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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 칼럼] 재선충병 해법찾기 ②낡은 틀 깨는 ‘창조적 파괴’, 민관 수평적 협력 시급

# 제주의 재선충 방제 해법은 ?

이제는 재선충 방제에 대한 체계적인 선진 방제 시스템을 구축해 제대로 된 진단과 방제를 이끌어 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제주의 재선충 방제는 아직 열악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방제는 고사하고 필수적인 기초 진단 방법도 퇴행적이며 관료집단에 의한 관성의 오류만이 범람하고 있다.  재선충 방제 매뉴얼도 제주 실정과 동 떨어진 구 시대의 유물을 붙잡고 안달하고 있다. 여기에 주먹구구식의 진단과 부실한 처방에 정치적 왜곡 등이 더해지면서 도정의 재선충 방제 정책은 실패의 덫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한 마디로 재선충 방제의 기반이 매우 부실하고 신뢰성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얘기다.

향후 제주의 재선충 방제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사회 구석구석에 서식하고 있는 집단사고와 관료주의의 오류에서 탈피해 창의성이 숨 쉬는 새로운 방제시스템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창조적 방제시스템의 핵심은 융합화, 개방화 그리고 다양화다. 이는 기존의 틀을 무너뜨리는 창조적 파괴를 필요로 한다. 창조는 다양성을 수용하는 개방된 조직과 사회에서 꽃을 피울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주도 재선충병 방제 성공 시나리오는 첫째, 제주 관료사회의 집단사고 위험의 최소화를 위한 다양성의 수혈을 민간부문과의 네트워킹을 통해 확보하는 것으로 시작해야 한다. 도정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지금의 수직 관계의 민관 협의체는 혁신성, 다양성을 요구하는 산적한 현안을 해결하는데 역부족이다. 재선충 방제에 대한 합리적인 대안을 찾기 위해 관을 대표하는 지자체와 민을 대표하는 여러 전문기관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민관 수평적,  집단적 협력체제의 구축이 필요한 이유다.

여기서 환경파괴적인 항공방제를 계속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도 열려있어야 한다. 가령 일본에서는 소형헬기를 이용해 고사목 주변 등 좁은 범위에만 항공방제를 실시해 환경파괴도 줄이고 방제 효율도 제고하고 있는데 우리도 허심탄회한 논의를 통해 시범사업 정도는 구상해 봐야할 것이다. 민관 수평적, 집단적 협의체라면 소형헬기에 관한 노하우를 갖춘 일본, 이스라엘과 드론 운용의 노하우를 갖춘 미국 까지도 시범사업에 참여시킬 수 있을 것이다. 제주도에서의 운용 노하우는 산림방제 뿐만 아니라 농업 및 상업분야에 까지 다양한 분야에 걸쳐 육지부는 물론 차후 중국 진출에도 기초 데이터로 사용할 수 있는데 이 전인미답의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싶어하는 기업은 꽤 있을 것이다.

천혜의 환경 유산에 자긍심을 갖고 대대로 자연을 지켜오고 있는 지역사회에 생채기를 내고 있는 곶자왈 방제도 마찬가지다. 지역주민들은 방제 자체를 반대하고 있는 것이 아니고 소중한 우리의 환경자산을 파괴하지 않으면서 방제를 해달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방제본부는 당연히 그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능력이 안된다면 젊고 유능하며 다른 시각과 생각을 가진 인재들을 과감히 중용해 활용하면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제주 공직사회는 개방직을 대폭 확대해 재선충 관련 우수 전문인력의 지속적 외부수혈, 구성원의 인적 다양화, 인재 풀의 저변 확대를 적극 도모해야 한다. 이를 통해 재선충 정책의 수립에서부터 민간부문의 창의성․역동성․다양성․효율성을 관료조직에 접목시킴으로써 정책추진의 능률을 높이고 갈등의 발생을 소통과 화합으로 사전에 차단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지역사회와의 관계성을 넓혀, 지역 주민의 지식이 공유되고 융합돼 혁신 가능성을 높일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셋째, 새로운 환경변화에 부합한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하다. 요즘 제주 상황을 보면 관료집단을 앞세운 과거의 성공신화는 더 이상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각종 현안 대응에 우왕좌왕하며 무력했고, 바닥까지 밑천을 드러내고 있는 실정이다. 도정의 능력과 역할을 재검토해 도정-민간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해 도정 운영에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 이유다. 특히 행정 시스템과 권력을 사유화하며 사익 편취하는 퇴행적 관료 지배구조의 개선은 가장 핵심적 과제다. 개발지상주의 시대에는 도정을 이끄는 관료집단이 제주 발전을 이끄는 조타수 역할을 해온 게 사실이다. 그러나 사회가 하루가 다르게 다원화, 다양화되고, 지식산업 시대에 접어들면서 규범과 능력에서 민간은 도정을 한참이나 앞서고 있다. 민간부문 영역의 확장과 공공 서비스 내용의 다양화로 관료 중심주의는 그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즉, 도정만으로 관치에 의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들이 속출하는 시대가 되었다.

