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남춘 칼럼] 세밑 원 지사에게 보내는 고언 "기대가 분노로 바뀔 수도..."

2015년 내년 사업 절충과 예산 심의로 세밑이 뜨거웠다. 제주도와 제주도의회가 힘겨루기를 하는 동안 진정 제주도민의 정서는 반영된 걸까. 뒷골목의 정서는 2014년 뽑힌 새로운 도지사와 도의원에게 벌써 실망하는 분위기다. 

여러 해 묵은 현안도 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드림타워의 카지노 허가 문제다. 선거기간 중에는 도지사가 단호히 반대하던 사안이었다. 모두 그렇게 되길 바랐을 것이다. 

십 중 팔구는 도심 속 드림타워에 대해 회의적이다. 56층을 38층으로 낮추었다고 해서 허가하자는 분위기는 느낄 수 없다. 80-90%가 반대하는 일을 왜 만지작거리느냐고? 개발이 언제 민의를 토대로 이루어졌던가.

드림타워가 불가능한 이유를 간결하게 정리해 본다. 첫째, 도심 과밀을 해소하고 구도심을 살려야 한다면서 신제주에 거대한 건물을 지을 일이 아니다. 신제주 교통마비는 불 보듯 뻔하다. 

둘째, 낮추었어도 168미터의 건물은 화재 등 사고에 무방비다. 제주도에는 52미터짜리 고가사다리가 고작이다.
 
셋째, 공항과 인접해 있어서 비행기와의 충돌 등 사고 위험이 높다.
 
넷째, 랜드마크를 신설하는 것은 이제 후진적인 조치라고 판명 난 즈음에 경관가치를 파괴하면서 고층 건물을 지을 이유가 없다. 더구나 제주의 랜드마크인 한라산을 위압하는 처사는 참을 수 없다. 

다섯째, 도박장은 미래 산업이 아니다. 물론 과거에는 입에조차 담을 수 없는 사안이었다. “도둑질과 도박을 제외한 어떤 일을 해도 좋다”는 극단적인 말 속에 우리 선조들이 가장 경계하는 일이 ‘도박’이다. 그래서 드림타워의 드림(꿈)은 깨야 한다.

또 하나의 도박장이 하나 감추어져 있다가 세상에 알려졌다. JDC가 추진하는 <신화역사공원> 속에 엄청난 크기의 도박장이 설계되어 있었는데 그 규모가 3000평이라나!
 
우리는 중국기업의 투자 유치에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다만 중산간을 개발하여 경관을 파괴하거나 제주도민의 일상적 삶을 파괴하는 무자비한 개발 사업에 반대할 뿐이다. 이런 부도덕한 땅 장사를 제주의 공기업인 JDC가 앞장서서 하고 있다니 놀랍다. 

그뿐만이 아니다. 내국인 면세점 수입에서 300억을 영어교육도시에 퍼붓고 있으면서 제주도 공교육에 공헌하는 바는 극히 작다. 넘치는 관광객을 위해서라도 새로운 면세점을 열어야 하는데, 그런 노력을 펴지 않고 스스로 그 수익을 포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큼직한 사안이 10년 째 해결되지 않고 있다. 김태환 도정 때 이루어진 강정 해군기지 사기사건도 원희룡 도지사가 관심을 둔다고 했지만 갈등이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우근민 도정 때 있었던 세계7대 자연경관 사기사건과 함께 이루어진 56층 드림타워 허가 사기사건도 해결하겠다는 의사만 전달되었을 뿐 아직 미결이다. 원희룡 도정의 진정성도 이제 서서히 의심하는 단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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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남춘 제주대 교수
기대가 분노로 바뀌는 순간이 멀지 않았다. 우선 김태환과 우근민 전 도지사에게 법적 책임을 묻게 해야 옳다. 땅장사에 몰두하면서 제주를 파괴하는 데 앞장서는 JDC 또한 마찬가지다. 그래야 원희룡 도정의 선명성과 추진력이 인정받게 될 것이고, 제주도는 희망을 갖게 될 것이다. 

2015년의 새로운 희망을 세우기 위해 드림타워의 꿈을 깨고, 2014년 세밑에 멈춰 서서 과거의 죄를 묻는 ‘역사바로세우기’부터 하시면 좋겠다. 바깥을 내다보는 일에 큰 성취 있길 바라면서, 우선 안을 들여다보는 일에 몰두하길 바란다. 그 안에 제주도민, 우리가 아파하고 있다. <허남춘 제주대 국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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