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 8이 부를 상징한다고 매우 귀히 여기는 중국인에게 마이너스 8은 부를 잃는 상징일 터이다. 한달 전 27일 월요일에 상하이 주가지수 하락 폭이 8%를 넘었을 때 그것은 이미 블랙먼데이(Black Monday, 검은 월요일)가 되기에 충분했다. 블랙먼데이의 유래는 월요일이었던 1989년 10월 19일에 미국 주식이 하루 22% 하락한 데서 비롯되었지만 중국인에게 하루 8%의 하락은 그에 필적하는 것이리라.

그리고 한 달이 지난 전 주, 일주일 내내 하락하던 지수가 주말을 지나고도 다시 크게 하락해 주간으로는 20%, 월요일인 24일 하루에만 8.5% 하락을 기록하자 이제는 중국을 넘어 세계 주요 시장들이 이를 블랙먼데이에 빗대면서 술렁이고 있다. 같은 일주일 동안 미국의 다우와 S&P도 각각 9.5% 및 9.9% 동반 하락했고 그 하락은 이번 주도 지속되고 있다.

중국의 경우 작년 8월과 금년 6월 사이 두 배 이상 올랐던 주가의 조정이 시작된 것은 7월부터였지만 그것이 가속화된 결정적 계기는 8월 11일의 위안화 평가절하에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중국정부가 위안화 평가절하를 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중국 정부는 위안화 평가절하를 인위적으로 막아 온 세력이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었다. 중국의 성장세가 주춤거리면서 위안화의 대미 달러 환율도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시장에서 상당한 평가절하 압력을 받아왔으나 중국정부는 이를 허용하지 않으려 했던 것이다.

위안화 환율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가지고 있는 달러를 팔아 위안화를 사는 거래를 해야 하므로 외환보유고를 축내야 한다. 외국자본이 작년 한해 2500억 달러(중국 GDP의 2.5% 상당)나 중국을 떠나자 중국은 월평균 400억 달러를 소진하며 위안화 환율을 떠받쳐 왔다. 그에 따라 작년 말 3조9000억 달러에 달했던 외환보유고가 7월 말 현재 3조6000억 달러로 줄어들었다.

못 미더운 '국가관리형 자본주의'

평가 절하를 용인하면 수출에도 도움이 되고 외환보유 달러를 축낼 이유도 없지만 중국 정부로서는 외화유출도 막고 위안화의 가치도 달러와 대등하게 지키고 싶었던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국 등 서방국가들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이라고 말할 때는 위안화의 저평가가 문제였는데 이제는 그 반대로 고평가가 불신의 씨가 되었다.

이런 일련의 상황은 또한 중국의 '국가관리형 자본주의'의 장래를 못 미더운 심정으로 바라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저명한 역사가 챨스 킨들버거는 시장은 실험과 실패를 통해 발전한다는 명쾌한 말을 남겼다. 시장은 또한,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다시 균형을 찾아가야 하므로 상당한 기간 응분의 피해도 견디어 내야 한다. 시장이 잘못된 길로 들어서려 할 때마다 국가의 '보이는 손'이 나서서 시장을 어루만져 주어왔던 중국의 시스템은 과연 실험과 실패를 용인할 능력을 가지고 있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도 차제에 끼어들고 있다.

한달 사이를 두고 들이닥친 두 개의 블랙먼데이에 대처하는 중국 정부의 움직임에도 약간의 혼선이 있었다. 7월의 블랙먼데이 직후에는 공기업을 통한 주식매입뿐 아니라 이제까지 금지했던 연금의 주식매입을 개방하는 등 갖가지 부양책을 내놓던 당국이 이번에는 웬일인지 대처가 더디었다. 정부의 무대응을 질책이나 하듯 상하이지수는 화요일에도 8%가까이 하락을 이어갔는데 중국은 어제 밤이 되어서야 기준금리와 은행 지준율을 낮춰주기로 결정했다.

'보이지 않는 손'과 '보이는 손'

국가관리형 자본주의의 문제 중의 하나는 국가의 손이, 적어도 몇몇 사람들에게는 눈에 보인다는 사실이다. 중국인민회의 의원 중 최고 자산가 70명의 평균재산은 미화 10억 달러가 넘는데 이는 이웃 나라 인도는 물론 미국과 비교해도 높은 수치다. 권력형 부패가 그치지 않고 야당이나 시민사회의 견제도 없는 가운데 시장주의와 국가주의의 장점만을 취하려는, 등소평에서 시진핑에 이르는 중국의 개혁 노력은 무모한 도전인가?

165745_188087_0802.jpg
▲ 김국주 곶자왈공유화재단 이사장.
미국에 비해 중국에게 유리한 조건이 있기는 하다. 1989년 미국의 블랙먼데이의 경우는 당시의 기준금리가 9%였으므로 미국은 이것을 끌어내리면서 경기를 부양의 도구로 삼을 수 있었다. 그러나 지난 6년 반 동안의 호황 중에도 이런저런 걱정으로 금리인상의 시기를 놓쳐 버린 미국에게 금리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중국은 어제 기준금리를 인하해서 4.6%다. 그만큼 경기부양의 무기가 남아 있다. / 김국주 곶자왈공유화재단 이사장

* 이 글은 <내일신문> 8월 26일자 '김국주의 글로벌경제' 에 게재됐습니다. 필자의 동의를 얻어 <제주의소리>에 싣습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