최근 제주도 재선충병 방제본부가 친환경적 방제법으로 도입한 집합페로몬 매개충 트랩을 보면서 더 이상 도정이 홀로 재선충 방제의 주역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다. 방제본부는 국가사업을 받아와서 실시하는 것이라 문제될 것이 없다고 하는데, 이러한 임기응변식 변명이나 상석하대식 업무 태도에 도민은 도정에 대한 기대를 접고 있다.

매개충이 재선충을 전파하는 과정을 살펴보면 집합페로몬 트랩이 재선충병 방제에 얼마나 비효율적인가를 단번에 알 수 있다. 매개충이 건강한 소나무로 재선충을 전파하는 루트는 단 하나, 머츄레이션 피딩 (maturation feeding) 과정, 즉 우화된 이후 성적으로 성숙하기 까지의 기간의 섭식과정 뿐이다. 집합페로몬은 이 기간에 있는 매개충에는 작용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매개충은 집합페로몬이 있건 없건 건강한 소나무를 섭식하며 재선충병을 확산시킨다. 집합페로몬이 작용하는 그 이후의 기간에 매개충은 죽은 소나무 혹은 죽어가는 소나무에 산란하기(재선충이 소나무로 이동하는 또 하나의 루트이나 이들 소나무는 고사목 제거 수순에 의해 어차피 방제된다) 때문에 집합페로몬 트랩은 재선충병 전파를 차단하는데 효과를 보기 어렵다.

필자는 사실 매개충 트랩에 관심도 많고 친환경 방제방법으로 반드시 도입돼야 하는 기술로 보고 있지만, 이는 성적으로 미성숙한 매개충을 유인하는 유인제 개발을 포함해 실제로 재선충 방제에 도움이 되는 트랩을 개발하고 도입하자는 것이지 효과도 불분명한 방법에 수십억의 방제예산을 쏟아붓자는 것은 아니다. 보도에 따르면 산림청 관계자는 트랩 당 최대 29마리의 매개충이 잡혀 매개충 밀도 감소에 도움이 될 것으로 추산한다고 한다.

그러나 집합페로몬은 필자가 알기로 국내에서 생산도 되지 않는 상당히 고가의 제제이고 트랩에 사용하였을 경우 여러 번 교체를 해 주어야 하는 비용 상의 문제,  주기적으로 솔잎을 제거하고 특히 비가 올 때는 트랩 자체를 걷어내야 하는 등의 노동 효율성의 문제 등 해결해야 할 문제점이 많다.  트랩 당 최대 29마리의 밀도 감소가 재선충병 방제에 얼마나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방제본부는 산림청에 정확한 통개자료를 요구해야 할 것이며, 고사목 제거 비용과 트랩 운용 비용을 비교해 보아야 한다. 집합페로몬트랩의 도입에서 보듯 제주 사회의 재선충 방제에 전방위적으로 표출되고 있는 여러 부정적 현상들의 밑바닥에는 전문성이 모자라는 관료들에 의해 공고히 확장된 지배구조의 문제점이 자리 잡고 있다. 이제 도정은 민간과 수평적 관계를 유지하면서 강력한 공공성의 담지자가 되어, 민간을 지원하고 활용하는 관계로 바꾸어 새 지평을 열어야 한다.

넷째, 경쟁을 강화하고 규제를 완화함으로써 공적 영역을 축소시키고 민간 영역을 확충해 나가야 한다. 공적 부문은 수익 사업에 취약할 뿐아니라 이들이 민간사업 분야에 관여하면 민간업체들의 존망을 위협하게 된다. 공기업의 영역은 기본적으로 경쟁의 무풍지대로서 방만 경영과 업무 효율성 저하가 필연적으로 초래되기 때문에 창의와 혁신이 나오기가 어려운 구조다. 그래서 공공부문이 커질수록 민간부문은 위축되고 경제는 피폐해질 수밖에 없게 된다.

