히 세상을 모르는,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쫄딱보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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