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로 다가온 제주의 꽃들(25)

봄을 알리는 꽃들은 많습니다만 오늘 소개해드리는 꽃은 유별나게도 종류도 많고, 이름이 각기 다른 꽃입니다.

강남갔던 제비가 돌아오면 완연한 봄, 그 시절을 맞춰 피어나니 제비꽃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는지 아니면 꽃의 모양새가 제비처럼 날렵하게 생겨서 그런지 모르겠습니다.

제비꽃은 오랑캐꽃, 병아리꽃, 외나물, 앉은뱅이 등등의 별칭도 갖고 있습니다. 특별히 오랑캐꽃이라는 이름이 붙은 내력은 조선시대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 북쪽의 오랑캐들이 종종 쳐들어왔다고 합니다. 그러니 민족의 수난사와도 관련이 있는 꽃입니다. 그리고 이른 봄 삐약거리는 노란병아리의 앙증스러운 모습을 닮기도 해서 병아리꽃, 그 순은 나물로 해먹으니 외나물, 그리고 꽃반지를 만들기에 안성맞춤이라서 반지나물, 나지막하게 피어있으니 앉은뱅이꽃......

이렇게 꽃의 이름이 붙여진 내력들만 살펴보아도 재미있는 꽃들이 아주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아주 가까운 곳에 있는데 왜 못보았냐구요?'
'작은 것의 아름다움을 보려고 하는 사람들에게만 보이거든요.'

어린시절 들로 산으로 뛰어다니며 놀았습니다. 장난감이라는 것은 거의 자연에서 얻는 것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당연히 꽃도 아주 소중한 놀잇감 중에 하나였고, 특별히 제비꽃은 가느다란 줄기와 꽃모양새로 인해 꽃반지를 만들기가 아주 쉬웠습니다.
어린시절 꽃반지를 만들어 콩닥콩닥 뛰는 가슴으로 꽃반지를 끼워주었던 그 아이의 이름도 얼굴도 잊었지만 제비꽃을 보면 아련한 추억들이 되살아 납니다.

제비꽃은 향기가 없답니다.
그럼에도 유일하게 향기를 지니고 있는 것은 '남산제비꽃'입니다. 이름들도 재미있습니다. 제주에 살면서 '남산제비꽃'이리고 하고, '서울제비꽃'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이름이 붙여진 것은 처음에 발견된 곳의 지명을 따라서 이름이 붙여졌기 때문입니다.

이제 4월입니다.
제주는 이미 오래전부터 아니 일년 열두달 꽃이 만발하니 작은 제비꽃 한 송이가 그리 새삼스럽지 않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겨우내 푸른 것이라고는 구경도 하지 못하던 이들에게는 초록빛 한 점이 얼마나 소중한지 모릅니다.

우리의 삶의 걸음을 조금 천천히 걸어가면서 들의 꽃들과 눈을 맞추는 여유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더욱 더 우리 산하를 사랑하게 될 것 같습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