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종 칼럼] 제2회 국제전기차엑스포 개최를 앞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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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종 전 한국일보 주필, 국제녹색섬포럼 이사장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시에서 개인택시를 탔습니다. 같이 탄 박재찬 씨(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 조직위 사무총장)가 흥분한 듯 운전기사를 향해 말을 걸었습니다. 
“이 차 전기차 아닙니까. 언제 구입했습니까?” 
“작년에요.” 
“LPG차와 비교해서 연료비가 어떤가요 
"하루 연료비가 3만 원 정도 덜 들어요. 소음 덜 나지, 연료비 덜 들지, 괜찮아요. 이곳 택시기사들 사이에선 전기차가 어떠냐고 물어오는 사람들이 많아요. 택시기사들은 연료비에 매우 신경을 쓰니까요.” 
“불편한 건 없나요? 배터리 주행거리라든가, 충전소 문제 같은 거요.” 
“그게 문젭니다. 배터리 주행거리가 200킬로미터만 되도 택시들은 아마 전기차로 모두 바꾸려 할 것입니다. 현재 주행거리가 120킬로미터지만 80킬로미터만 뛰어도 불안해요. 그래서 자꾸 충전소를 찾게 됩니다.” 
박재찬 씨가 말했습니다. 
“나는 전기차 관련 일을 하는 사람이거든요. 월 70만원 연료비가 절약된다는 얘긴데 10만원은 저축하세요. 배터리 수명이 5, 6년이니까.” 
“아, 그러세요. 배터리 수명 알죠. 전기차의 문제는 배터리입니다. 배터리 저장능력이 커지고 충전소가 많이 생기면 제주도 사람들은 전기차를 진짜 많이 타게 될 겁니다. 배터리 충전 시간은 공치는 시간이에요. 영업하는 사람들에겐 시간이 돈이거든요.” 

박재찬 씨가 이렇게 전기차 택시에 관심을 드러내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박재찬 씨는 자동차 영업 맨 출신입니다. 대우자동차에서 잔뼈가 굵었고 벤츠자동차 수입회사 대표로 일했습니다. 그는 작년 1회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를 앞두고 김대환 조직위원장에 의해 사무총장으로 영입된 후 전기차와 제주도의 미래 잠재력에 무한한 흥미를 갖게 되었습니다. 

그는 올해 3월 6일부터 15일까지 10일간 제주도에서 열리는 제2회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 조직위원회의 사무를 총괄하고 있어 그 중압감이 크면서도 상당한 성공을 예감하고 있습니다. 그의 성공 예감은 작년 100일도 준비 못한 채 급하게 개최한 1회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가 예상 밖의 성공을 거둔 점, 작년 새로 선출된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전기차 엑스포를 발 벗고 지원하고 있는 점, 국내외 전기차 제조사가 대거 적극 참여하기로 한 점 등이 긍정적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또한 1회 엑스포를 통해 제주도가 전기차의 테스트베드로서 최적지라는 사실이 광범하게 인정받게 된 점도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계기입니다. 

정부는 2009년에 전기자동차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고 2011년 서울과 제주도 등 전국 10개 도시를 전기자동차 선도 도시로 지정했습니다. 2013년부터는 보조금을 주며 민간보급에 나섰습니다. 

제주도는 섬이라는 특수 환경 덕택에 테스트베드(test bed)로서 정부의 관심 대상이었습니다. 또한 세계환경수도를 지향하는 제주도는 ‘탄소제로 섬 2030’ 계획으로 이에 부응했습니다. 2030년까지 탄소를 배출하지 않고 풍력 등 청정 재생에너지만 사용하는 섬이 되겠다는 비전을 선언한 것입니다. 2030계획 중에는 2030년까지 제주도에서 운행이 예상되는 약 35만 대의 차량을 전부 전기자동차로 바꾸겠다는 야심찬 계획이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정부와 제주도가 보기 좋게 그리는 전시 행정의 그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작년 제1회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에 도민들의 관심이 쏟아 졌고, 언론의 시선을 끌며 전기차는 탄력을 받게 되었습니다. 올해 엑스포는 더욱 큰 탄력을 받을 것 같습니다. 지난해 여름 출범한 제주도 지방정부가 환경보전을 강조하면서 전기차 보급을 서두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주도,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의 관심과 지원도 작년의 두 배로 커졌습니다. 실적이 눈에 보인다는 판단이 선 것으로 보입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정부의 보조금으로 공모하는 전기차 민간보급 대수 전체 3,000대 중 1,500대를 제주도에 배정했고, 제주도청은 대부분 엑스포 현장에서 공모한다는 방침을 정했습니다. 

무엇보다 전기차 제조업체의 참여 열기가 뜨겁습니다. 작년 기아, 르노삼성, BMW, GM, Nissan이 참여했지만 그렇게 적극적이지 않았습니다. 정부가 지원하는 행사라고는 했지만 세계적 명성도 없는 섬에서 별로 준비도 없이 열리는 엑스포라는 인상이 강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번 엑스포에는 Nissan이 작심하고 나섰고, 중국의 전기차 제조사 BYD도 참여한다고 합니다. 

제주도에서 이번 열리는 국제전기자동차 엑스포는 세계적 자동차엑스포와 비교하면 미니 행사라고 할 수 있지만 순수 전기차만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지금 자동차 시장을 둘러싼 환경은 복잡합니다. 전기차의 등장으로 자동차 제조가 옛날 자동차회사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사실이 입증되고 있습니다. 테슬라(Tesla)가 혜성같이 나타났고 구글과 같은 회사가 자동차사업부를 은밀히 운용하고 있고, 애플이나 LG같은 전자회사들이 전기자동차 분야에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또 무인자동차 시대도 임박했습니다. 게다가 셰일(shale) 혁명에 의한 석유가의 하락이나 기후변화 등 전기차의 입장에서 보면 유리하거나 불리한 요인이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변화가 봇물처럼 쏟아질 것입니다. 

이와같은 요소를 안고있는 전기차 상용화실험이 제주도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제주도에는 현재 800여대의 전기차가 운행되고 있습니다. 제주발전연구원의 방문 및 설문조사결과 전기차 사용자의 만족도가 예상보다 높은 것으로 나왔습니다. 

요즘 제주도는 중국인 관광객으로 넘쳐나고 관광객뿐 아니라 중국인 거주자들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15년 후 제주도는 전기자동차와 중국인들이 들끓는 도시로 크게 변화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 김수종 전 한국일보 주필·국제녹색섬포럼 이사장

<이 기사는 자유칼럼그룹과 필자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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