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아카데미-나침반교실] (7) 노규식 박사 "'SNS는 일상' 인정하고 들어가라"

방문 닫는 소리가 커진다.
갑자기 욱하는 일이 잦다.
부모의 말에 “왜 그렇게 해야돼요”라고 되묻기 시작한다.
“알아서 할게”란 말을 자주 사용한다.
책상을 재배치한다.
귀가시간 등 집 규칙을 어기고 싶어한다.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많아진다.
거짓말을 하기 시작한다.

이른바 ‘중2병’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일본에서 처음 사용된 중2병은 지난 2010년부터 한국에서도 쓰였다.

중학교 2학년 또래 청소년들이 겪는 혼란이나 불안 심리로 인한 반항과 일탈 행위를 뜻한다.

정신건강의학전문의 노규식 박사는 중2병을 ‘만 10~14세 아이들이 겪는 사춘기의 초기 증상과 만 18~20세 아이들의 사춘기 후기 증상’이라고 정의했다.

중2병은 사춘기의 또 다른 표현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제주도교육청(교육감 이석문)과 [제주의소리]가 함께하는 ‘2015 부모아카데미 - 나침반 교실’이 27일 오전 10시 제주벤처마루 10층 대강당에서 열렸다.

노 박사의 강연 주제는 ‘중2병 완전정복. 아이는 방황해도 성적은 방황말자’.

노 박사는 지난 10여년간 사교육 1번지 서울 대치동에서 소아정신과 클리닉을 운영하며, 방황하는 수많은 청소년들을 상담해왔다.

학습 가이드는 물론이고, 모든 부모들의 골칫거리인 중2병 극복, 중2병에 걸린 자녀들의 성적 향상 비법을 조언했다.

그는 아이들이 중2병을 겪기 전에 몇 가지 습관만 들이면 학업 성적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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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규식 박사가 중2병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스마트폰을 어찌하리오

2015년 상반기 우리나라 스마트폰 보급률은 83%. 중장년층은 물론 노인과 청소년까지 거의 모든 연령대가 사용한다고 볼 수 있다.

아직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청소년들에게 스마트폰은 부모들의 걱정거리다.

“스마트폰으로 고민하는 부모들이 많아요.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지금 부모들이 어릴 땐 스마트폰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땐 만화방과 오락실, PC방이 인기였죠. 학교 선생님들이 이곳을 돌아다니기도 했어요. 그런데 스마트폰은 어떤가요. 장소를 구분하지 않아 검사할 방법이 없어요. 부모들이 스마트폰을 사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사준다면 어떤 식으로 통제해야 되나가 고민인거죠”

방청석에서 ‘맞아’ ‘우리 집 같네’란 말이 튀어나왔다. 노 박사가 부모들의 고민을 제대로 짚은 셈이다.

노 박사에 따르면 최근 미국은 청소년의 인터넷 중독 자료를 폐기하고 있다. 이미 인터넷 중독이 아니라 스마트폰 중독이 더 큰 사회적 문제를 야기한다는 의미다.

“미국이 스마트폰 중독을 연구하고 있는데, 씁쓸한 점은 우리나라와 중국이 연구 대상이란 겁니다. 그만큼 세계적인 관심이 몰린 것이죠. 정작 한국 연구진들은 가만히 있죠. 자녀들과 스마트폰 때문에 대화를 어떻게 하는지 말해볼까요?”

"너 또 스마트폰 하고 있냐. 그만하고 공부해"

"방금 켰어"

웃음소리가 터져나왔다. 현실적인 부모와 자녀의 대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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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규식 박사의 강연을 듣고 있는 부모들.
◆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은 커뮤니케이션 수단

청소년들 스마트폰에는 카카오톡, 페이스북, 트위터, 스냅챗 등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어플리케이션(어플)이 깔려있다.

전화와 문자에 익순한 성인들에게는 낯선 모습이지만, 청소년들에게는 일상과 같다.

청소년들은 이런 어플을 이용해 끊임없이 대화를 한다. 그렇게 중요한 대화를 나누진 않는다. 이모티콘 한 개, 웃음을 표현하는 ‘ㅋㅋ’ 등 사소한 대화가 대부분이다.

