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이 달 중순 제주도교육청 조직개편 연구용역 중간보고회에서 발표된 현 교육박물관을 제주도서관 산하 부서로 축소시킨다는 방안에 대한 것입니다. 지난 26일 발표된 최종안에서는 이 내용이 백지화됐지만 장일홍 극작가는 실행 여부와 관계없이 이번과 같은 일이 다시 있지 않기를 바란다며 글을 보내왔습니다.

[장일홍의 세상 사는 이야기 ⑯]

뉴욕타임즈의 ‘월드뉴스’를 인용한다.

<코리아 박근혜 대통령이 정부조직을 개편하면서 국립박물관과 국립도서관을 통합한다고 발표했다. 어느 아프리카 대통령도 하지 못할 이런 무지몽매한 결정이 21세기의 한국에서 이뤄졌다는 것은 한 마디로 컬쳐 쇼크다>

물론 이 기사는 가정법이다. 그런데 이처럼 경악할(?) 만한 소식이 들려왔다. 제주도교육청의 조직개편 시안에 교육박물관이 도서관에 흡수 통합되어 도서관의 하부조직(교육박물관部)이 된다는 내용이 있다고 한다. 누가 이런 기상천외의 발상을 했는지 모르지만 이는 박물관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박물관은 인류의 문화유산을 저장할 뿐 아니라 인류의 미래의 꿈을 잉태하는 장소이다. 사람들은 박물관에 가서 과거의 모습을 보면서 동시에 미래상을 응시한다.

단지 과거의 유물만을 보존하는 박물관은 ‘죽은 박물관’이다. 현대의 박물관은 유물의 수집·보존·전시라는 고유 기능을 뛰어넘어 시민과 학생들의 평생학습장, 문화체험장의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살아있는 박물관’이 된다.

우리는 루브르박물관, 대영(大英)박물관, 메트로폴리탄박물관 등이 그 나라 문화 아이콘이 된 이유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선진제국에서 박물관은 흔한 도서관보다 더 가치있는 문화시설로 활용되고 있다. 따라서 박물관을 도서관에 통합하려는 행위는 ‘야만적(?) 폭거’라고 지탄받아야 마땅하다.

만일 교육박물관이 제 역할과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면 이를 지도하고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게 제주도교육청이 할 일이다. 제 할 일도 모르면서 무턱대고 박물관을 없애려는 무지막지한 시도를 즉각 중지해야 한다.

교육을 왜 백년대계라고 하는가? 경제적 효율성의 잣대로만 재단할 수 없는 게 교육이 아니던가? 사리가 이러할진대 교육감은 교육논리보다 경제논리를 앞세우는 한심한 관료들을 설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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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나라의 과거를 알고 싶다면 박물관으로 가라”는 말이 있다. “제주교육의 과거와 미래를 알고 싶다면 교육박물관으로 가라”고 할 정도로 박물관의 위상을 높이는 원대한 비전을 제시하지는 못할망정, 이런 걸 개혁이라고 생각하는 그 사고방식의 무모함과 저급함에 혀를 내두르지 아니 할 수 없다.

제주교육사에 부끄럽지 않은 교육감이 되려면, 이석문 교육감이 전면에 나서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리라고 믿는다. / 장일홍 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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