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세분석] 서귀포·남군-김재윤·변정일 후보 판이한 분석

서귀포시·남제주군 선거구는 현역의원의 불출마가 경쟁 구도를 흔들어놨다. 1 대 1 대결구도가 형성된 이후 초반 엄청났던 격차가 서서히 좁혀지고 있다.

이 선거구 역시 대통령 탄핵을 전후해 지지율이 요동친 곳이다. 한나라당 변정일 후보가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면, 처녀출전으로 '손해볼게 없는' 열린우리당 김재윤 후보는 한순간에 승기를 잡은 셈이다. 그 간격도 어마어마했다.

3월초만 해도 변 후보는 20%대 지지율로 한자릿수의 김 후보를 앞질렀다. 탄핵 전날의 여론조사에서도 변 후보가 1위를 고수했다. 그러던게 탄핵 이후 명암이 완전히 바뀌었다. '상전벽해'(桑田碧海)란 표현이 어울릴 정도. 김 후보는 3월말까지 38.6%에서 최고 58.5%까지 치솟았고, 거꾸로 변 후보는 20%대를 맴돌았다.

이런 상황이라면 역전을 노리는 것 자체가 무리일지 모른다. 그러나 상황은 변화하고 있다.
탄핵 역풍의 기세가 꺾이면서 김 후보의 상승세가 주춤했다면 변 후보는 상승곡선을 그렸다. 문제는 20% 포인트 안팎의 격차를 얼마나 줄이냐는 것이다. 막판 역전 가능성도 관심거리다.

시중 여론은 여전히 둘 간의 격차를 인정하고 있지만 막상 두 후보의 상황인식은 판이하다.

김 후보는 격차가 6대 4까지 좁혀졌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좁혀들 여지는 없다고 자신했다. 막판 조정을 거쳐도 5.5 대 4.5 이내로는 근접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변 후보는 이미 근소하나마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고 정반대 관측을 내놓았다. 막판에 가면 3~5%포인트 정도 벌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김재윤 "6 대 4 이내로 좁혀들지 않을 것…남은 과제는 투표 독려뿐" 여유

김 후보쪽은 '견고했던' 성을 끝까지 지키는데 사활을 걸었다. 밑바탕엔 최근 자체 여론조사 결과가 깔려있다. 김 후보는 정점에서 1~2% 포인트 정도 빠졌고 변 후보는 소폭 상승했다는 분석이다.

그 원인을 정동영 의장의 노인폄하 발언과 '박근혜 효과', 고진부 의원의 후보 사퇴로 들었다. 고 의원이 사퇴 당시 우회적으로 열린우리당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면서 7~8% 정도 한나라당 쪽으로 돌아섰다고 봤다. 바꿔말하면 상승세가 꺾인 결정적 요인이 정국 변화가 아니라는 얘기다.

고 의원의 중도 사퇴에 따른 득실 분석은 변 후보쪽과도 일치한다. 고 의원의 '텃밭'인 표선·성산 지역이 종전 변 후보에게도 우호적이었으나 이제 그 밭이 더 넓어졌다는 계산이다. 또하나. 강기권 군수의 열린우리당 입당에 대해선 양쪽 다 큰 기대를 걸거나, 혹은 크게 부담스러워 하지 않는 눈치다. 한마디로 상징적 의미 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김 후보쪽은 변 후보의 지지도가 정점에 달했다고 진단했다. 더 이상 올라갈 곳이 없다는 뜻이다.

캠프 관계자는 "변 후보는 매번 결국엔 같은 자리를 유지했다"면서 "지지율이 한계를 드러냈다"고 말했다.

김 후보쪽은 지역적으로 서귀포시 중심지 일부와 대정, 표선을 뺀 나머지는 모두 우세를 보이고 있다고 '고른 지지'를 자신했다.

캠프에선 이런 자신감의 근거로 김 후보의 강점을 우선 꼽았다. 젊고 참신한 이미지가 돋보이는 데다 아이디어가 풍부하다는 점을 내세웠다. 한 측근은 "김 후보는 문화 마인드와 접목시킨 상상 못하는 아이디어가 탁월하다"고 극찬했다.

이에비해 변 후보가 내세운 '경륜과 인물'은 21세기엔 먹혀들지 않는 소재라고 공박했다. 더구나 1 대 1의 확연한 대결구도에서 오히려 노쇠한 이미지를 주고 있다는 게 김 후보쪽의 판단이다. 경력만 따진다면 처지는게 사실이지만 변 후보가 무기로 삼는 '인물론'은 진실성이 결여된 허구라고 꼬집었다.

