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 몇 번 바뀌어도 포기할 수 없는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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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나눔 릴레이] (23) 박경훈 도서출판 각 대표

참가와 동시에 참가비의 일부가 자동 기부되는 ‘아름다운제주국제마라톤대회’, 어려운 이웃들을 향한 ‘사랑의 연탄나눔’을 통해 지역사회에 기부와 나눔의 홀씨를 퍼뜨려온 [제주의소리]가 한국의 대표 사회적기업 ‘아름다운 가게’ 신제주점(매니저 김정민)과 새로운 프로젝트를 펼치고 있다. 제주지역 명사(名士)는 물론 나눔행렬에 동참한 일반 시민들이 각자 사연이 깃든 소중한 물건을 기증하는 ‘아름다운 나눔릴레이’이다. 이 소중하고 특별한 물건의 판매 수익금은 제주여성장애인상담소를 통해 출산·육아 비용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장애인 산모들에게 전달된다. [제주의소리]는 기증품에 얽힌 사연을 통해 나눔과 공유의 가치를 확산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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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경훈 도서출판 각 대표. ⓒ제주의소리

‘돈 안되는 짓’은 다 벌려왔다. 제주 문화판에서 여기저기 발을 안 디딘 곳이 없었다. 맥을 이어야겠다는 생각에 진땀을 흘렸다. 대표적인 게 15년 째 끌어오고 있는 도서출판 ‘각’.

지역문화운동가인 박경훈에 대한 얘기다. 제주지역에 지역 문화를 다루는 출판사 하나는 있어야 겠다는 생각을 실행에 옮겼다. 막상 판을 벌리고 보니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더 난감했다. 돈을 주고 책을 구입하려는 사람이 드물었다. 관심을 가져준 이들 중에서도 선물로 나눠주기를 기대하거나 ‘밥 한 끼 살게’라면서 슬쩍 달라는 사람들이 많았다. 돈벌이가 안된 것은 당연지사였다.

그렇게 십수년을 버티다보니 작은 훈장도 생겼다. 그 동안 제주현안과 관련된 양서들, 인문학 도서들, 지역 문인들의 작품집 등 200권 가까이 펴내며 제주지역 출판사의 명맥을 이어온 공로를 인정받아 올 2월 제34회 한국출판학회상 ‘기획·편집’ 부문을 수상한 것.

이 때문인지 지난 6월 열린 15주년 기념회는 분위기가 훈훈했다. 넓지 않은 북카페 각이 사람들로 가득 들어찬 것은 이들의 행보에 든든한 지지자들이 있음을 입증했다. 힘겨워도 포기할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또 하나. 당시 그가 내놓은 말 “탐라문화권에 출판사 하나는 있어야 하지 않겠냐”. 더 풍성하고 아름다운 제주를 위해 그가 택한 길이었다.

그는 아름다운 나눔 릴레이 소식을 듣고 자신이 20여년전 작업한 목판화 두 점을 내놓았다. 지금이야 회화, 판화, CG그래픽, 설치, 공공미술 등 다양한 분야의 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사실 그는 80년대 4.3을 주제로 한 ‘민중목판화’ 작업에 열을 올려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당시는 4.3에 대한 예술적 표현이 막 시작되던 때였다. 몇몇 작가들이 4.3을 완곡하게 표현하기는 했지만 4.3을 정면에서 다룬 것은 그의 목판화였다. 

이번에 내놓은 작품 역시 이에 해당된다. 얼마 전 제주4.3평화공원에서 ‘다시 보는 박경훈의 4.3 목판화’전에 전시됐던 그림이기도 하다.

적자에 돈벌이 안 되도 문 닫을 수 없는 이유?

- 작품에 대해 설명을 좀 해달라. 하나는 좀 밝고, 하나는 좀 어둡게 느껴진다.

“하나는 90년도에 만든 판화작이다. 당시 4.3과 관련된 작품활동을 할 때다. 한복은 민족성을 상징하는 거고... 내가 한 것 중 가장 밝은 판화인 듯 싶다.  또 하나는 광복 44주년을 맞아 만든 작품이다. 우리네 어머니의 모습과 죽음을 상징하는 까마귀를 통해 4.3을 다뤘다. 이건 판도 남아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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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경훈 도서출판 각 대표. ⓒ제주의소리


- 우선 도서출판 각 얘기를 안할 수가 없다. 올해가 15년째다. 좋은 얘기부터 건네야 하는데, 녹록치 않은 게 현실인 듯 하다.

