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세분석] 제주·북제주 을-막판 '2~3파전' 가능성

현역의원의 불출마로 '무주공산'이 된 제주시·북제주 을 선거구 판세에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후보 등록 직전까지 열린우리당 김우남 후보의 독주 체제가 뚜렷했으나 점차 간격이 좁혀지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한때 한나라당 김동완 후보와의 간격을 2~3배까지 벌려, 3개 선거구 가운데 가장 '싱거운 게임'이 예상되기도 했으나 선거를 5일 남긴 지금은 사뭇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각 후보들이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이같은 상황변화를 인정하고 있다. 변화를 몰고 온 핵심 이슈는 뭐니뭐니 해도 정동영 의장의 노인 폄하 발언과 탄핵 역풍의 진화를 들수 있다. 정 의장의 실언이 농촌지역 노인들을 자극, 여론화 하면서 서서히 탄핵 역풍을 잠재우고 있고, 탄핵 역풍 자체도 시간이 흐를수록 그 위력을 잃고 있다는 분석이다.

탄핵 이후 지지율이 치솟았던 열린우리당으로선 예상치 못한 악재를 만났지만,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은 더없이 반가운 호재를 만난 셈이다.

종반전으로 가면서 서서히 고개를 들고있는 지역대결 구도 또한 새로운 변수로 등장했다. 우도와 추자도를 빼고 5개 읍·면마다 1명씩 후보가 나왔다. 선거 초반 외형적으로는 지역구도를 경계했던 후보들도 선거가 다가올수록 은근히 지역적 기반에 기대를 거는 눈치다.
이에따라 제주·북제주 을 선거구 경쟁구도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던 김우남 후보를 김동완 후보가 추격하고 홍성제 후보도 이에 가세하면서 2파전 또는 3파전으로 치러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눈에 띄는 것은 3월말 한자리수 지지율로 부진을 면치 못했던 민주당 홍성제 후보의 약진. 김우남·김동완 후보 모두 홍 후보가 의외로 선전하고 있다며 내심 경계하고 있는 분위기다.

그러나 김우남 후보는 "엄청난 격차가 시간이 흐른다 해서 10% 이내로 좁혀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승리를 자신했다. 김동완 후보는 "박빙세를 깨고 1위를 탈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성제 후보 역시 지금 판세를 '3강의 접전'으로 진단하고 최종적인 승리 전망을 내놓았다.

김우남 후보 "상승세 한풀 꺾였지만 끝까지 가도 10% 이상 승리할 것"

양정규 의원의 불출마로 이 선거구에선 '수성과 방어'의 구분이 없어 졌지만 지지율 추이로 따진다면 김우남 후보가 수성의 입장에 놓였다. 3월말까지만 해도 김우남 후보는 '철옹성'에 가까웠다.

KBS의 여론조사(28일)에서 41.1%로, 15.6%에 머문 김동완 후보를 3배가까이 앞질렀다. 홍성제 후보는 6.9%였다. 29일 MBC 여론조사도 35.9% 대 10.8%로 나왔다. 당선가능성은 36.5% 대 6.5%로 격차가 더 컸다. 이와 견주면 30일 제민일보-KCTV의 여론조사 결과는 다소 의외(?)였다. 김우남 후보 30.2%-김동완 후보 20.6%-홍성제 후보 8.9%로 1, 2위 차이가 상당히 좁혀졌다. 물론 당선가능성은 38.7% 대 8.8%로 김우남 후보가 압도적 우위를 보였다.

탄핵 역풍을 등에 업은 김우남 후보의 맹렬한 독주는 그러나 정 의장의 노인폄하 발언으로 한풀 꺾였다. 김우남 후보 캠프 관계자는 "정의장 발언의 파장이 제주시보다 오히려 농촌지역이 더 크다는 점을 실감한다"며 지지율 하락을 부인하지 않았다. 그는 원인을 "옹기종기 모여사는 농촌에선 노인들의 한마디 한마디가 곧 여론화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우남 후보쪽은 그러나 여전히 확실한 선두를 고수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동완 후보와 홍성제 후보가 나란히 지지율을 끌어올리고는 있으나 아직 '대항마'로 성장하진 못했다고 보고 있다.