민간부문의 창의성․역동성․다양성이 절실한 상황에서 지금 같은 구조로 성공적 재선충 방제를 구축한다는 것은 요원한 일이다. 자유시장체제보다 국가주도체제가 인간을 더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다던 사회주의 체제는 이미 20년 전에 붕괴했다. 과거 저성장의 어려움을 겪던 영국, 브라질, 칠레, 페루는 민영화에서 새로운 활로를 찾았다. 이 같은 외국의 사례를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 영리에만 혈안이 되어 기본적인 도덕성도 갖추지 못한 기업 혹은 재선충병 방제에 대한 기초지식도 없이 혹세무민하는 업자들을 가려낼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함께 갖춘다면 민간 영역의 확충은 제주도의 재선충병 성공 방제 시나리오의 주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섯째, 제주 실정에 적합한 새로운 방제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 ‘매뉴얼’은 '과거 노하우(know-how)의 축적'이다. ‘매뉴얼’은 철저한 사전 준비와 계획을 통해 상황 대응능력을 키우며 현실적인 임기응변을 가능케 한다. 또 집단의 힘을 극대화하고,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상황에서는 상당한 효과를 발휘하게 된다. 따라서 제주 사회는 비단 재선충병 뿐만 아니라 예측가능한 자연재해의 예방과 사후처리 등 재해 발생과 관련된 모든 과정에서 일사분란하고 일관된 행동을 할 수 있는 제대로 된 ‘매뉴얼’을 준비하고 이에 따라 대처할 필요가 있다.

보다 중요한 것은 최근의 시대 흐름이 정보화시대를 넘어 융합시대로 급속히 전환되고 있는 점이다. 정보화시대의 단선적인 따로국밥식 방제 매뉴얼을 갖고서는 융합시대의 방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하나의 상황이 이질적인 다른 상황을 불러 일으키고, 국내 상황이 해외 상황과 연쇄적으로 연결되는 다양다기한 문제들은 우리들이 현재 갖고 있는 기술과 지식•서비스들을 모두 혼합해 복합적으로 재구성해야 새로운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재선충 방제 해법을 찾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여러 분야의 전문가가 협력해 서로 간의 경계를 허물면서 비빔밥식 융합매뉴얼을 만들어야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 재선충 방제 매뉴얼 틀 자체를 바꾸는 전면적인 개편을 통해,예상을 넘는 변화에 창조적으로 대응하는 재선충 방제시스템을 만들어 가는 것, 이것이 융합시대의 흐름에 성공적으로 동참하는 길이다. 

# 제주도민의 제 목소리 내기가 문제 해결의 첩경

관성의 오류를 없애기가 가장 어려운 부문은 관료집단이다. 2012년 세계경제포럼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정부정책의 투명성과 정치권에 대한 신뢰는 세계 꼴찌이자 후진국 수준이다. 특히 제주 공직사회는 아직까지 제대로 된 혁신을 한 적 없이 무풍지대에서 살아 왔다. 제주 관료집단이 도민을 위한 조직으로 환골탈태하기 위한 과감한 개혁이 필요한 이유이다.
이제 제주 관료집단에게는 편법과 꼼수가 아닌 정도의 모습을 통해 재선충 방제해법을 도민과 함께 찾아 나서야 할 막중한 책임이 있다. 진실된 통계를 제시하며 재선충 관련 실상을 솔직히 고백하고 도민 모두의 힘을 모아달라고 간절히 부탁해야 한다. 또한 진실의 왜곡을 통해 공익을 훼손하고 있지 않은지 자기 성찰의 내적 규율을 체질화해야 한다.

도민들도 관료집단이 주변에 만연한 진실의 부재 상태에서 못 벗어나 '편법과 모사의 재선충 방제 행정'을 지속한다면 이들이 벌이고 있는 '저주의 굿판'을 걷어내어, 진실이 선순환되는 재선충 방제 행정을 세우도록 당당히 요구해야 한다. 결국 도민의 제 목소리 내기가 문제해결의 열쇠다. 파도는 쉼없이 바위에 자신의 몸을 때려 부패를 막아내고 바람은 한없이 자신의 몸을 날려 정체를 풀어내니 우리는 이 같은 자연의 이치를 본받아 한시도 방관하거나 안일에 심취하지 않는 생활인으로 자신을 사랑하듯 제주의 자연을 사랑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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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 박사는 제주 토박이다. 제주사대부고를 졸업(5회)하고 서강대에서 생명과학을 전공했다. 미국 노틀데임대학교(University of Notre Dame)에서 신경생물학(Neuroscience)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세인트루이스 소재 워싱턴대학교(Washington University in ST. Louis) 의과대학에서 연구원으로도 활동했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서강대에서 연구교수를 지내고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제주대에서 연구교수로 지냈다. 2013년에는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일반연구자지원사업 수행으로 망막색소변성증 등 퇴행성 시신경 질환 발병에 관여하는 단백질의 역할을 밝혀내 전국적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이 논문은 유전학 분야의 국제학술지 플로스 제네틱스(PLoS Genetics) 2013년 6월6일자 온라인 판에 게재되기도 했다. 최근 2년간 세계재선충학회 등을 찾아다니면서 관련 논문과 특허 개발에 열중하고 이다. 2013년 8월에는 재선충 연구에 전념하기 위해 (주)유소를 설립해 운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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