TV 토론에서도 경험 부족 탓에 초반에는 구체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점차 다듬어져 지금은 우위를 보이고 있고 토론에 임하는 태도, 정책 비전 등은 상대가 안된다는 분석이다.

김 후보쪽은 그러면서 변 후보가 말꼬리잡기식 폄하 발언을 일삼거나 상대의 말실수만 유도하는 네거티브 전략을 구사, 유권자들을 짜증스럽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변 후보가 내건 공약중 내국인면세점은 당장 지역상권을 위협할 뿐아니라 국제자유도시특별법상 이익환원 자체가 될수 없다며 철회를 요구했고, 민족사관고 유치에 대해서도 위화감 조성 등 잃는게 많다며 차라리 기존 학교를 내실화하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쪽이 인정하는 취약점은 상대적으로 낮은 인지도와 조직력. 정 의장 실언 파장을 잠재우는 것도 관건으로 보고있다.

그러나 숱한 방송 토론을 통해 인지도 문제는 극복했고, 김 후보의 깎듯한 태도가 노인들의 마음을 되돌리고 있다는게 김 후보쪽 설명이다.

고창덕 상황실장은 "우리는 처음부터 돈이 많이 드는 조직 선거 대신 홍보전에 치중했다"면서 "젊은 층을 상대로한 투표 독려가 마지막 남은 과제"라고 여유를 보였다.

변정일 "초반 조사 신빙성 적고 이미 앞서기 시작…최종 3~5%차 승리"

변 후보쪽은 초반 여론조사 결과부터가 썩 미덥지 않다는 표정이다. 신빙성이 적다는 뜻이다.

논리는 이렇다. 당시 여론조사에선 20~30대 응답률이 75~80%인 반면 40~60대는 40% 미만이어서 '거품'이 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체 여론조사 결과를 넌지시 내밀었다. 근소한 차로 치고 나가기 시작했다며 '반전 성공'을 주장했다.

캠프 관계자는 "솔직히 변 후보의 상승폭과 김 후보의 하락폭이 둘 다 큰 것은 아니"라면서도 "'뜬여론'은 변 후보가 조금 처졌다지만 실제 '카운트'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변 후보쪽은 상승세가 △'탄핵은 무조건 나쁜 것'이라는 분위기가 가라앉았고 △'그래도 중앙정치 무대는 능력 있는 사람이 밟아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으며 △박근혜 대표의 취임과 제주 방문 △'국회의원이나 자치단체장의 4년은 실험기간이 돼선 안된다'는 지식인층의 인식 전환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4년동안 후퇴했다는 인식이 깔려있다.

또 정의장의 실언이 비단 노인층 뿐 아니라 젊은층에게서도 반사적 효과를 보고 있다고 털어놨다.

특히 3박4일 동안 강행군한 성산-대정간 도보 순례는 유권자에게 신선한 충격을 줬다고 평가했다.

반면 김 후보에 대해선 "현명한 유권자들은 선거공보나 홈페이지, TV 토론 등을 보면서 어떤게 실현 불가능한 공약인지 누구나 안다"며 "결국 가볍고, 큰 일을 맡길 사람이 아니란 사실을 알게됐다"고 평가 절하했다.

일례로 김 후보의 경비행장 건설과 바다목장 조성 공약을 문제삼았다. 김 후보가 '100~150석 경비행기'라고 말했다며 이는 경비행기의 개념도 모를뿐더러 또 정석비행장을 놔두고 어디에 비행장 하나를 더 짓겠다는 소린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바다목장을 자치단체장과 협의해 추진하겠다는 것에 대해선 "해양수산부가 이미 차귀도를 예정지로 결정했는데, 사업 주체도 모르면서 아무 공약이나 늘어놓는다"고 비판했다.

이에비해 변 후보는 서귀포시 인구감소 원인을 정확히 진단해 '제2민족사관고' 유치를 해결책으로 제시했고 감귤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감귤진흥특별법 제정 공약을 내놓았다고 자평했다.

변 후보쪽이 보는 지역별 판세는 서귀포와 남원에서 다소 밀릴뿐 나머지 지역에선 모두 앞섰다. 이 추세라면 서귀포에서 처진 부분을 남군에서 만회할수 있다고 계산했다.

변 후보는 그동안의 '바람'이 모두 걷히면 조직력과 인물로 승부가 가름날 것이라며 역전을 장담했다.

김부현 정책특보는 "오랜기간 다진 조직력이 월등한데다, 능력·경륜·정직성을 겸비한 인물론에 앞서 최종 승리를 자신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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