“출판은 비즈니스가 아니다. 출판은 돈을 버는 게 아니다. 특히 제주도 책은 한 권 찍으면 20%가 회수가 되나? 미친 짓이다. 사실은 남들이 안하는 일이기도 하고... 나도 늙어가고 있고 쉽지 않다. 그 15년 기념회 때 떠올린 생각은 (아이러니하게도) ‘문을 닫을까 말까’. 그게 현실이다. 제주도 사람들이 술 잘 먹는다. 그 중 1/100만 써줘도 출판사 하나 살릴 수 있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어떨 때 씁쓸하다.

책이 나와도 책을 사주기보다는 그냥 받는 게 문화인 양 하는 이런 것이 씁쓸하다. 우리는 책 한권 만들기 위해서 피눈물 흘리고 하는데. 책값보다 ‘술 한 번 사켜’ 할 때 나는 가슴에 못이 박힌다. 지금까지 지역에서 책은 사고파는 것 보다는, 저자가 자기 부담으로 출간해서 뿌리는 게 관행이다. 책을 구매해야 할 문화상품으로 보지 않는다.

우리나라 국민이 OECD 국민 중 가장 책 안 읽고, 그 중에서도 제주지역이 정말 책을 안 읽는 편이다. 15년 되는 아침에 문 닫으니 마니 고민하는 게 현실이다. 남들은 출판사 하면서 돈을 번 걸로 생각하는데, 15년 남의의 집 빌려 쓰고 있다(웃음).”

- 생각보다 우울한 얘기다. 도민들의 인식에 대한 아쉬움도 느껴진다.

“문제는 제주도는 인쇄소와 출판소를 구분 못한다. 출판사 사장으로 가슴 아픈 일이다. 인쇄소는 제조업이다. 출판업은 사실 비영리업이다. 문화예술활동하고 같은 거다. 그만큼 이건 정신영역의 문화적 활동으로 분류해주는 거다. 나는 문명의 꽃을 출판이라고 본다. 제주문화하면 한반도와 다른 고유문화가 있어왔고 그런 콘텐츠를 담아주는 전문적인 출판사 하나가 있어야 특별자치도라고 생각한다. 그런 측면에서도 문을 못 닫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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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경훈 도서출판 각 대표. ⓒ제주의소리

- 상황을 바꿀만한 좋은 방법도 있지 않을까?

“일단 제주도민이 각 출판사 책을 구매해서 많이 읽어주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다. (웃음) 우리 제주도에 대해서 많이 외지인들이 와서 제대로 알자는 풍토가 있다. 그런 분위기가 붐업이 돼서 책들 많이 봐주면 좋다. 또 하나는 우리가 대중적이지 않은 전문서적도 많이 낸다. 그런 책들도 나와 줘야 지식이 남는 거다. 지역 출판사는 단순히 책만 찍어내는 게 아니고 지역의 지식을 총화시켜 내는 하나의 기관이라고 본다.”

- 좀 더 쉽게, ‘도서출판 각’이 지역사회에 소중한 이유에 대해서 풀어서 설명해달라.

“여기에 출판사가 없게 되면 지역에서 책을 내는 데 상당히 먼 일이 된다. 처음 출판사를 하게 된 것도 주변에 시인, 소설가들이 육지까지 가서 고생하며 책을 내놓는 거다. 거기서 느낀 안타까움이 각을 시작하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 도서출판 각의 앞으로의 계획도 있을 것 같다.

“일단 제주문화 전반에 대한 소개돼 있는 것들을 많이 요구를 한다. 이주민들도 많아지고 하니. 그런 쪽에서 개설서 형식의 이런 책들을 기획을 하려한다. 이런 눈높이에 맞춘 출판을 좀 하긴 해야겠다.

그리고... 비즈니스가 안되는 걸 비즈니스 하겠다는 사람이 나타날 때 까지 문을 못 닫을거 아닌가. 그냥 가다보면 제주도민들 많이 사서 볼거라고 믿는다. 제주문화의 한 축인데 누군가는 해야할 일이라고 본다.”

[편집자 주] 박 대표의 기증품은 아름다운가게 신제주점(064-749-0038)에서 구입할 수 있습니다. 각별한 사연이 깃든 소중한 물건, 남다른 의미를 가진 귀한 소장품을 이웃과 나누고 싶은 분들은 아름다운가게 신제주점이나 제주의소리(064-711-7021)로 연락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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