김 후보 쪽은 이런 자신감의 근거로 도의원을 두 번 지내면서 다져진 북군 동부지역(조천·구좌·우도)의 탄탄한 조직기반을 들고 있다. 자질·능력 등 인물로 보더라도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다 정의장의 실언 여파가 수그러들면 김동완 후보나 홍성제 후보의 상승세도 꺾일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막판 당선가능성이 높은 후보에게 나타나는 부동층의 표쏠림 현상에도 한껏 기대를 걸고 있다.

이와함께 TV토론을 거듭할수록 다른 후보와의 차별성이 부각되고 있어 좁혀지던 격차는 오히려 더 벌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김우남 후보쪽이 경계하는 변수가 없지는 않다. 그 중의 하나는 '소지역주의'. 제주시를 중심으로 동쪽과 서쪽의 선거인수가 크게 차이 나 지역색채를 강하게 띨 경우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점이다.

삼양동의 투표참여 거부 분위기도 달갑지 않은 요소. 동부지역과 가까운 지리적 특성상 투표율이 저조하면 득될게 없다는 판단이다. 서쪽 출신의 무소속 김용철 후보의 선전을 은근히 기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밖에 우근민 지사의 열린우리당 입당으로 인한 신구범 전 지사의 지지세력 결집과 양정규 의원의 활발한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양은범 선거사무장은 "일시적으로 상승세가 한풀 꺾이긴 했으나 정의장 발언 파문이 진정되면 다른 후보들도 더 이상 올라갈 '거리'가 없다"면서 "끝까지 가도 10% 이상 좁혀질 가능성은 적다"고 자신했다.

김동완 후보 "뚜렷한 상승세로 오차범위내에서 접전…막판 역전 가능"

김동완 후보의 분석은 반대다. 우선 지금의 판세를 '박빙'으로 읽고 있다. 김우남 후보와 오차범위내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다는 얘기다. 홍성제 후보의 약진도 배제하지 않았다.

탄핵정국에 따른 열린우리당의 지지세가 시간이 지나면서 '거품'이 걷히고 있고 정 의장의 노인폄하 발언,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체제 출범후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전국적 상황이 제주·북제주 을 선거구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동완 후보쪽은 그 '거품'의 근거로 초반 들쭉날쭉한 여론조사 결과를 들었다. 신빙성이 적다는 뜻이다. 캠프 관계자는 한마디로 "필드(현장)에선 감이 다르다"고 표현했다.

특히 TV토론회나, 유권자와의 접촉 횟수가 늘어날수록 타 후보와의 차별성을 확연히 드러내면서 전 지역에서 지지도 상승이 뚜렷하다고 분석했다. 지난 7일 박근혜 대표의 제주방문은 세 결집을 가속화했다고 평가했다. 이에따라 선거중반의 박빙세를 깨고 1위고지 탈환이 무난할 것이란 전망도 내놓았다.

캠프에선 이같은 지지세 상승을 김동완 후보의 참신성과 정책비전, 정치개혁에 대한 소신과도 연결짓고 있다. 이 모든게 유권자들의 기대와 부합하다는 것이다.

오히려 지금까진 '평소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는 불만아닌 불만도 털어놓는다. 그중 하나가 TV 토론회. 캠프 관계자는 "현실성이 높은 '친환경농업지구' 육성, 조냥정신을 복지에 접목시킨 '기부와 나눔의 1% 복지재단' 등의 공약은 다른 후보와 뚜렷하게 대별되는데도 토론회에선 상대 후보의 인신공격과 시간의 촉박함 때문에 제대로 부각되지 않았다"고 아쉬워했다.

