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사람 레코드>(56) 치약의 맛 / 바비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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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R. ALCOHOL / BOBBYVILLE (2011)

앨범 자켓을 보면, 우광훈의 소설 '플리머스에서의 즐거운 건맨 생활'이 떠오른다. 다소 허무맹랑한 진실 같은 것. 자칭 무명 소설가인 우광훈은 뜬금없이 2011년에 신춘문예 시로 재등단을 한다. 그의 유쾌한 소설을 생각하면 미소 짓게 만드는 유희를 하고 있는 셈이다. 인디의 사람들도 한 곳에 머물지 않고 '실험'을 계속 한다. 노이즈와 우울의 못을 못으로 판 ‘못’의 이이언이 솔로 음반을 낸 그해 겨울의 끝. 팬들은 이이언에 열광해 무표정에서 입술이 조금 실룩거렸다. 잉여의 시대에 귀는 이이언보다 ‘바비빌’로 자꾸 귀를 기울이게 한다. 이이언의 목소리는 전파와 잘 어울려 근사하지만 외롭고 높고 쓸쓸하다. 아무래도 이미 해체된 밴드의 노래를 듣는 게 궁상맞고 낮고 허전하다. 아무런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이언과 ‘바비빌’ 사이에서 고작 식도락에 빠지는 게 삶이라니. ‘바비빌’은 주로 보컬을 다른 이에게 맡기긴 하지만 정바비의 솔로 음반이나 진배없다. 마치 달빛요정 이진원이 환생한 것 같다. 미세하게는 직설적이면서 전체적으론 은유적인 노랫말. 쉬운 리프에 깨끗한 사운드. 사운드가 깨끗해진 까닭은 기타를 중앙에 두었기 때문이다. ‘바비빌’의 음악은 컨트리팝이다. 컨트리 음악은 주로 고향을 그리워하는 노래로 오해하는데 사실 진정한 마초의 음악이 컨트리이다. 이 점을 눈치 챈 ‘바비빌’은 찌질하게 자존심을 지키려는 21세기 한국의 컨트리를 표방하고 있는 것. 그들은 공연 때 카우보이 복장을 하고 나온다. 이젠 더는 볼 수 없지만. 이별은 양치를 하다 가끔 먹게 되는 치약의 맛이라는 정바비의 노랫말에 수긍이 된다. 사랑은 칫솔과 카드를 함께 쓰는 것에 공감하자니 궁상맞고 낮고 허전하다. ‘언니네 이발관’, ‘줄리아 하트’를 거쳐서 지금은 ‘가을방학’으로 활동하고 있는 정바비는 서울대 사회학과 출신이다. 이적, 장기하, 오은, 심보선, 정바비. 이 학과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그런데 노래 '치약의 맛’의 보컬은 서영호. 요 스위트 보이의 목소리 역시 치약의 맛이다. / 현택훈(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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