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8909_179603_4751.jpg
시(詩)가 우리 곁으로 온다. 매주 한편씩. 시보다 사람이 큰 시인 김수열. 제주 섬에서 나고 자란 그가 30여년 정들었던 교단을 떠나며 시를 담은 도시락(島詩樂)을 들고 매주 월요일 아침, 독자들과 산책에 나서기로 했다. 살다가 시가 된 제주 시인과 그들의 시를 김수열 시인이 배달한다. 섬(島) 시인들이 토해 낸 시(詩)가 주는 소박한 즐거움(樂)이 쏠쏠할 테다. 시 낭송은 시를 쓴 시인이 직접 맡고, 김수열 시인은 시 속에 살아 숨 쉬는 소리를 끄집어내 우리에게 들려주기로 했다. 우리의 일상과 너무나 가까운, 우리의 생각과 너무나 닮은 시인의 목소리로. 한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 아침,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가슴을 든든히 채워줄 ‘김수열 시인의 도시락 산책’에 <제주의소리> 독자들도 함께 동행하길 기대한다. [편집자] 

[김수열 시인의 도시락 島詩樂 산책](2) 조심스러운 사람 / 김순이 


지나치게 큰 소리로 웃는 사람을
나는 조심합니다
술 담배를 입에 댈 줄도 모르는 사람을
나는 조심합니다
집으로 오가는 길이 언제나 일정한 사람을
나는 조심합니다
항상 양복만 입는 사람을
나는 조심합니다
자기 식구보다도 하느님을 더 믿는 사람을
나는 조심합니다
세상 모든 일이 <하면 된다>라는 사람을
나는 조심합니다
책방에 가서 책을 골라보는 일이 없는 사람을
나는 조심합니다
후회할 줄 모르는 사람을
나는 조심합니다
부끄러운 과거가 없다는 사람을
나는 조심합니다
사람에게 진 마음의 빚을 돈으로 계산하는 사람을
나는 조심합니다
삶에 진저리쳐 본 적이 없다는 사람을
나는 무척 조심합니다
/ 조심스러운 사람 - 김순이 詩

김순이 =『문학과비평』으로 등단. 시집으로 『바다는 소리쳐 울 때 아름답다』, 시선집 『기억의 섬』 등이 있음. 

당신에게도 마음이 쓰이는 사람이 있는지요? 세상살이 누구에게나 그런 사람 없을 수 없지요. 그런데 어떤 사람에게 마음이 쓰이는지를 물으면 사람마다 돌아오는 답이 다를 겁니다. 당연하지요. 너는 내가 아니니까. 바로 그 지점에서 그 사람의 개성이 보이고 속내가 드러나는 것이겠지요. 우리는 한 편의 시를 통해서 시인의 속내를 들여다봅니다. 솔직하고 담박합니다. 거짓이 없고 꾸밈이 없습니다. 그리고 작곡하는 친구에게 곡을 붙여보라고 들려주고 싶은 시입니다. 이참에 당신도 시인의 운을 빌어 ‘ ~ 사람을 / 나는 ~합니다’라는 시를 써보면 어떨까요? 잠깐, ‘삶에 진저리쳐 본 적이 없다는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그 속내를 깊숙이 들여다보세요. 아마도 그는 분명 사람이 아닐 겁니다. / 김수열

김수열 = 『실천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어디에 선들 어떠랴』, 『생각을 훔치다』, 『빙의』 등이 있음. 제4회 오장환문학상 수상. 

* 시·시낭송 / 김순이 시인
* 도시락(島詩樂) 배달 / 김수열 시인
* 영상 제작 / <제주의소리> 박재홍 PD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