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사람 레코드>(50) 청춘파도 / 치즈스테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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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성 로맨스-치즈스테레오(2010)

음악은 여기에서 다른 어딘가로 간다. 걸어가든 자전거를 타든 궁극엔 그곳으로 간다. 모두 한 곳에서 만나 서로의 교통수단에 대해서 물으며 커피나 맥주를 마신다. 헤비메틀은 초음속 비행기, 얼터너티브 락은 시애틀 공항으로 달리는 낡은 폭스바겐, 브릿팝은 맨홀 뚜껑에 걸려 공중으로 뜨는 배기량 낮은 모터사이클, 사이키델릭은 마약 같은 달빛에 취하며 절정에 다다른 펠라티오 반쯤 열린 차창의 캐딜락, ‘버스커버스커’는 혜화동을 달리는 분홍빛 자전거, ‘브로콜리너마저’는 댐 건설로 만들어진 호숫가 제방 위를 달리는 나무 자전거, ‘정민아’는 전남 바닷가를 걷다가 바라보는 제비꽃, 그리고 ‘치즈스테레오’는 자정 무렵 편의점에 가다 바지 지퍼를 내리는 으슥한 골목길, 또 어떤 노래는 일조권 때문에 시비가 붙은 건물 옥상에서 빙빙 돌며 생각에 잠긴 만화가. 그런데 ‘치즈스테레오’는 그곳엘 갈 생각이 거의 없는 것 같다. 레이블 붕가붕가레코드나 슈가레코드 사람들이 대부분 그런 것 같다. 하지만 ‘치즈스테레오’와 함께 우리는 그곳으로 간다. 이현이(베이스), 이동훈(보컬, 기타), 하승우(드럼)로 이루어진 3인조 밴드. 숫자 3은 좋다. 어느 늙은 한학자도 음양에 따라 3이 좋다고 했다. 게다가 여자 베이시스트. 두둥. 계속 그 자리에 있는 것 같지만 우리는 오늘도 정말 너무 멀리 간다. 여기까지 말했는데도 감이 오지 않는다면 이 노래 ‘청춘파도’를 들으면 춤을 춰보라. 눈물을 흘리며 춤을 추는 소녀들처럼. 우리는 이제 이곳을 떠날 것이다. 아직 도착하지 않은 삶도 함께. 밀려오는 파도와 함께. 정말 눈물 흘리며 춤추게 만든다. /현택훈(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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