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생태관광 이야기] (5) 람사르협약의 습지도시 인증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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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달 초 우루과이 푼타델에스테에서 열린 제12차 람사르총회에서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의 사례를 발표하고 있는 고제량 제주생태관광협회 대표. /사진 제공=고제량 ⓒ 제주의소리

지난 6월1일부터 9일까지 우루과이 푼타델에스테에서는 제12차 람사르총회가 열렸습니다. 이번 총회의 주제는 ‘우리의 미래를 위한 습지’였으며, 총 169개 협약 가입국 중에 140개 협약 당사국 대표 및 NGO, 그리고 옵서버 자격 참관인 등 약 800여 명이 참석했습니다. 비당사국인 북한 대표단도 옵서버 자격으로 참가했습니다.

우리나라는 국립습지센터 박진영 센터장을 수석대표로 정부대표단 환경부소속 9명과 옵서버 자격으로 경상남도람사르환경재단, 동아시아람사르지역센터, 우루과이 대사관 참사관과 제주특별자치도 환경자산보전과, (사)제주생태관광협회 대표인 제가 람사르마을 선흘1리의 시범사례를 발표차 참가했습니다.

우리나라와 지구 딱 반대편 나라여서 가는 길은 비행기에서 뛰어 내리고 싶을 만큼 많이 힘들었으나 도착한 곳은 우려와 달리 쾌적한 가을 날씨에 보이는 식물도 우리나라와 별반 다르지 않아 지내기는 좋았습니다. 특히 협죽도와 돈나무, 신서란, 수국 등의 가로수는 마치 제주로 착각할 만큼 닮아 있었습니다. 신서란은 우리 제주에서는 마당 한 귀퉁이에 심어 키우며 끈이 필요할 때는 몇 잎 베어 쓰기도하고, 팽이채로 유용하게 썼던 식물로 요즘은 보기 힘들었는데 지구 반대편에서는 흔하게 정원에 심어져 있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제주에선 이제 막 푸른 잎을 나풀거리는 멀구슬 나무가 그곳에선 노란 열매를 매달고 있더군요. 

이번 총회의 중요한 관심사는 우리나라와 아프리카의 튀니지가 공동 발의한 ‘람사르 습지도시 인증(Ramsar Wetland City Accredition)’에 대한 결의안이었습니다. 우리나라와 튀니지는 지난 2011년 람사르사무국에 발의해 2013년부터 창녕 세진마을, 제주 선흘1리와 수망리를 시범마을로 지정해 2년여 간 주민참여 습지의 보전과 활용에 대한 효과 검증을 해오고 있습니다.

6월 3일 오후 1시30분에 열린 총회 부대행사에서 국립습지센터는 습지도시인증 정책에 대해 발표하고, 저는 람사르마을 선흘1리의 주민교육과 소통, 협력 그리고 주민 참여 보전과 관리에 대한 내용을 발표하였습니다. 이어 튀니지와 남아공의 사례들도 발표 되었습니다. 이 부대행사에는 약 130여 명이 참여했고 명칭, 적용대상, 그리고 인증기준과 절차, 관련비용, 혜택 등에 대한 논의가 있었습니다. 그 후 수차례의 컨텍 그룹 회의에서 여러 쟁점들이 논의되었고, 총회 마지막 날 6월 9일 오후 4시경 ‘람사르협약의 습지도시 인증 (Wetland City Accreditation of the Ramsar Convention)' 이라는 명칭으로 참가국의 만장일치로 최종 채택되었습니다.

이번 람사르협약의 습지도시 인증의 가장 큰 의미는 ‘주민참여’입니다. 더불어 국제사회에 협약의 브랜드를 얻고, 지역 공동체에 교육과 참여를 통해 자발적인 습지보전과 관리를 이끌어내는 도구가 될 거라 기대합니다. 

람사르협약의 습지도시 인증 기준은 현재 6가지로 결의됐습니다.

우선 △1개 이상의 람사르 사이트 또는 도시에 생태계서비스를 제공하는 중요습지 인근에 위치해야 하고 △습지와 습지가 제공하는 생태계서비스(생물다양성, 수문학적 온전성)의 보전을 위한 방안 채택해야 하고 △습지복원 및 관리 방안이 이행되고 있어야 하며 △가능한 권한 내에서 습지 보전을 위한 토지이용계획이 수립되어 있어야 합니다 △지역상황을 반영한 습지의 가치에 대해 정보를 습지방문자센터 등의 수단을 활용하여 이해당사자들에게 전달될 수 있어야 하며, 이에는 습지의 현명한 이용이 독려됩니다. 또 △습지에 대한 적절한 지식 및 경험을 가진 이들로 구성된 람사르협약 습지도시 인증제도 지역위원회가 설립되어야 하고 이를 통해 람사르협약 습지도시 인증제도 신청서를 제출하고, 인증제도 상의 의무사항이 이행되어야 합니다.

차후 각 당사국마다의 환경에 맞는 세부 계획안을 마련해 당사국 별로 진행할 것이고, 우리나라도 현재 세부 이행계획이 환경부에서 세우고 있습니다.

각국은 내년 5월까지 국내 람사르협약의 습지도시를 선정, 람사르협약에 추천해야하며, 독립자문위원회에서 이를 승인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인증이 되면 차후 6년 동안 그 지위가 유지될 것이라고 현재는 예측할 수 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환경부 국립습지센터는 습지생태체험프로그램과 람사르마을 시범사업 등을 통해 주민 참여 습지의 보전과 관리 그리고 현명한 이용에 대한 사업들을 해왔습니다. 그 결과로 이번 제12차 람사르총회에서 ‘람사르협약의 습지도시 인증’ 결의안을 통과시키는 성과를 이루었습니다. 습지보전과 관리에 주민 참여를 이끌어내는 단초를 마련했다는거죠.

보전지역을 지정하기는 쉽습니다. 그러나 보전지역 주민들의 자발적 보전의지를 이끌어내기는 그리 녹록한 일이 아닙니다. 각자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가진 주민들로 하여금 ‘습지보전’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설정한다는 것은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꾸준한 교육과 간담회 그리고 소통과 협력 사업들이 이번 결의안의 사례가 되었습니다. 그 중심에서 제주도 동백동산 람사르습지 선흘1리는 그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할 수 있습니다. 그 노고에 우리들은 박수를 쳐 주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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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제량 제주생태관광협회 대표.
결의안이 통과됐다 하더라도 아직 여러 쟁점이 남아있으며, 우리나라에 맞게 세부계획을 세워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또한 국제 협약에서 다 하지 못하는 틈새를 국내 및 지방 제도로 보완해 현장에서 진정한 람사르협약의 습지도시인증이 그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합니다.

어려운 여행길이었으나 국제 협약으로 습지보전관리의 지역 주민 참여 시스템 만들기에 단초를 마련했다는 성취감으로 뿌듯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 ‘람사르협약의 습지도시인증’이 단지 브랜드 따기의 도구나 정치적 성과물로 타락하지 않기를 바라며, 선흘 1리의 소중한 노고가 씨앗이 되어 습지 주변 주민들의 보전관리의 역할과 보상이 이루어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 고제량 제주생태관광협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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