성인들은 그런 대화를 묶어 ‘한 번에 보내면 되지’라고 생각하지만, 이미 청소년들 사이에서 이모티콘 한 개, ㅋㅋ는 문화로 자리 잡았다는 것이 노 박사의 조언이다.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이모티콘은 청소년들의 문화가 됐어요. 다르게 설명하면, 서로 마주 앉아있는데, 한 사람이 계속 말을 겁니다. 그런데, 상대방에서 아무런 대답도 없이 가만히 있으면 화가 나겠죠. 청소년들 사이에서 스마트폰은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인 거에요. 사소한 이모티콘이지만, 대답을 해주는 것이죠. 청소년들의 문화를 이해해야 합니다”

무작정 자녀들에게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시키고, 빼앗으면 안된다는 조언이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방청객들의 얼굴엔 궁금증이 가득했다. 스마트폰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당연히 스마트폰 사용을 그냥 놔둘 순 없겠죠.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권리를 주는 대신 조건을 내거는 방법이 좋습니다. SNS는 공적인 부분입니다. 더 이상 개인 공간이 아니죠. 그렇기 때문에 SNS 패스워드를 부모들이 인지하는 거죠. 온라인 게임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패스워드를 알고 있다고 해서 자녀 몰래 접속하면 안됩니다. 신뢰가 필요하기 때문이죠. 자녀가 보는 앞에서 같이 접속을 해보고 문제가 될 만한 언어나 표현이 없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을 갖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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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규식 박사가 중2병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성적, 초등학교 고학년 때 공부 습관 들여야 

대부분의 부모들 걱정은 자녀의 성적이다. 단순히 IQ가 높다고 성적이 좋을까? 노 박사의 대답은 "No"였다.

중학교 입학 전까지 자녀가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과 자신만의 공부 방법, 가장 공부가 잘 되는 시간대를 파악하면 중⋅고교 성적은 걱정할 필요 없다고 노 박사는 단언했다.

그는 학업 성적이 전국 상위 1%에 드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를 소개했다.

노 박사에 따르면 그들의 IQ는 성적과 마찬가지로 상위 10% 수준이었다. 다만, 공통점이 있다면 자신만의 공부 방법과, 집중이 잘되는 시간대를 스스로 파악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공부하는 자녀들을 보면 이상하게 순식간에 공부를 마친 아이도 있고, 정말 집중해서 오랜 시간 공부하는데, 좀처럼 진도를 못나가는 친구들이 있어요. 순식간에 마친 아이들을 보면 어느 정도 내용을 파악하고 있어요. 하지만 시험 성적은 일정 점수를 넘지 못하죠. 그 친구들은 ‘숲’만 봤기 때문에 문제가 조금 꼬여서 출제 되면 풀지를 못합니다. 반대로 진도를 나가지 못하는 친구들은 성적이 별로 안 좋습니다. 반대로 ‘나무’만 보는 거죠. 작은 내용이라도 막히면 좀처럼 진도를 나가지 못합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숲’과 ‘나무’만 보느라 성적을 내지 못하죠”

노 박사는 이런 유형의 학생들의 성적을 올리는 방법은 의외로 쉽다고 했다. 숲과 나무를 골고루 볼 수 있게 부모가 옆에서 조언해주면 된다. 부모가 학습 코치가 되는 것이다. 단,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이 더 중요하다.

공부하는 습관은 초등학교 고학년때 잡혀야 한다는 조언도 곁들였다.

"초등학교 3학년 이하 때는 공부 습관을 들일 수가 없죠. 나이가 너무 어리기 때문입니다. 5~6학년때 공부 습관 들이기가 가장 적절합니다. 중학교나 고교 때는 너무 늦습니다. 그 전에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노 박사의 강연이 끝나자 박수가 터져나왔다.

곧바로 이완국 하귀일초등학교 교사의 진행으로 노 박사와 방청객들이 묻고 답하는 ‘즉문즉답’ 토크콘서트가 이어졌다.
  
부모아카데미 [나침반 교실]은 아이들 교육에 가장 중요한 존재는 ‘부모’라는 관점에서 시작됐다. 인성지도와 대화법 등으로 자녀들에게 길잡이가 되자는 취지다.

다음 강연은 오는 9월 예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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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규식 박사(오른쪽)가 강연을 마치고 이완국 교사의 진행으로 방청객들과 즉문즉답의 시간을 갖고 있다.

※ 나침반교실 ‘아이는 방황해도 성적은 방황말자! 중2병 완전정복 2부’는 소리TV를 통해 시청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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