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주의 어·부·가](8) 풍요로운 사회에 노출된 아이들에 대한 고민

 인류 역사 속의 성인(聖人)들은 한결같이 어린이는 곧 어른의 거울이라고 가르쳤다. 어린이가 갖고 있는 문제는 대부분 그 부모가 갖고 있는 문제점일 때가 대부분이기 때문. 어른 중심의 세계에서 어린이는 기울어진 운동장에 서있는 불안한 존재이고, 그 가족은 마음의 길을 잃어 방황하기 일쑤다. 지난 2013년 [제주의소리]에 ‘오승주의 책놀이책 Q&A’를 연재했던 오승주 씨가 다시 매주 한차례 ‘오승주의 어·부·가’ 코너를 통해 독자들과 만나기로 했다. 최고(最古)의 고전 <논어>를 통해 어린이와 부모가 함께 부르는 배움의 노래가 될 것이다. 이번 연재코너가 어린이·청소년을 둔 가족들의 마음 길을 내는데 작은 힘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편집자]  

5천원이 적어?

요즘 아이들은 돈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까요? 자본주의 사회를 사는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돈에 자주 노출되고 민감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은 우리 부모 세대와는 전혀 다른 조건입니다. 제가 어릴 때 어머니는 집에 항상 라면을 사다 놓으셨습니다. 배고프면 나쁜 생각이 들기 쉬우니 이거라도 먹으면서 기다리라는 뜻이죠.

그때는 돈이 있어도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었어요. 추석이나 설 같은 명절 때 어른들에게 용돈을 받으면 문구점에 가서 사고 싶었던 장난감을 사는 게 소비의 대부분이었습니다. 또는 용돈을 잘 모은 형들을 따라서 아디다스나 나이키 같은 메이커 운동화 사러 시내에 갔다가 영화도 보고 오곤 했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전자오락실에 눈을 떠 돈에 민감해지긴 했지만 지금처럼 돈으로 할 수 있는 게 무궁무진하지는 않았죠.

제가 아이들과 함께 지내면서 놀란 점은 이렇게 돈에 노출된 데 비해서 어른으로서 아이들의 환경에 너무 무심했다는 점이었습니다. 근래에 깜짝 놀랄 만한 일이 있었습니다. 아이들과 공부를 하면서 흥미를 끌어올리기 위해 이벤트를 합니다. 논어 동시 백일장을 열어 한문과 논어, 동시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리기도 하고, 한국사 독서게임으로 점수로 승부를 가리는 신개념 학습을 도입했습니다. 책을 재밌게 읽고 게임하면서 한국사를 자연스럽게 이해하도록 하면서 문화상품권을 상품으로 걸었습니다.

한 달에 4회 정도 진행되는 게임에서 우승한 사람에게 5천원짜리 문화상품권을 주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게임 방식을 들은 아이들의 표정이 이상했습니다. 한 아이는 “3만원 정도라면 모를까, 요즘 세상에 누가 5천원 걸고 이 고생을 해요?”하면서 반문했습니다. 저는 그 날 5천원의 어감이 아이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처음 알았습니다. “그럼 1만원으로 할까?”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그 당시의 분위기는 묘했습니다.

아이들에게 세뱃돈으로 얼마 정도 받는지 물었습니다. 대답은 천차만별이지만 2~30만원 정도는 흔한 편이고, 50만원 넘게 받는 친구도 있습니다. 심지어 100만원을 번다고 하는 아이도 봤습니다. 저는 아이들 사이에 인플레이션이 아주 심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돈에 대해서 너무 쉽게 받아들이기 시작하면 세상을 돈의 안경으로만 보려는 습관이 생길 수 있어서 두렵습니다.

books-635341_640.jpg
▲ 사진 출처 = pixabay ⓒ 제주의소리

돈은 절실함과 아쉬움이 묻어나야 한다

공자이 제자 중 자화(子華)라는 사람이 이웃나라에 사신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회계를 담당하는 제자 염구가 스승에게 자화의 가족에게 곡식을 나눠줄 것을 청했습니다. 공자는 한 가족의 열흘치 식량을 주라고 했습니다. 염구는 그것만으로는 모자라다며 더 줄 것을 청했습니다. 공자는 20일치 식량을 주라고 했습니다. 염구는 그것도 부족하다고 생각했는지 이번에는 공자에게 묻지도 않고 무려 200일치 식량을 지급했습니다. 공자는 염구의 조치에 한심해하며 자신의 식량 지급 기준을 밝힙니다.

현명한 지도자라면 급한 처지의 사람을 구제해야지 여유 있는 사람의 주머니를 채워줘선 안 된다
- 『논어』, 「술이」 편

공자는 자화가 제나라에 사신으로 가는 모습을 세심히 관찰했습니다. 자화는 무척 고급스럽게도 살찐 말 네 필이 이끄는 마차를 탔고, 몸에는 푹신푹신한 털외투를 걸쳤습니다. 이런 모습이라면 자화의 가족도 식량 걱정을 따로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척박한 토양의 제주도는 예부터 근검절약을 생활화했던 ‘조냥 정신’(식량이나 물건을 아껴서 비축하려는 마음가짐)이 있었습니다.

검소하다는 것은 단지 절약하는 것만이 아니라 교만함을 멀리하고 겸손하게 만들어줍니다. 견물생심이라는 말에도 엿보이듯 물건은 사람의 마음을 잡아당기는 마력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연필이나 지우개 등 학용품을 사용하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습니다. 자신이 자주 쓰는 물건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무척 약하기 때문입니다.

산업이 발전하면서 지금은 굶어죽는 사람이 거의 없어졌지만, 반대로 과식 때문에 병을 얻는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사회가 풍요로워졌는데 가난한 시절의 마음가짐으로 살아간다면 이상한 거죠. 물질만능주의, 풍요로운 사회에 노출된 아이들에 대해서 고민이 깊어집니다. 자본주의가 몇 백 년 되지 않는 짧은 시간 안에 ‘어둠을 꿀꺽 삼키는 도깨비’처럼 온 세상을 먹어치울 정도로 왕성해졌다면 아이들의 마음도 온전할 수는 없겠죠. 간단치 않은 문제인 것만은 확실해 보입니다.

[140자 Q & A 상담코너]

8. 아이가 공부를 심하게 하네요.

Q = 초등학교 고학년 딸을 키우는 부모입니다. 아이가 공부를 하면 부모는 좋지만 정도가 심한 것 같아요. 집에서 시키는 것도 아닌데 문제지를 잡고 놓지 않아서 걱정될 때도 있어요.

A =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의 여자 아이라면 친구에게 자극을 받을 수 있습니다. 집에서 시키지 않는다면 더욱 그렇죠. 하지만 친구가 계기가 되었다면 이 역시 수동적인 공부이므로 독서나 글쓰기 등 좀 더 창의적이고 논리적인 활동을 유도해주시면 좋겠네요.

 * 독서지도사 오승주 씨에게 자녀들의 학습방법과 독서 등에 관한 궁금한 점을 이메일로 상담할 수 있습니다. 이메일 주소 dajak97@hanmail.net

160977_182221_3153.jpg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