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사람 레코드] (35) 그해 여름날 / 순이네담벼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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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개의 달 한 개의 마음 / 순이네담벼락 (2011)

며칠 전에 새로 올라온, 친구 J의 카스를 봤더니 ‘그래서 그들은 바다로 갔다’라는 한 문장 아래 아이들이 바닷가에서 노는 사진이 연이어 있다. 아이들이 수면 위로 얼굴을 내밀어 웃고 있다. 아이들이 어떻게 바다를 선택했는지 상상하면 흐뭇하다. 아빠는 아이들과 추억을 만들기 위해 이곳저곳을 다닌다. 아이들이 먼저 바다 냄새를 맡았으리라. 눈 밝은 한 아이가 ‘돌고래를 보고 싶어’라고 발음했을지도 모른다. 아이들 머리 위에 있는 숨골이 아직 물을 기억해서일까. 손가락 사이에 있는 물갈퀴 흔적이 우리가 바다에서 왔음을 말해주는데……. J의 말에 의하면, 인간의 조상은 원숭이가 아니라 돌고래인 것 같단다. 어른들은 여름에만 바다를 생각하지만 아이들은 사계절 바다를 그리워한다. 게처럼 옆으로 기어서라도 바다에 갈 수 있는 아이들. 바다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바다에 도착하기 전이 가장 즐겁다. 마음은 튜브처럼 부풀어 오르고, ‘뻐스는 꾸릉꾸릉 달린다’. 겨울이 가까워질수록 여름이 그립다. 언제나 여름인 아이들처럼 늦가을 바다에 발을 담그자. 정 어렵다면 욕조에 물을 붓고 종이배를 띄우자. 수박 대신 오뎅을 먹으며. 11월의 바다엔 붕어빵이 헤엄쳐오잖아. 그해 여름날, 우리는 바다에 있었다. 친구야, 셋째 임신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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