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종 칼럼] 제주가 제안·기획·창조한 국제 엑스포…아시아 창조 허브도시 기대

3월6일부터 15일까지 열흘간 제2회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IEVE)가 중문관광단지 내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엑스포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전시 및 컨퍼런스 규모도 작년보다 훨씬 커졌고, 관람객도 연인원 8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국제 전기자동차 엑스포는 제주도의 발전을 위해 다른 컨벤션 행사와 비교할 수 없는 큰 의미를 갖고 있다. 왜 전기차 엑스포가 제주도 발전에 중요한 비중을 갖는 것인지 세 가지 관점에서 짚어본다. 

첫째,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는 제주인들이 주체가 되어 탄생시킨 국제 컨벤션 행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제주도는 연간 1200만 명의 관광객이 찾아오고 그 중 300만 명이 외국인이라 점에서 국제 관광지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국내의 각종 학회 및 협회의 회의는 물론 국제기구와 국제 민간단체의 컨퍼런스가 열리는 국제회의 도시로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컨퍼런스는 제주도민들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회의가 대부분이고 관광객 유치 효과에 머문다. 제주도민이 컨퍼런스의 주인이 아닌 장소 제공자일 뿐이다.  이런 현상은 국제회의 도시를 지향하는 제주도로서는 뭔가 모자란 감을 준다. 국제적 관광지 스위스의 경우는 다보스포럼 등 그 나라 사람들의 기획해서 키워놓은 세계적 컨벤션이 있어 대단히 창조적 이미지를 그 지역에 제공한다.  
     
이런 맥락에서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는 제주인들이 주체적으로 제안하고 기획하고 진행하는 국제회의라는 점에서 제주도 발전에 크게 기여할 잠재력이 있다. 특히 엑스포는 국제회의 산업에서도 꽃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관광산업에 기여하는 바가 크고 연관 효과도 높다. 10일간에 걸쳐 5만 명 이상이 참여하는 국제회의를 제주도 사람들이 한 번도 아니고 지속해서 치를 수 있다는 것은 장차 창조적인 활동이 제주도에서 많이 생길 토대가 마련되는 것이다. 이것은 제주도민의 자존심을 한껏 높이는 일이다. 

둘째,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의 매력은 주제의 선명성이다. 전기자동차는 첨단기술과 미래지향성을 품고 있다. 각국의 유명한 도시들은 관광산업을 중시하고 국제회의 산업을 육성하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 국내 도시들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엑스포든 축제든 적합한 주제를 찾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복사판 축제나 엑스포가 난립하고, 특히 국내 지방축제는 세월이 가면서 추진력이 떨어져 소멸할 수밖에 없다.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는 전기차라는 미래를 선점했다. 제주도는 전기차를 생산하는 곳도 아니고 특별한 관련 기관이 있는 곳도 아니다. 단지 지방정부가 환경정책의 일환으로 전기자동차 보급에 앞장서고 있을 뿐이다. 전기자동차엑스포는 전기자동차 전시만 전문으로 하는 엑스포를 지향하면서 소도시의 특성에 맞는 컨벤션 모델을 창조한 셈이다.  

전기자동차는 미래 자동차 문명을 선도할 축이 될 것이다. 이런 기술적 문화적 키워드를 제주도가 엑스포를 통해 확보하는 것은 지역발전을 위해 대단히 중요하다. 제주도를 경치나 구경하고 맑은 공기나 들여 마시는 단순 관광지를 넘어서게 하는 초석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셋째, 전기자동차엑스포는 제주의 산업적, 문화적, 사회적 변화의 창조적 통로가 될 수 있다. 제주도 지방정부는 2030 환경비전을 갖고 있다. 2030년까지 탄소 없는 환경 섬을 지향하고 있다. 그 핵심 정책 중 하나가 2030년까지 제주도내 운행 차량 37만대를 모두 전기차로 교체하는 것이다. 

솔직히 개인적 평가로는 불가능한 목표라고 본다. 시간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전과 정책 목표 설정은 중요하다. 재생에너지를 생산하고 전기자동차로 교체하는 일은 지난하지만 끈질기게 정책을 수행한다면 전기자동차는 제주의 상징적 대명사가 될 수 있다. 제주도내 자동차 중 전기자동차의 비율이 10%만 되면 상상할 수 없는 전기자동차 붐이 불붙을 수 있다.     
 
제주도의 산업 구조가 달라질 수 있고, 교통문화가 새로 정립되고, 환경보전에 대한 주민의식이 급속도로 고양될 수 있다. 제주도가 전기자동차 시장의 역할은 크게 할 수 없지만 테스트베드로서의 노하우를 축적하고 인적 자원을 모을 수 있다면 장차 다가올 전기자동차 시대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다. 전기자동차와 관련된 정보, 기술, 교육, 학술회의가 제주도를 중심으로 열리고 유통될 수 있다. 

전기자동차 엑스포에 도민이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를 생각해보았다. 세계화 시대, 특히 중국 시대에 제주는 변방이 아니라 허브(Hub)가 될 수 있다. 아니 허브가 될 것이 틀림없다고 본다. 그러나 누가 허브의 주체가 되느냐는 또 다른 문제라고 본다. 지금 제주에 사는 주민들이 공부하고 세계를 읽고 준비하지 않으면 허브를 움직이는 주체는 제주인의 몫이 아닐 수도 있다. 변화의 물결이 거세면 원주민들이 아무리 반발해도 압도해버린다. 세계 문명사가 이를 말해준다. 수백 년 전 몽골의 제주도 점령이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 미뤄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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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종 국제녹색섬포럼 이사장. 한국일보 전 주필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도는 자연만 자랑해선 안 된다. 세계인을 움직일 창조적인 것을 만들어 내야 한다. 예를 들면 ‘제주올레’는 제주에서 창조된 걷기 문화의 키워드로 서울을 비롯해서 전국으로 확산됐고 외국에도 수출됐다. 종류는 달라도 그런 창조적 활동이 제주에서 많이 나와야 한다. 전기자동차엑스포도 이런 맥락으로 보면 제주의 변화에 매우 긍정적인 창조적 활동이라고 할 만하다. 

전기자동차 엑스포를 계기로 제주도가 고도의 인간 활동이 농축된 보기 드문 아시아의 창조 허브도시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 국제녹색섬포럼 이사장·한국일보 전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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