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사람 레코드>(42) 3월의 마른 모래 / 가을방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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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명 / 가을방학 (2013).

‘여행스케치’의 노래 ‘별이 진다네’ 앞부분에선 기타 소리와 함께 개구리 울음소리, 개 짖는 소리가 들린다. ‘여행스케치’의 ‘여행스케치’도 그렇고 ‘여행스케치’는 여행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앨범이 아니라 음악 전체를 하나의 주제로 이어온 밴드나 가수가 또 있을까. ‘국민학교 동창회 가는 길’은 어린시절로 여행하게 만들고, ‘막내의 첫느낌’은 첫사랑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여행이라는 감성은 하모니카 소리처럼 은은하게 녹아있다. 최근에는 ‘가을방학’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는 것 같다. 여름방학도 겨울방학도 아닌 가을방학. 정말 가을방학이 있으면 좋겠다. 봄방학도 있는데 가을방학만 없다. 현실에 없기에 더욱 원하게 된다. 그런 꿈 같은 노래를 하는 이들이 ‘가을방학’이다. ‘언니네이발관’, ‘바비빌’을 거친 정바비, ‘브로콜리너마저’의 뮤즈 계피가 만드는 음악은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방학으로 오라고 우리에게 손짓한다. ‘속아도 꿈결’, ‘3월의 마른 모래’, ‘잘 있지 말아요’ 등은 시적인 노랫말과 잘 익은 복숭아 같은 목소리가 만나 하얀 풍선 하나 하늘로 오른다. ‘가을방학’의 노래를 들으면 열기구를 타고 아주 멀리 날아가는 것만 같다. /현택훈(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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