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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가 우리 곁으로 온다. 매주 한편씩. 시보다 사람이 큰 시인 김수열. 제주 섬에서 나고 자란 그가 30여년 정들었던 교단을 떠나며 시를 담은 도시락(島詩樂)을 들고 매주 월요일 아침, 독자들과 산책에 나서기로 했다. 살다가 시가 된 제주 시인과 그들의 시를 김수열 시인이 배달한다. 섬(島) 시인들이 토해 낸 시(詩)가 주는 소박한 즐거움(樂)이 쏠쏠할 테다. 시 낭송은 시를 쓴 시인이 직접 맡고, 김수열 시인은 시 속에 살아 숨 쉬는 소리를 끄집어내 우리에게 들려주기로 했다. 우리의 일상과 너무나 가까운, 우리의 생각과 너무나 닮은 시인의 목소리로. 한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 아침,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가슴을 든든히 채워줄 ‘김수열 시인의 도시락 산책’에 <제주의소리> 독자들도 함께 동행하길 기대한다. [편집자] 

[김수열 시인의 도시락(島詩樂) 산책](21) 金光協(김광협)을 묻고 돌아오며 / 한기팔

시인 김광협을 묻고 돌아오다
잠시 맞은 편 풀밭에 앉아
소주 몇 잔 나누는 사이
깜쪽같이 무덤은 간 데 없고
장마비 알맞게 추적이더라

구름 잠시 비껴 선
好近(호근)마을 뒷산 저기 저 각수바위
곁눈질하여 보았더니
안개비 자욱한 속을
김광협이 날아올라
“돌하르방 어디 감수광”한다

께르륵 동녕바치
께르륵 께르륵 제주 동녕바치
영영 동녕 나간 濟州 詩人(제주 시인)
광협이 없는 마음 구석 섭섭쿠나
허구 많이 울고 싶구나


한기팔 : 『심상』으로 등단. 시집으로 『서귀포』, 『풀잎소리 서러운 날』, 『바람의 초상』등이 있음. ‘시인들이 뽑은 시인상’ 수상.

‘눈 내리는 밤에만 피는 꽃/비바람 울다 간 뒤 뜨락에는/소리 없이 눈이 내립니다.//바다가 짓까불다 간 사이 뜨락에는/가이 없이 눈이 내립니다.//눈 내리는 밤에만 눈 뜨는 수선화/수선화 포기마다 하이얗게/눈 같이 하이얗게 수선화가 핍니다. - 「수선화(김광협)」

김광협 시인을 아시는지요?
서귀포시 호근마을이 고향인, 제주민요시집이라는 부제를 단 『돌하르방 어디 감수광』을 펴낸 김광협 시인을 아시는지요?
지난 해 고향 마을에 시인의 시비가 세워졌다 합니다.
영영 동녕 나간 김광협 시인이 고향 마을에 한 떨기 수선화가 되어 돌아왔다 합니다. / 김수열

김수열 : 『실천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어디에 선들 어떠랴』, 『생각을 훔치다』, 『빙의』 등이 있음. 제4회 오장환문학상 수상.

* 시·시낭송 / 한기팔 시인
* 도시락(島詩樂) 배달 / 김수열 시인
* 영상 제작 / <제주의소리> 박재홍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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