반면 김우남 후보는 검증이 제대로 안된 '도정'을 무분별하게 정책화함으로써 개인적 비전부재를 드러냈고 홍성제 후보 역시 1차산업 분야에만 치중했다고 평가 절하했다.

김동완 후보 쪽은 지역별로 출신지인 한림읍과 한경면에서의 강세가 애월읍으로 이어지고 있고, 신 전지사와 양 의원이 가세한 조천읍에서의 우세가 구좌읍 서부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강경훈 기획팀장은 "이제는 탄핵을 얘기하면 오히려 짜증을 내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고 정동영 의장 발언이 결정적으로 탄핵역풍을 잠재웠다"면서 "고른 지지를 보이는 김동완 후보의 역전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김동완 후보쪽은 당락이 1000~2000표 차이로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홍성제 후보 "정 의장 발언 이후 수직 상승…인물론, 지역세에 안가리면 승리"

홍성제 후보 캠프는 요즘 지지율이 크게 올랐다며 무척 고무된 표정이다.

정 의장 발언 이후 김우남 후보 지지율이 급락했고 홍성제 후보는 급상승했으며, 김동완 후보는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세 후보 공히 오차범위 안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다는게 홍 후보쪽의 계산이다. 근소한 차이지만 김우남 후보가 선두를 달리고 있는 점은 굳이 숨기지 않았다.

특히 열린우리당에서 등을 돌린 개혁·진보세력이 색깔이 비슷한 민주당으로 쏠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홍 후보쪽은 지지율 급상승의 원인으로 인물과 정책을 꼽았다.

그만그만한 후보가 난립한 상황에서 군(軍) 요직을 거치면서 예산분야에 정통한 홍 후보가 점차 제대로운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소탈한 성격 때문에 적이 없다는 점도 강점으로 들었다.

여기에다 밭농업 직불제와 최저가격 보장제 등 현실성 있는 공약도 주효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으론 이런 점을 제대로 비교해주지 않는다며 언론에 섭섭함을 표시했다.

캠프 관계자는 "다른 후보들은 부채탕감 등 주먹구구식 공약을 늘어놓는데도 언론이 이를 미사여구로 포장하는 바람에 차별화가 이뤄지지 않고있다"며 "소득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면 부채를 탕감해봐야 또 다시 빚을 짊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될 게 뻔하다"고 근거를 댔다.

지지율 상승에는 이른바 '동정론'도 한몫했다는게 자체 평가다. 탄핵으로 엄청난 시련을 겪으면서도 끝까지 당을 지킨 홍 후보에 대해 탄핵에 분노했던 사람들도 서서히 우호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제주와 각별한 인연을 지닌 추미애 선대위원장의 지난 3일 제주방문은 세 결집에 불을 당겼다고 보고 있다.

홍 후보쪽은 김우남 후보의 경우 지역적 기반 외에는 탄력을 받을 소재가 없어 지지율 하락이 계속되고 김동완 후보 역시 뚜렷한 캐릭터가 없기 때문에 상승세가 멈출 것이라며 근소한 표차로 당락이 갈릴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2002년 8·8재선거 사례를 들어 초반 여론조사에 거품이 끼었다고도 강변했다.

캠프 관계자는 "그때도 초반에는 20여% 차이로 뒤진다고 했지는 결과는 600여표 차이에 불과했다"며 "홍성제 후보는 드러나지 않는 바닥표가 많다"고 말했다.

문창섭 정책담당은 "우지사가 1000여명을 이끌고 탈당했다지만 홍 후보가 10년동안 다진 조직력은 여전히 건재하다"면서 "앞으로 인물론이 지역세에 묻히지만 않는다면 승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들에 가려 비록 조명을 못받고 않지만 무소속 김용철·부청하 후보가 얼마나 선전을 벌일지도 관심거리다.

김용철 후보는 경제전문가, 부청하 후보는 사회복지 경험을 무기로 표심을 공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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