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금융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착시현상 중의 하나가 미국의 양적완화가 끝났다는 인식이다. 채권매입은 이미 작년 말에 종식되었고 기준금리도 곧 인상된다고 하니 이것이야말로 양적완화의 끝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그에 따라 달러화가 강세로 될 것이라는 기대는 이미 작년 하반기부터 시장에 반영되어 왔다. 그러나 스탠리 피셔 미국 중앙은행 부의장의 지난 월요일 블룸버그 통신 인터뷰 내용은 다르다. 그는 중앙은행에게 주어진 고용증진과 물가안정이라는 두개의 미션 중 고용은 어느 정도 달성한 것 같으나 물가는 아직 미흡하다고 말한다. 그의 이 말은 미국의 양적완화 종식시기가 아직 오지 않았을지 모른다는 여운을 남겼다.

혼돈을 피하기 위해 덧붙이면 그의 물가 언급은 미국의 현재 연간 소비지물가상승율이 0.3%에 그치고 있어 중앙은행이 타깃으로 삼아 왔던 2%에 크게 못 미치고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민감할 대로 민감한 국제금융가에서는 9월 금리인상에 거는 확률이 50%대로 떨어졌고 인상을 하더라도 그 폭이 극히 미미할 것이라는 전망이 다시 힘을 얻고 있다.

이번 사태 이전에 미국중앙은행 기준금리가 2%를 밑돌았던 것은 2001년 12월부터 2004년 11월까지의 만 3년간이 유일하다. 닷컴 버블이 깨지면서 금융위기가 오자 나름 양적완화 조치의 일환으로 취했던 것이었는데 그때는 1% 이하로 내리지는 않았다. 설혹 다소간의 인상을 하더라도 1% 수준의 금리를 양적완화의 종식이라고 말할 수는 없는 일이다.

회수되지 않고 있는 달러화 유동성

그 뿐만이 아니다. 본래 공개시장조작(open market operation)이란 시장의 유동성을 조절하기 위해 중앙은행이 시장에 개입하는 것으로서 유동성 공급을 위해서 채권을 매입하고 그 필요성이 소멸되면 매입했던 채권을 다시 시장에 내놓아 유동성을 회수하게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일단 사들인 채권을 시장에 도로 내놓기 전까지는 유동성 확대 상태가 지속되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2007년 이전까지는 8000억달러를 넘지 않던 중앙은행의 채권 보유규모가 지난 8월 6일 현재 4조2000억달러를 넘고 있다. 채권매입 행위가 종식되었던 작년 말에 비해 거의 줄어들지 않은 것이다. 이들 채권의 만기를 보면 그 69%가 5년 이상 남아 있어 지금의 상황에서 이것을 만기 전에 매각할 계획이 없다고 보면 이 거대한 양적완화 조치는 앞으로 수년간 그 효과를 계속 발휘하게 된다. 미국의 양적완화는 현재진행형이다.

금값의 행방이 묘연하다. 2008년 양적완화가 시작될 무렵에는 달러를 찍어내는 행위로 인해 필연적으로 달러화의 가치가 하락할 것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2008년 평균 871달러 하던 국제금값이 2012년 10월에는 1790달러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금값이 계속 오를 것으로 믿고 몰빵을 한 많은 투자가들은 그 후 큰 손해를 보았다. 2013년 이후 주춤거리더니 금년 7월 중에는 기록적인 하락폭을 보이며 1100달러 밑으로 내려앉았다. 금을 주로 다루는 국제 헤지 펀드들도 약 10년 만에 처음으로 금 선물 및 옵션 포지션을 매도 쪽으로 전환했다고 한다.

금값 하락의 원인으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은 금리인상이다. 금에서는 이자가 안 나오기 때문에 시중 금리가 오른다는 것은 금에게는 불리한 조건이다.

그러나 가치보전 수단으로서의 금의 역할은 간과될 수 없는 것이다. 종이 돈이 미덥지 않을 때 실물자산으로 가치를 보전하려고 하는 것은 인지상정인데 그런 목적으로는 주식의 매력이 최근까지 너무 커왔다.

가치보전 수단으로서의 금과 주식

환율로 나타나는 달러화의 가치는 견고하다.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화의 환율을 지수로 나타낸 달러 인덱스(DXY)는 유럽중앙은행이 뒤늦게 돈을 찍어내기 시작하면서 오히려 강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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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국주 곶자왈공유화재단 이사장.
8월 11일의 중국의 일방적인 위안화 평가절하 발표로 인해 달러화는 울며 겨자 먹기로 더 강해지게 되었다. 금리 정상화의 길은 더 멀어지고 있다.

중국의 전반적인 경제사정이 환율의 대폭적인 평가절하를 단행할 만큼 안 좋았으리라는 짐작은 다른 모든 나라들에게도 악재다. 이것이 앞으로의 미국과 유럽의 주식에 미칠 파장은 어쩌면 자산가치 보전 수단으로서의 주식과 금의 위치를 바꾸는 작은 계기가 될 수도 있겠다. / 김국주 곶자왈공유화재단 이사장

* 이 글은 <내일신문> 8월 12일자 '김국주의 글로벌경제' 에 게재됐습니다. 필자의 동의를 얻어 <제주의소리>에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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