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범 칼럼]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비리정치인들의 눈물겨운 노력

여당의 압승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재보궐 선거가 끝났다. 설레발치던 야당의 기대와 달리 승리는 역시 ‘선거의 신’ 여당의 몫이었다. 무소속이 당선된 광주서구을이 야당의 텃밭임을 감안하면 새누리당은 모든 선거구에서 전승을 거둔 셈이다. 잔여임기가 1년에 불과한 국회의원직이지만 여야 할 것 없이 모두가 남다른 의미를 부여했던 선거였다. 그랬던 만큼 승리의 열매는 그분들에게 더욱 달콤했다.

청와대 및 여당인사들은 격한 기쁨을 감추려고 애썼지만 자신들도 모르게 입가에 묻어나오는 회심의 미소는 지우지 못했다. 어떤 이들은 투표율이 30%대에 불과한데다 여당지지 성향의 50대 이상 연령층의 높은 투표율을 운운하며 선거결과를 폄하했다. 그러나 그것은 세상만사를 오직 부정적으로만 바라보는 좌파들의 비뚤어진 시선일 뿐이다.

절묘한 타이밍

여당이 압승한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우선은 뭐니 뭐니 해도 대통령의 ‘링거 해외순방’을 들 수 있겠다. 우리는 대통령이 해외로 출발한 날이 하필이면 세월호 참사 1주기 당일이었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게다가 그 날은 이른바 ‘성완종 게이트’가 막 터져 나온 시점이었다. 좌파들은 대통령이 얼마든지 일정을 조정할 수 있는데도 그날을 잡아 떠난 것이 이해할 수 없다고 트집을 잡았다. 

그러나 억지도 분수가 있는 법이다. 대통령이라고 꽃다운 어린 영령들의 죽음이 슬프지 않았겠는가. 작년 이맘때쯤인가, 대통령이 TV에 나와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는 것을 보지 않았는가. 성완종 게이트도 그렇다. 전, 현직 가릴 것 없이 모든 비서실장들과 최측근 정치인들이 비리의혹에 성완종 리스트에 오르며 정권차원의 도덕성 문제로까지 확대되는 것에 괴롭지 않을 강심장을 갖고 있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링거투혼

하지만 개인적 감정은 대통령의 그릇에 담길 게 못된다. 어느 세월호 유족도 말했듯이 이번 해외순방은 박 대통령이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한갓 감상적 눈물이 한 국가의 경제성장을 위한 대통령의 큰 뜻을 발목 잡을 수는 없었다. 이렇듯 마음을 찢는 아픔을 딛고 나선 해외순방이기에 의미가 더욱 각별해 보였다.

국내에서는 세월호 1주기를 맞아 유족들의 곡성이 끊이지 않았던 날, 대통령은 아픈 몸을 이끌고 저 멀리 이역만리를 돌며 브라질 패션쇼와 박물관 투어를 강행하는 모습은 국민들에게 감동 그 자체였다. 대통령이 거둔 상당한 해외세일의 성과는 그냥 주어진 것이 아니었다. 비록 그중 상당수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MOU(양해각서)에 불과했지만.

여당의 인물론

그 다음 승리 요인으로 여당의 인물론이 먹혀들었다고 할 수 있겠다. 여당 정치인들의 탁월한 능력은 일찍이 당사의 변화에서도 여실히 입증된다. 우리는 전신인 한나라당의 당사가 불과 10 여 년 전만 해도 천막당사였음을 뚜렷이 기억한다. 이렇게 헐벗은 정당에서 출발해 오늘날 여의도 고층빌딩 당사에다가 성회장과 같은 기업인으로부터 엄청난 정치자금을 걷는 굴지의 정당으로 성장했으니 국민들로부터 남다른 평가를 받을 수밖에. 그래서 국민들은 이미 끝난 줄 알았던 고도성장의 꿈을 오직 여당에게만 걸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다 성회장 게이트는 재보궐선거에 앞서 그들의 타고난 걸출함을 다시 한 번 국민들에게 확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혐의자들 중 한 명인 여당대표 출신 광역단체장은 중고교학생들의 이천 원짜리 점심 한 끼 값은 신경에 걸려도 거액의 정치자금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씀하신바 있다. 그분만이 아니다. 모든 혐의자들이 성회장 리스트의 정치인들의 뇌물수수를 입증하는 증거들이 속출하는 속에서도 사실을 부인하거나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그러나 오해는 금물이다. ‘통 큰’ 정치를 하는 큰 인물인 그들에게 수억 원의 돈은 그야말로 ‘껌 값’이었던 것이다. 기억나지 않는다는 그들의 진심을 우리는 정말로 믿어야 한다.

