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농촌의 운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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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후 칼럼] ‘게토’가 되고 있는 농촌

올해 추석은 세월호 참사로 가족 잃은 이웃의 참척(慘慽)에 무심할 수 없어 예년과 다르다. 아픈 상처를 위로하기 보다는 깊이 후벼파는 말들이 난무하는 차갑고 매정한 사회 분위기가 더해져 가슴을 아프게 한다. 가족, 사랑, 행복, 풍요, 희망은 추석을 상징한다. 사람들은 추석날 지나온 삶의 고통을 잊고, 현존하는 유토피아가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그러나 2014년의 추석 유토피아는 이루어질 수 없는 허사가 되어버렸다.

추석에 고향을 다녀왔다. 매년 가는 고향이지만 올해는 그 어느 때 보다도 어둡고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세월호 여파와 영화의 롱테이크 장면처럼 쇄락해가는 농촌 풍경이 머릿속에 깊이 새겨졌기 때문이다. 황금빛으로 변하고 있는 들판의 벼들이 쌀개방 소식을 어찌 알 수 있겠는가. 그러나 농민들은 치명적인 영향을 받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시장에는 추석 성수기에 출하하기 위해 비료, 영양제를 듬뿍 뿌려 속성으로 재배한 농산물이 풍성하게 쏟아져 나왔지만 농민들에게 실속은 없다고 한다.

금년 4월부터 서울에서 고층빌딩 숲 사이 빈터에 있는 도시텃밭을 분양받아 작물을 재배하고 있다. 도시텃밭 농사는 도시민들의 먹을거리에 대한 불안감과 로컬푸드 선호, 환경오염과 자원 재활용 문제, 빈약한 도시 공동체 문화에 대처하기 위해 시작되었다. 거대 식품기업은 도시농업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2012년에 도시농업 관련 법률이 시행되었고, 작년에 80만 여명이 도시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평 정도의 조그마한 땅이지만 매일 접하는 경이로운 생명현상에서 사람이 자연의 품을 벗어나 살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연약한 씨앗이 발아하여 바위를 뚫고 나오는 강인한 생명력에 놀라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농사 방법부터 우리 농업의 붕괴 현상, 세계화 시대의 농업문제에 이르기까지 관찰하고 이해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

흙을 알고, 땅을 고르고, 거름을 주고, 절기에 적합한 씨앗을 뿌리고, 물을 주고, 잡초를 뽑고, 병충해를 방제하고 정성스럽게 가꾸는 일이 날마다 반복되어야 한줌의 채소를 얻을 수 있다. 화학비료와 농약을 전혀 쓰지 않고 자연순환 유기농업을 하기 위해서 노력은 배가되어야 한다. 식물이 자라는 데 필수적인 영양소는 공기중의 질소와 광합성으로 만들어진 이산화탄소다. 이러한 농사의 원리는 인간이 생존하는한 영원히 함께 할 것이다.

현재 농업은 식량위기, 에너지위기, 기후변화, 신자유주의 시대의 글로벌 경쟁과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작년에 23.1%로 사상 최저수준을 기록하였다. 전체 식량의 77%를 수입하기 때문에 우리가 먹을 식량의 대부분이 장거리 이동에 따른 저장과 포장과정에서 농약, 방부제, 방사선 등 유해물질에 노출되기 쉽다. 세계 곡물 가격은 카길, ADM, 벙기, 루이드레퓌스 등 초대형 곡물 메이저의 손에 달려 있다.

국내 종자산업은 IMF위기 이후 초국적 기업에게 인수합병이 되었다. 우리 농가는 몬산토 등 종자산업을 장악한 외국기업에게 해마다 많은 돈을 지불하고 있다. 정부가 토종씨앗을 보존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세계를 지배하는 종자기업들은 수확을 마치면 파괴되도록 유전적으로 조작된 터미네이터 종자, 그 기업들이 판매하는 화학물질을 사용해야만 병충해를 예방할 수 있는 종자를 개발하였다. 한국은 세계 유전자변형(GMO) 농산물 수입국 중 2위 국가다.

우리 농업의 현주소는 어디에 있는가. 과거와 전혀 달라지지 않은 고향의 모습을 보면서 농촌이 격리된 빈민가를 뜻하는 ‘게토’가 되고 있다는 불온한 생각을 금할 수 없었다. 자본주의 시장경쟁의 맹신과 글로벌화는 농업을 더욱 비참한 존재로 만들고 있다. 이제 쌀개방이 완성되는 과정에서 도시 경제는 ‘가장 적게 비명을 내게 하면서 가장 많은 깃털을 뽑는 기술’을 사용하여 농촌을 흡수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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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영후 소통기획자.
현재 정부는 농업직불금, 저금리 대출, 6차산업화 등 갖가지 지원책과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지만 농업 경쟁력은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 도시에 거주하면서 출퇴근하는 대농은 농지임대와 빚으로 대부분의 논을 경작한다. 농촌에 거주하는 생계형 영세농민은 빈곤의 악순환에 갇혀있다. 도시 귀농인들도 어렵기는 매한가지다. 쌓여만 가는 농가부채, 소득의 불안정성과 비관적인 미래 전망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고령의 농민들이 수명을 다한다면 농업은 도시 기업농에게 넘어가 우리의 영원한 고향은 사라질 것이다. 이것이 농촌의 운명이고, 신자유주의 신봉자들이 추구하는 최종 목표인지 묻고 싶다. / 권영후 소통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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