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사람 레코드>(49) 오딧세이의 항해 / 김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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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광진 / 솔베이지(2002)

트로이 전쟁이 끝나고 오디세우스는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기 위한 항해를 한다. 외눈박이 거인 폴리페모스에 의해 동굴에 갇히기도 하고, 라이스트뤼고네스라는 식인 거인족을 만나 전우들을 잃기도 한다. 요정 키르케의 마술에 걸려들어 일행이 모두 돼지로 변하는 위기도 겪고, 포세이돈이 풍랑을 일으켜 난파를 당하기도 한다. 고향으로 가는 길은 결코 순탄하지 않다. 고향에 가야 하는데 지옥에 가기도 한다. 자청비가 서천꽃밭에 가는 길도 험난하다. 우리의 삶이 가시밭길이다. 지난 달엔 봄인데 광풍이 불었다. 영등할망이 다녀갔다고 한다. 요즘 며칠째 비가 내린다. 고사리장마라고 한다. 우리는 설화의 시대에서 얼마나 멀리 왔을까. 어쩌면 여전히 설화의 시대에 살고 있는지 모른다. 과학 시대라고 하는데 세월호 침몰의 진상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누가 포세이돈인가. 멸망꽃을 뿌린 자는 누구인가. 김광진은 건조한 어조의 가사를 쓴다. ‘편지’에서 ‘여기까지가 끝인가보오/이제 나는 돌아서겠소’하는 말투는 텁텁하지만 부드러운 묘한 끌림이 있다. ‘솔베이지의 노래’가 주는 신화성은 ‘오딧세이의 항해’에서도 유효하다. 누구에게나 일생일대의 목표는 집으로 무사히 돌아가는 것이다. 수학여행 동안 제주도에서 찍은 사진들을 식구들과 함께 보면서 웃는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아이들은 바다 속에서 꿈을 꿨을 것이다. 젖은 교복에서 뚝뚝 떨어진 바닷물이 교과서와 아이돌 가수 브로마이드가 있는 방에 흥건해진 꿈. /현택훈(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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