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발행인 칼럼] 찜찜한 세밑, 새해엔 '도민자산' 물이라도 크게 팔아보자

물주권 물안보 괜찮은가
물 가진자와 못가진자의 명암
물산업은 대박이다

‘지난 20세기의 역사를 정의하는데 중심적인 역할을 했던 것은 석유 분쟁이다. 그리고 새로운  21세기 세계질서 형성의 기초는 수자원 이용을 둘러싼 물 분쟁이다.’

저널리스트이자 ‘물의 세계(Water)’의 저자 스티븐 솔로몬의 말이다.

21세기세계물위원회 위원장인 이스마일 세르겔디 또한 20세기 이후의 치열한 전쟁은 물 쟁탈전임을 예고하고 있다.

그렇다. 석유 없인 살아도 물 없인 살 수 없다. 그러나 불행스럽게도 물은 세계에서 가장 부족하고 중요한 천연자원이다. 지구 표면 70% 이상이 물로 덮여 있다고는 하지만 맘 놓고 마실 수 있는 물은 인체의 털 끝 정도라고 한다. 그러기에 물 부족과 확보를 둘러싼 생태계 고갈문제가 세계정치와 인류문명을 좌우하는 결정적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중동의 화약고라 불리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관계를 놓고 보자. 수차례에 걸친 중동전쟁은 실상 물을 둘러싼 그들의 갈등 에서 비롯됐다. 2차 대전이 끝나면서 팔레스타인의 땅에 정착한 일단의 유대인들. 그들은 그곳에 정착하자마자 우선 그곳의 수자원을 선점했다. 이른바 요르단강변인  가자지구와 지하수가 매장되어 있는 서안지구의 강점이 그것이다.

자본력과 기술 그리고 막강 군사력을 앞세운 그들은 같은 공간에 살면서도 형편이 사뭇 달랐다. 좋은 물을 사용하고 심지어 지하수를 이용하여 사막에서 농사를 짓기까지 하는 이스라엘.반면 그들에 떠밀린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농사는 커녕 마실 물조차 턱없이 부족해졌다.

한쪽에선 지하수로 정원의 잔디를 가꾸는데 다른 한쪽에선 구정물을 마셔야하는 아이러니... 결국에는 팔레스타인들(훗날 PLO)이 이스라엘의 물 수송차를 공격하면서 중동의 화약고는 마침내 폭발하고 말았다. 인근 아랍국가들이 팔레스타인을 거들어 군사력을 동원, 이스라엘 축출에 나섰다.

이른바 중동전쟁의 결과는 참담했다.아랍연합군의 공격을 사전에 간파한 이스라엘이 선제 기습공격을 감행,이집트의 공군력을 무력화 시키면서 명암이 갈렸다. 더 나아가 이스라엘군은 골란공원까지 진출,  보다 강력한 물주권을 구축했다. 물은 그렇게 서서히 중동에서부터 석유에 이어 또 하나의 힘으로 자리를 잡아갔다.
 
과거 중동의 산유국들로부터 찬밥신세였던 터키도 21세기 들어 물 덕택에 사정이 달라졌다. 감히 그들은 21세기가 터키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터키는 세계문명의 발상지인 유프라테스강과 티크리스강등 중동일대 큰 강들의 상류를 점하고 있다. 그들은 물주권을 바탕으로 과거의 영화를 꿈꾸고 있다.

“우리는 그들의 석유자원을 우리 것이라고 이야기 하지 않습니다. 그들도 우리의 수자원을 그들 것이라고 이야기 할 수 없습니다. 주권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우리가 하고 싶은 대로 할 권리가 있습니다.”

터키 총리였던 슐레이만이 아랍제국과의 물분쟁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다. 석유와 물을 두고 이미 시쳇말로 갑과 을이 뒤바뀌었음을 의미하는 말이 아닌가?

중국이 소수민족인 티벳을 쥐어짜는 이유 또한 물과 무관치 않다. 중국의 젖줄인 양자강과 황하강 시원이 테베트 고원의 대빙하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또한 인접 인구 대국인 인도의 사정도 비슷하다. 갠지스강이나 인더스강 줄기가 이곳과 연결되어 있어 물주권을 둔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물이 21세기 새로운 권력으로 자리를 잡아가면서 물은 역시 세계적인 대박이 되고 있다. 21세기 들어 물이 새로운 자원, 자연자본의 핵심으로 자리하면서 금융가에도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다. 미국의 월가에 물 전문투자기금이 등장해 국내외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음이 그것이다.

그들에 따르면 물산업은 연간 4000억달러 규모의 거대산업으로 발돋움 했다. 특히 이들 중 먹는 샘물인 생수는 세계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산업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생수판매량이 전세계적으로 1000억달러 이상이며, 매년 성장세가 10%를 상회하고 있다.

일찍이 지하수를 먹는 샘물로 개발, 국내외 시장에 선을 보인 제주도로서는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대부분 몇몇 세계적 유수기업들이 시장을 과점하고 있다고는 하나 틈새공략이 불가능한 일은 아닐 터. 특히 주요시장들이 제주 배후에 있는 중국 인도네시아 러시아 등이라고 하니 적극적으로 도전해볼만 하다. 꿈같은 얘기일까. 1천억 달러의 한두 자리 수만 확보해도 제주살림이 크게 펴질텐데...

하지만 그것이 큰돈이 된다고 해서 과거 석유나 석탄 팔아먹듯 소모적이어서는 안 된다. 제주의 물은 자연으로부터 물려받은 제주의 차별적 재화이자 미래의 권력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자연의 섭리에 크게 거슬림이 없어야 하며, 재생가능하게 하고 그것이 또한 지속가능하게 해야 한다.이점에 있어서는 산유부국 사우디 아리비아가 반면교사다.

물이 귀했던 사막의 나라 사우디. 그들은 열사에서 뜻밖의 보물인 지하대수층을 발견했다. 사막에 그물을 끌어들여 농사를 짓고 인근국가에 수출까지 했다. 일반 토지 농업생산비의 5배에서 10배의 정부보조금을 받아가면서. 결국 그들은 무분별한 물 남용으로 오늘에 와서는 지하수가 고갈되면서 비상이 걸렸다. 향후 10년이면 그들의 자랑이었던 천연지하수를 볼 수 없음이 불을 보듯 훤해져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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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홍철 <제주의소리> 대표이사.
‘치수에 실패한 사회는 반드시 몰락한다’는 말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여전히 통용되는 말에 다름 아닐 터. 신년 벽두부터 물 타령을 하게 됨은 지난 세밑이 깔끔치 못해서일까. 도민살림이 넉넉해지고 서로 핏발 세우지 않으려면 도민자산인 물이라도 크게 팔아야 할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서 해본 넋두리.

출범에 앞서 ‘물의 혁명’을 공약으로 내세웠던 원희룡 도정. 을미년 새해를 맞아 ‘물의 혁명 ’ 그 큰 그림을 기대해 본다. /고홍철 <제주의소리>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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