원천적 책임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당은 섣불리 성회장 게이트를 정권게이트로 단정하며 청와대와 여당을 공격했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는 수작이었다. 대통령과 여당대표가 성회장 게이트의 근본적인 책임은 참여정부 인사들에게 있다고 하지 않았는가. 당연한 지적이다. 가장 큰 책임은 사면요건도 갖추지 못한 성 회장을 풀어준 그 옛날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의 참여정부 인사들에게 물어야 한다. 도대체 그 같은 맛있는 먹잇감을 악어들이 득실거리는 정당에 풀어놓아 유혹에 넘어가게 만들었는가 말이다.

그래서 전임총리는 비리의혹으로 물러나는 자리에서 억울하다며 그리 슬피 울어댔는가 보다. 좌파들은 불량 장난감의 한계는 역시 거기까지라며, 제대로 날아보지도 못한 채 제 앞가림에 바쁜 몸통들의 총알받이로 실컷 휘둘리다 결국 자리에서 쫓겨나게 됐다며 비아냥거리기에 바빴다. 또 누구는 온갖 요령과 편법으로 출세의 가도만을 달려온 후진적 정치판의 요령꾼 정치인의 비참한 말로라며 그분에게 돌을 던졌다.

억울한 늑대소년

그러나 다행히도 대부분의 국민들은 ‘늑대 이야기의 목동’으로 오해받는 그분의 결백에 공감하는 민의를 이번 선거를 통해 표출한 것이다. 그분은 이런 선거 결과를 미리 예견하는 남다른 선견지명을 갖고 그렇게 눈물을 펑펑 터뜨렸던 것이다.

이제 선거는 통쾌하게 끝났고 남은 것은 결과에 함축된 민의를 읽고 현실에 반영하는 일이다. 청와대와 여당은 이번 선거의 압승을 성완종 게이트에 대한 국민들의 면죄부로 받아들임으로써 더 이상의 불안과 두려움을 떨쳐버리고 국정에 전념해야 할 것이다. 또 전임 총리의 퇴진도 부당한 일로서 그분을 다시 총리직으로 복귀시키는 게 마땅할 것이다.

선거의 민의

선거후 비리의혹에 대한 사법기관 수사의 강도가 한층 미지근해지고 겉돌고 있는 듯한 분위기도 이런 차원에서 이해해야 한다. 당연한 결과다. 정치권은 이참에 정치인들의 비리를 사법적 판결 대신 선거결과로 유무죄를 결정하는 법을 제정할 것을 강력히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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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헌범 제주한라대학교 교수.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이번 선거에서 가장 고무적인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비리 정치인들의 눈물겨운 노력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성회장 게이트에도 불구하고 여당 대표는 자신들이 야당보다 더 깨끗하다고 주장했다. 그렇다. 야당은 여당 대표의 주장을 인정함으로써 선거결과에 깨끗이 승복하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하여 야당과 좌파들에게 간곡히 호소한다. 세월호 조사와 성회장 게이트를 구실로 갈 길이 먼 국정을 발목잡지 말라. 국가발전과 민생에 여야가 따로 없다. 당신들도 부디 이번 선거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임으로써 민의를 하늘처럼 받드는 왕도정치를 구현하는데 일조할 것을 당부한다. 

오해마시라. 이 글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세력이 민의를 제멋대로 해석해 국정과 민생을 농단하지 말라는 경고용 메시지일 뿐이다./ 김헌범 제주한라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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